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군인 아저씨들이라하면 아주 늠름하고 멋진 어른 이미지가 강했다.그래서 학교에서 국군아저씨한테 편지를 쓰라고 하면 답장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연필 꾹꾹 눌러 써서 보내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옆에 앉은 짝은 답장을 받았는데 나는 한 번도 받질 못해 홀로 애가 달았었던 기억도 같이 떠오른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애인이 생겼었고 그 애인이 군대를 가게 되었었다.그때 군인 아저씨들의 이미지는 줄곧 그리움과 끝없는 기다림의 대상었던 것같다.버스나 거리에 휴가 나온 군인들을 보면 늘 연민의 시선으로 흘깃 쳐다보곤 했었다.군인들만큼이나 내게도 애인의 제대날이 오기까지는 정말 시간이 더디 갔었던 것같다.너무나 지겨워 하루에 한 통씩 편지를 써서 부쳤었고 또 나는 군인 아저씨의 답장을 받아보고픈 오랜 바람이 있었기에 답장을 강요한 빈 편지지와 봉투랑 우표까지 동봉해 줬었다.그렇게 700여통이 넘었던 그편지들을 20여 년이 지난, 그러니까 바로 두어 달전에 아이들과 읽어보고 엄마가 아빠한테 이랬던 적이 있었어!!생색을 내면서 같이 읽어보고선 너무 오글거려 과감하게 편지들을 버렸다. 애인이 전역한 뒤 이번엔 남동생이 군대를 갔었다.애인이 군대를 갈때와 동생이 군대를 간 그때의 기분은 또 너무 달랐다.동생은 그저 애처롭고 딱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다.그래서인지 그순간 내눈에 들어 온 군복입은 남자들은 죄다 남동생 같아 보였다.애처로웠다.(짬에 나온 주호민 작가는 운전병으로 군생활을 했던데 남동생도 전라도 장성에서 운전병으로 제대를 하여 더욱 군생활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좀 있음 청소년인 내 아들이 좀 더 크면 군인이 될터 이젠 군복입은 남자들이 차츰 아들같아 보여 짠해지고 걱정스럽게 비쳐진다.과연 어리버리하고 눈치없는 내 아들은 군대를 가게 된다면 잘 해낼 수 있을까?심히 의심스럽다. '짬'이란 제목을 처음 들었을때 자투리 시간을 나타내는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짬밥을 나타낸다는걸 뒤늦게 알았다.여자로서 알지 못하는 세계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또한, 어리버리한 한 아이가 군대를 다녀오면서 진짜 어른 또는 남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내 아들도 나중에 저렇게 성숙하겠구나!약간의 기대감도 생긴다.나중에 녀석이 군대를 가게 될 미래의 시간이 닥쳤을때 필독해보라고 권해야겠다. '신과 함께'시리즈 만화를 통해 주호민이란 작가가 궁금하여 이책을 구해 읽었는데 작가를 더 깊게 알게 되어 기쁘다.만화분야를 어린시절부터 그닥 좋아하지 않아 몇 편 읽은 것이 없어 늘 2%부족한 어린시절이었다!라고 여겼었다.그래서 성인이 되어 뒤늦게나마 대한민국 만화가를 한 사람씩 알아가는 기쁨이 좀 남다르다. 한국 만화쟁이들이 더욱 발전하여 좋은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