시경 동양고전 슬기바다 14
편자 미상 지음, 심영환 옮김 / 홍익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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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 개나 되는 시들 중 삼백여 개만 남았다니 안타깝다. 시경은 국풍, 소아, 대아, 송 네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국풍이 제일 재미있다. 주자는 사랑시를 자꾸 충, 효로 읽고자 하는데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건지 아예 없는건지.

어떤 시에서는 여자가 잘생긴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미치광이에 교활한 이를 만났다고 한탄한다. 어떤 시에서는 부모님도, 오빠도, 마을 사람들도 무서우니 그리운 당신 몰래 오라고 노래한다. 좋아하는 남녀가 서로 물건을 주고 받으며 읊는 시도 있다. 사람 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보다.

예악이나 주나라 문왕, 무왕, 후직 등을 칭송하는 시들은 가히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것 같다.

<시경>을 모르면 정치를 할 수 없다 했는데, 다른 경전보다는 재미있었겠다 싶다.

북풍

북풍이 차갑게 불어오니 눈이 펑펑 내린다네 나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손을 잡고 떠나리라 머뭇거릴 시간 없네 어서 빨리 서두르세

북풍은 사납게 불고 눈이 풀풀 내린다네 나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손을 잡고 돌아가리 머뭇거릴 시간 없네 어서 빨리 서두르세

붉지 않다 여우 아니며 검지 않다 까마귀 아니랴 나를 사랑하는 이와 함께 수레 타고 떠나리라 머뭇거릴 시간 없네 어서 빨리 서두르세 - P73

갈대

갈대가 푸르더니 흰 이슬이 서리 되었네 저 사람은 물가 저쪽에 산다네 거슬러올라가 만나려 하니 길은 험하고 멀기만 하네 물결따라 내려가보려고 하니 여전히 물 가운데 있는 듯하네

갈대가 무성한데 흰 이슬은 마르지 않네 저 사람은 물가 수풀에 산다네 거슬러올라가 만나려 하니 길은 험하고 높기만 하네 물결따라 내려가보려고 하니 여전히 모래톱에 있는 듯하네

갈대가 무성한데 흰 이슬이 그치질 않네 저 사람은 물가 기슭에 산다네 거슬러올라가 만나려 하니 길이 험하여 돌기만 하네 물결따라 내려가보려고 하니 여전히 모래톱에 있는 듯하네 - P153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우니 그 소리 들판에 울려 퍼지네 물고기 못 속에 잠겨 있으나 때로는 물가에도 나와 있다네 즐거운 저 동산에 박달나무심어 놓으니 그 아래엔 낙엽이 떨어지네 다른 산 굴러다니는 돌도 숫돌이 될 수 있는 것을

학이 높은 언덕에서 우니 그 소리 하늘까지 들리네 물고기 못가에 있다가도 때로는 깊은 못 속에 숨는다네 즐거운 저 동산에 박달나무 심어놓으니 그 아래에 닥나무가 자라네 다른 산 굴러다니는 돌도 옥을 갈수 있는 것을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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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09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읽지 않았지만 ‘시경‘ 좋아해요.
사랑, 연애시로 읽는게 맞을듯요^^
북풍 3연은 너무 좋죠?
그리고 반복되는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그대‘ (올제)두요^^

그레이스 2022-01-08 22:32   좋아요 1 | URL
망명하려는 마음으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친영을 가고 짝을 구해 기뻐하는 시라고...

꼬마요정 2022-01-08 22:4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나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그대..’ 번역이 좋은데 이 책은 이렇게 했더라구요. 학정에 시달려 떠나는 사람들이라기보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 기뻐하는 시라고 읽고 싶습니다^^ 좋은 시들이 참 많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2-01-08 22:46   좋아요 1 | URL
주희의 해석은 시경을 꽁꽁묶어버린 느낌^^요
온통 연애시인데,,,,^^

꼬마요정 2022-01-08 22:53   좋아요 2 | URL
정말요 ㅎㅎ 딱 읽고 흐뭇하다가 해석을 보면 아니, 좀 너무하잖아 이런 느낌이에요. 저잣거리든 어디든 널리 불리는 노래가 어찌 충심과 효심만 있겠어요. 외롭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눈물짓고 이런 노래가 훨씬 많았겠죠^^

책읽는나무 2022-01-09 09: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홍익 출판사 이 시리즈 책들은 믿고 읽을만할 것 같아 오랫동안 눈독만 들이고 있었지 막상 들고 읽어지진 않던데....와 꼬마요정님 멋지십니다^^
밑줄 긋기 부분을 읽어 보니 시가 참 좋네요.
시경을 읽어야 정치를 잘 할 수 있었다니!!!!^^

꼬마요정 2022-01-09 13:29   좋아요 1 | URL
공자가 ‘시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과는 할 말이 없다.’ 라고 했다죠. 그래서인지 <시경>은 경전이 되었네요. 외교할 때 시 구절을 읊으면서 넌지시 상대의 반응을 끌어낸다 하더라구요. 시 내용이 사랑을 표현해달라는 거라면 상대에게 너의 의사표현을 확실히 해 달라는 뜻이라죠. 러시아도 문학에 자부심이 있어서 외교하거나 사업할 때 즐겨 인용한다더라구요. 넌 오네긴처럼 하지 마. 라면 나중에 후회할 짓 하지 말라라던지 말이죠.

시가 참 좋습니다^^

꼬마요정 2022-01-09 13:30   좋아요 1 | URL
시가 참 좋습니다. ㅎㅎ 댓글 글자 수 제한이 있나봐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