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으면
늘 그런 느낌이 든다.
화려한 조명이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설레임에
그곳에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는데,
모두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이방인으로
홀로 고독한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녀의 소설은 늘 가슴 한 켠이 아리는 느낌이다.
절반 읽었는데 아려서 잠깐 책을 덮었다.
아린다, 아려...ㅜㅜ

그는 내가 자랄 때 우리 식구들이 뭘 먹었는지 물었다.
대개는 빵에 당밀을 발라 먹었어요."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다.
"구운 콩을 많이 먹었어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뒤에는 뭘 했어? 모두 돌아다니면서 방귀를 뀌었어?" 그순간 나는 그와 절대 결혼은 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한 가지 사건에서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 P37

누구는 늘 원했던 아이를 포기할 마음을 먹고, 자신의 과거나 옷에 대한 발언도 참아보려 하는데, 그 순간 그런 작은 말 한마디에 영혼의 부피가 줄어들며 이런 말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오..
그뒤로 나는 많은 남자와 여자와 친구가 되었지만 그들도 그비슷한 말을 했다. 늘 무심결에 진실을 드러내는 그런 한마디를하는 것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이 단지 한 여자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난다. 우리가 그런 한마디를 듣고 그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일 만큼 운이좋다면 말이다.
- P38

"나는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통해 여러 번 구원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범퍼스티커처럼 진부해진다. 나는 그 사실이 슬프다 아름답고 진실한 표현도 너무 자주 쓰면 범퍼 스티커처럼 피상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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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1-04 0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너무 예쁜 표현이다 나 왜 내 마음 좀 이해 받은 거 같아?🥹 전 루시바턴 제일 좋아해요!! 지우고 싶은 가난의 흔적과 언어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기억들. 아무도 사랑이라고 하지 않아도 나는 알지. 그 것들이 사랑이라는 걸. 스트라우트는 그걸 알고 그걸 쓰는 천재예요!!!
말을 잘 다루고 바닥까지 밀려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사랑과는 다른.. 오류투성이라도 삶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읽는나무 2023-01-04 11:42   좋아요 1 | URL
어젯밤에 반 정도 읽고 잤는데...밤이라 그런지? 너무 슬퍼서...ㅜㅜ
사랑의 감정을 저렇게도 표현하는 작가라니....ㅜㅜ
오전에 조금 더 읽었는데 아!!! 어젯밤이랑 느낌이 또 좀 다르긴 하던데?( 밤과 낮은 왜 다르죠?ㅋㅋ)
스트라우트 작가에 대해서 어떤 사람일까? 계속 떠오르게 하는 소설이네요.
그리고 읽으면서 다른 이들이 푹 빠져 읽었을 모습을 상상하며 읽는다고 바쁜?
이래서 리뷰를 먼저 읽고 읽음 자꾸 다른 쪽으로 상상을?ㅋㅋㅋ
루시와 엄마의 상황. 한국 소설과는 너무나 다른데도 그 느낌이 뭔지 알겠는 안타까움이 계속 일어요.
일단 빨리 다 읽어봐야겠는데, 너무 얇은 책이라 빨리 읽고 싶지 않네요^^

바람돌이 2023-01-04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의 저 감성과 감성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진짜 대단해요. 루시바턴 읽으면서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듯한 느낌 받는데, 그걸 이렇게 절묘하게 알려주시네요.
아 좋다. 루시바턴 계속 읽고 싶은데 다음 작품은 언제 번역될까요?

책읽는나무 2023-01-04 17:53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어제 읽다가 훅~ 아려서 그참에 그냥 썼는데.....긁적긁적!!
공쟝님도 그러시고, 바람돌이님도 그런 감성으로 읽으셔서 더욱 그렇게 공감해 주신 게 아닌가?싶어요.
스트라우트 소설은 정말 말로 이 좋은 감정을 표현하기가 참 쉽지 않다는 그 말씀 맞아요. 정말 그래요!
전 작년 이맘 때, 올리브 시리즈 읽었었거든요. 정말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서 색칠 놀이만 했었네요?ㅋㅋㅋ
며칠 전, 작년의 책 읽은 독후감 페이퍼 보시면 독후 활동을 한 웃긴 사진이 있어요. ㅋㅋㅋ
말로 표현이 안되어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