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정희진 쌤의 말씀에 밑줄을 그어 보자.
너무 많아서 옮기기가 버겁다.
꼭꼭 씹어 소화 잘 되었음 싶은 정희진 쌤의 말씀.


올 설 연휴 어느 독거 중년의 상황은 이랬다. 전기합선으로 난방 취사가 안 되고 온수가 안 나왔으며 매 끼니 복용하는 약까지 떨어졌다. 광장공포증이 있는 데다가 낙상으로 발목에 깁스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지인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선생님 댁에서 반경 150미터 안에 수리업체 많습니다." "언니 집이 오래됐잖아, 평소에 관리했어야지." "요즘도 마트에서 휴대용가스버너 팔아요." 실현 불가능한 조언부터 은근한 비난까지.
말을 ‘예쁘게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연휴에 놀랐겠어요" 이 한마디면 될 것을.
말은 본디 칼이다. 강자의 무기도 약자의 무기도 될 수 있지만, 나는 말이 듣는 사람인 ‘집도의(刀醫)‘의 도구라는 점에 희망을 건다.  - P76

문해력은 인간의 조건이자 ‘상식 사회‘의 초석이다. 낮은 문해력은 공동체의 존속을 위협하고 지적 양극화, 의사소통 저해등 수많은 문제를 낳는다. 말이 안 통하는 사회를 대신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 - P94

문해력은 이해력이다. 그런데 ‘이해‘의 의미부터가 매우 복잡한 문제다. 앎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이 차이(差移)와 유착(流着)이 반복되는 의미의 이동, 즉 융합이기 때문이다. 이해 과정에서 이미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해는 본디 불가능한 일이다.
이때 위로가 되는 말이 있다. 마르크스가 죽기 전에 했다는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마르크스는 레닌 같은 정치가가 아니라 사상가인 데다가 마르크스주의 자체가 교조적으로 수용되기 쉽고 또 당시 수정주의 논란이 컸기에, 이말은 ‘나의 마르크스주의는 어디로?‘ 같은 한탄이었을 것이다.
문해력은 자신의 가치관과 무지에 대한 자기인식의 문제다.
그러므로 문해력 향상의 첫걸음은 에포케 (epoche, 판단 정지)이다. ‘나는 모른다‘는 자세가 공부의 시작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해력부터 의심해야 한다. 물론 우리 몸에는 의미많은 의미들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지하다고 가정하는 데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다. 공부가 중노동인 이유다.
잠깐의 판단 중지, 그 잠깐의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삶은 자기 진화의 과정이지 시비를 판단하는 행위가 아니다. 지식을 하나의 고정된 정보로 여기는 이들은 타인을 ‘가르치려 들지만‘, 알아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들은 우리를 ‘가르친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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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8-20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을 예쁘게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예시들이 주르르 좌르르, 굴비처럼 떠오릅니다

말 곱게 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인용해주신 문단보고 각성 수준으로 확!

책읽는나무 2022-08-22 08:13   좋아요 0 | URL
저도 말이 칼이 된다라는 대목의 내용 중 말을 예쁘게 하기가 어렵다는 대목에 조금 뜨끔했네요^^
그리고 저도 비슷한 경험 했었던 순간들도 떠올렸었구요.
이젠 저도 말을 예쁘게, 공감되는 말들을 하려고 노력하려구요^^
노력할 것들이 자꾸 늘어만 갑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08-20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개 안 그으셨는데요. ㅎㅎ 정희진샘 책은 줄긋다보면 다 긋고 있어....ㅠ.ㅠ
옥석을 가릴 수가 없어요. 다 너무 좋은 문장들이라서 말이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2-08-22 08:15   좋아요 1 | URL
도배 책이 되었는데 그 중 가려서 세 개만 올렸는데 가려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제 뒷부분 조금 더 읽었는데 연필 내려 놓았네요ㅋㅋㅋ
밑줄 긋기가 뭔 소용이 있나? 죄다 긋고 있네??? 이러면서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