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매기야!
너는 왜 남자에게 자꾸만 마음이 흔들리느냐!
필립에게 그리고 사촌 루시의 남자 스티븐에게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너의 오빠 톰.
톰 오빠에게 늘 쩔쩔매는 매기.
톰은 늘 당당하여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고,
매기는 자존감이 바닥이어 늘 톰의 눈치를 보고 산다.
우리네 옛 시절과 비슷한 풍경이어 놀랍다.
여동생은 오빠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필립과의 관계가 그나마 괜찮아 보였는데 집안끼리 숙적이라 톰 오빠가 불같이 화를 내니, 개인적으로 매기가 확!! 뒤집어 엎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필립과 결혼할 줄 알았다.
2 부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고, 매기의 고민들이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하니 책의 진도가 잘 안나갔다.
하지만, 내가 만약 매기의 입장이었다면?
호감이 가는 남자가 유혹을 해 온다면 중심을 잡을 수 있었을까?
유혹에 넘어갔을까?
아슬아슬 밀당을 지켜 보니 어떻게 결론이 날까? 싶은 마음에 그제서야 진도가 쭉쭉 나갔다.
결론은 왠지 매기가 그럴 것 같겠다는 예상은 반쯤 했었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결론이 나 어리둥절.

조지 엘리엇은 기존의 ‘결혼‘의 주제에 천착한 여성 소설가들의 글을 경계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은 결혼 이야기에 한정짓지 않겠다고 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결혼‘ 이야기가 주 뼈대를 이루고 있긴 마찬가지 아닌가? 싶더라.
물론 결말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매기의 삶도 가부장 관습에 벗어나지 못하고 순종적인 삶에 머무르려고 발버둥 친 삶으로 보아진다. 물론 작가는 그것을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쓴 소설이라지만,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들의 소설을 읽었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작가들이 극찬하여 그들의 추천 목록 중 빠지지 않는 책 제목 중 하나인 <미들 마치>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아래 밑줄은 유혹하는 스티븐에게 단호하게 거절하는 매기의 답변이다. 이렇게 단호박이었는데 사람들은 매기만 욕하고!!ㅜㅜ
매기만 마녀가 되었다. 그래서 스티븐이 밉다.
남녀가 바람이 나면 왜 여자만 욕 먹을까?
남자가 유혹했을 것이란 가정을 배제하고,
여자가 당연히 유혹했을 것이라고 믿어버리는 세상.
지금도 그러한 듯한데...참 이상하다.


"아니요, 내 마음과 영혼을 다 바친 것은 아니에요. 스티븐."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결코 내 마음을 다해 동의한 적이 없어요. 추억과 사랑과 완벽한 선의에 대한 갈망이 나를 꽉 붙들고 있어요. 물론 잠깐씩 놓아주긴 해요. 그러나 결코 오랫동안 놓아주는 - P352

법은 없어요. 그러니 곧 돌아와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후죄를 불러일으킬 거예요. 나 자신과 하느님 사이에 고의적인 죄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면 나는 결코 평화롭게 살지 못할 거예요. 나는 이미 사람들을 슬프게 했어요. 그건 나도알아요. 하지만 결코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나는 ‘내가행복한 한, 그 사람들은 고통받겠지.‘ 라고 말해 본 적이없어요. 나는 당신과의 결혼을 원한 적이 없어요. 당신에대한 내 감정 때문에 내가 일시적으로 약해졌을 때 당신이내 동의를 받아낸다 하더라도 당신은 내 영혼 전체를 얻지못해요.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사랑의 기쁨 없이 잔잔한 감정에 충실하게 살기를 택했을 거예요."
스티븐은 그녀의 손을 놓고 신경질적으로 일어서서 화를삭이느라 방 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하느님 맙소사!" 마침내 그가 폭발했다. "남자의 사랑에 비하면 여자의 사랑이란 얼마나 보잘것 없는지, 나라면 당신을 위해서 범죄라도 저지를 텐데 당신은 머뭇거리더니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하는군요.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에 대한 내 사랑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사랑한다면 한순간도 날 희생시킬 생각을 하지 못할 텐데. 내 인생의 행복을 송두리째 뺏어 가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나 보군요."
매기는 무릎 위에 깍지 낀 채 올려놓은 두 손을 발작적으로 움켜잡았다.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그녀를 엄습했다.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번갯불의 섬광이 번뜩하면서벼랑 끝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비춘 것 같았다. 그녀는 손 - P353

을 풀어 앞으로 내밀었다.
"아니, 당신을 희생시키는 게 아니에요. 당신을 희생시킬 수도 없었고요." 그녀는 겨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그게 당신에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아니 우리둘 다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
는 것을 알아요.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없어요. 그게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다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희생하고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신성한 목소리에 따를 것인지만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에요. 그건 우리의 삶을 승화시키고 의미를 주는 그런 목소리지요. 그걸 따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나도 몇 번이나 그 길에서 벗어났으니까요. 하지만 그걸 완전히 포기하면 죽는 날까지 아무런 빛도 없이 어둠 속을 헤매게 될 거예요."
"하지만 매기, "스티븐은 다시 그녀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 "어제 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걸 왜 모릅니까? 어째서 모르죠? 그걸 보지 못하다니, 눈에 무엇이 씌었어요?
우리가 이랬어야 했다든가, 저렇게 하는 것이 좋았다든가 하는 말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이미 저질러진 일은 그대로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이제 그에 맞게 행동해야해요. 우리 상황은 달라졌어요. 그러니 예전에는 옳았던 일도 이제는 옳지 않아요. 우리는 스스로의 행동을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해요. 어제 우리가 결혼했다고 생각해 봐요. 지금 상황은 그것과 마찬가지에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를 게 없으니까요. 다만 우리 자신들에게만 다르게 느껴질 뿐이지요."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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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30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드 라스트 씬도 슬픕니다 ㅠ.ㅠ

불쌍한 매기 ㅠ.ㅠ

책읽는나무 2022-11-30 23:59   좋아요 1 | URL
저도 매기가ㅜㅜ
내 사랑하는 매기야!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절로 노래가 나오더라는...
근데 읽으면서 줄곧 매기가 강물에 빠져 죽을 것 같더라구요.ㅜㅜ

희선 2022-12-01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자가 유혹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를 텐데, 여자만 욕먹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군요 남편이 있는 사람도 자기 남편보다 여자를 더 미워하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2-01 22:12   좋아요 0 | URL
그죠? 뭐든 여자들이 욕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여자라서 힘든 일이 많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