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12. 4. 목요일 날씨:맑음
어제는 시외할머님 제사였다...
작년 이맘때쯤 암투병으로 울시어머님이 간병을 해주셨는데...어제날짜에
돌아가셨다....그래서 이번이 외할머님께는 첫제사다...
어머님께는 형제분이 칠남매이신데...울어머님이 장녀이시다...
삼촌들이 세분...이모님들이 세분이신데....큰삼촌댁이랑 둘째삼촌댁이 사이가
무지 안좋다....옆에서 지켜보는 이모님들도 속이 상해서 모두다 의가 상한
상태다....외할머님이 몇년전부터 편찮으시긴 했지만...악화가 된것도 큰삼촌댁
의 부부싸움이 시발점이 되었고...따로 셋방을 얻어 나가 사시던 외할머님이
(실은 둘째삼촌댁이 할머님 집이었는데..둘째숙모가 혼자되신 막내이모님네로
가셔서 10년동안 애들을 돌보아주시다가 이제 늙고 병드니 고향으로 돌아오셨
다고 못마땅해하셔서 할머님이 알아서 작은 셋방으로 이사를 나오셨다..)
곁에서 지켜보시다가 놀래셔서 몸이 악화되어 병원에 갔더니 암이라고 하였다.
그러길 불과 석달도 안되어 돌아가셨다....
할머님이 돌아가신뒤에도 장례식을 치르면서 조의금 문제로 시비가 붙어서
큰삼촌댁과 둘째삼촌댁이 싸움이 벌어져....................
암튼....그래서 모든 형제분들이 등을 지게 되었다....
울어머님도 부모제사지만....남동생들 꼴보기 싫다고 제사에 안가시겠다고 하
셨다...올해 외할아버님제사에도 가시지 않으셨다...막내삼촌댁만 외할아버님
제사에 찾아가셨다고 한다....그래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는 부모제사인데
아무리 형제지간이 보기싫다지만....가봐야되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는데..
며칠전에 어머님이 갑자기 생각을 바꾸시어....외할머님제사에 가시겠다고..
나보고 성민이 데리고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부랴부랴 따라나섰다..아버님이랑 어머님...그리고 나..아무것도 모르
고 외출하는줄 알고 좋아라 따라 나선 성민이!!!
외할머님 첫제사를 모시긴 했는데....찾아온 사람은 막내삼촌과 어머님뿐이었
다...같은 동네에 사는 어머님네 사촌형제분들 두분이 오셨다....
나는 시집을 와서 외할머님을 몇번 뵙지는 못했지만.....외할머님은 꼭 우리외
할머니같이 따사하고 인자하면서도 조용하신 분이셨다...
남에게 싫은소리한번 안하시고....폐되는 일도 않으시고(암으로 고통을 받으시
면서도 옆에 환자에게 피해줄까봐 소리한번 안지르시고..속으로 고통을 삭이신
분이시다...) 단정하고 깔끔하신 분이셨다....
그런분을 왜 가시는 길을 편안하게 못돌봐주셨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리고.....돌아가신후의 첫제사또한 그렇다....할머님 제사상에 올려진 할머님
의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내마음이 이렇게 아플진데....울어머님은 오죽
하셨을까??......그리고 큰숙모님과 둘째숙모님이 얼마나 미우셨을까??
나또한 결혼을 해서 친정부모님과 시부모님 모두 계셔서 숙모님들도 이해가
되고....어머님과 이모님들의 마음 또한 이해를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가신 고인을 생각한다면......지난일은 모두 잊고.....형제분들끼리 화해를
하고....남은 여생 정겹게 살았으면 좋겠다....울어머님도 지금 환갑이 넘으셨
는데....이제는 곁에 있는 사람들은 자식도 중요하지만...형제들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제사 지내는걸 많이 지켜본 울성민이.....그래서 절을 아주 잘한다....
하지만...부끄럼이 워낙 많은지라....우리식구들 있을때만 하루에 몇번씩은
절하는걸 연습하고 잠이 드는데...남들앞에서는 절대로 안한다....
그래서 절잘하는걸 자랑하고 싶은데....도무지 절을 하질 않으니 맨날 거짓말
쟁이 엄마가 되었는데.....어제는 외할머님 제사상앞에서 절을 너무도 잘했다..
너무 잘한 나머지 집에서 하는 것처럼 시도때도 없이 계속 해댔다....
할머님제사상에서 포도를 몰래 하나씩 하나씩 따다 먹더니 아예 한송이를 가져
와서 다먹어치웠다.....외할머님 인품에는 분명 웃으면서 고녀석!! 하셨을께다..
그래서 성민이가 포도값을 한다고 그런건지...외할머님의 정을 느껴서 그런
건지......절을 잘하는 성민이를 보면서 그나마....쓸쓸한 마음을 달래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