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사계절중 봄을 가장 좋아했다.
봄이 되면 나도 모르게 바람이 나고 싶은 충동이 일고...
치마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가 치마가 너무 입고 싶어지고(것도 샤랄라~하고 촌스런 꽃무늬가 많이 들어가서 하늘거리는 치마로)
바깥 외출을 즐기지 않는 내가 꽃놀이 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해서 미칠 지경이 되는 계절이 바로 봄에만 샘솟으니 나는 분명 봄을 좋아하는 것이 맞다.
또한 나의 생일도 춘삼월이다보니 삼월만 되면 괜스레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하니 나는 정말 정말 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맞을 것이다.
헌데...
올봄,올 춘삼월이 시작되면서 나는 왜 가슴이 설레지 않는걸까?
샤랄라~ 치마도 입고 싶은 생각도 눈꼽만큼도 없고,
꽃놀이는 고사하고 아침에 아이 유치원 등원버스 태우러 배웅나가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봄을 잊을만큼 나이를 먹었나? (아직 그정도의 나이는 아닌 것같은데?)
아님...인생의 권태기인가?
아님...우울증이 다시 도졌나?
지난달 일이 잘 안풀려 어서 2월이 지나갔음 하고 바랐건만..
3월이 되어도 괜스레 마음이 휑하고 몸도 고달프고,애들 재워놓고 혼자 멍하니 앉아 있음 주책맞게 눈물까지 질금질금 나온다.
주책이다.주책.
자주 만나 차를 마시는 아래층 언니는 날더러 기분 안좋은 일이 있느냐며 얼굴표정이 어둡다고 걱정해준다.지금 내심정이 이러이러하다고 상세하게 설명하다보면 또 날더러 너무 예민하다고 타박할까봐 그냥 요즘 쌍둥이들이 미운 세 살 노릇 하느라 저지레를 너무 해대서 힘들다고 핑계를 댔다.
딱 오늘까지만 우울하고 내일부터는 걷어내야할텐데....
그래. 딱 오늘까지만 우울하자.
그리고 내일부터는 꼭 가슴 설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