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지금 날씨와 전혀 다른 제목을 가진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읽으면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엿본다.

 

 

 

 

 

 

 

온 몸을 감고 눈 부분만 망사로 된 '부르카'를 입는 기분은 어떨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이도 있고, 중간 길이 치마를 입는 이도 있고, 남자 상인에게 발을 내밀며 신발 치수를 재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닫힌 공간에 있었다.

 

이제 겨우 2부를 읽는데, 1부를 읽는 동안 마리암이 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태어날 때부터 가여웠던 아이. 엄마를 좋아하고 아빠를 좋아하는 어린 아이였을 뿐인데, 사생아이기 때문에 마리암이 겪어야 하는 삶은 아팠다.

 

부인이 셋 이나 있는데 가정부를 임신시키고, 비겁하게 그저 가정부와 딸을 집에서 제법 먼 곳에서 살게 하고, 미안했는지 선물과 먹을 것들을 보내주지만 결국 모든 것은 다 자신을 위해서였던 나쁜 남자 잘릴.

 

열 다섯 살짜리 애를 마흔이 넘은 남자와 결혼시킬 때도 그랬다. 마리암이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잘릴에게 이러지 말라고 그랬더니 잘릴은 세상 고통 혼자 다 받은 사람처럼 마리암에게 이러지 말라고 한다. 잘릴은 그저 착하고 좋은 아빠로 남고 싶을 뿐이었고, 작은 선물 따위나 던져 주면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나쁜 놈이었다.

 

아빠를 찾아 온 애를 문 밖에 세워두고 절대 들여보내주지 않던 나쁜 놈. 자신은 한없이 좋은 사람인 척 다정한 말로 마리암의 마음을 갖고 논 나쁜 놈.

 

결혼 장면도 충격이었다. 율법학자는 말한다. "이 남자가 당신을 원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아닙니다."라고. 미친, 어쩌면 남은 삶 전체를 함께 할 사람인데 여자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정말 물건 사러 온 것 같아서 기분이 싸했다.

 

게다가 아이를 유산하자(마리암은 열 아홉까지 임신과 유산을 5번이나 한다. 겨우 열 아홉에 말이다.),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는 마리암을 괴롭힌다. 여자는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고 남편의 시중을 드는 존재 그 이상은 아니었던 거다.

 

2부는 1부만큼 아프지 않아서 약간은 안심하면서 읽는데, 여전히 삶은 버거웠다. 이념이니 신앙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힘들고 아프게 하는 지 안타까웠다.

 

이건 아프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직 읽어야 할 페이지가 아주 많이 남아있지만 뭐라도 뱉어내지 않으면 너무 갑갑해서 힘들 것 같았다.

 

일단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다시 책을 집어들어야겠다. 뭐라도 이야기하고 나니 좀 후련하다.

 

 

‘하라미(사생아를 비하하여 일컫는 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마리암은 다섯 살이었다. - P9

"내 딸아,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 - P15

"나는 네가 아직 어리다는 건 안다. 하지만 나는 제가 지금 이걸 이해하고 알았으면 싶다. 결혼은 늦출 수 있지만 교육은 그럴 수 없는 거란다. 너는 아주 영리한 아이야. 정말로 그렇지. 라일라, 너는 원한다면 뭐든지 될 수 있어. 나는 알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전쟁이 끝나면 아프가니스탄은 남자들만큼이나 너를 필요로 할 거라는 사실도 알지. 어쩌면 더 필요로 할지도 모르지. 여자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면 사회는 성공할 수가 없는 거다. 그럴 수가 없지."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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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9-06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5 페이지와 155 페이지의 인용문이 좋네요, 꼬마요정님.

꼬마요정 2019-09-06 14:43   좋아요 0 | URL
아프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죠? ㅎㅎ 초반부터 화가 났는데 갈수록 눈물이 났어요ㅠㅠ 남녀를 떠나서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해주고 존중해주고 더불어 살 수는 없을까요? 이런 우정과 희생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 피어났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어요.

이제 허랜드 읽으려구요. 다락방님 글보고 샀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