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주디스 버틀러, 도나J. 해러웨이, 시몬 베유,
쥘리아 크리스테바 이 여섯 명의 여성 철학자들을 읽고, 분석하고, 경외하고, 그리고 그들을 소개해 놓은 책이다.
2018년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책 표지는 썩 읽고 싶어지지 않는 책이지만, 책 제목을 어떻게나 자주 접했던지...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다 이렇게 얇고 작은 판형이었는데도 책 제목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
실은 아직도 책 제목을 정확히 외우진 못하지만, 여자, 괴물 키워드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한나 아렌트는 책을 읽어 보려고 관련 책을 네 권이나 사다 놓았고(읽어야 할텐데..) 도나 해러웨이는 지지난 달 사이보그 선언문 책을 읽었던 터라 이 두 사람 부분의 챕터는 아주 집중되어서 읽으면서 놀라웠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는....
아직 책을 읽지 않은 나머지 철학자들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책이어서 너무나 놀라운 책이다.

이러한 타자는 로고스가 설명하지 못하는,
그러나 거대한 힘을 지닌 괴물의 이미지로 세계에 등장한다. 유명한 신화들은 언제나 괴물을 목격하여 지혜를 얻은 자를 그린다.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 욥과 레비아탄의 만남이 그렇다. 그들은 괴물을 가두고 자신에 관한 지혜를 얻지만 이때 괴물은 설명되지 않은 채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결국 괴물에 대한 서사는 사유와 지식의 한계를 그린다. 괴물은 지식의 한계 밖에서 출몰한다. 낯선존재인 타자들은 언제나 괴물로 낙인찍힌다. 어떤 타자는 때때로 천사와 같이 신성한 괴물로 추앙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속죄양으로 전락한다.
대체로 타자는 배척의 대상이며, 박해받고 거주지 밖으로 추방된다. 타자는 어둠에서 죽은 듯, 없는 듯이 살아간다. 하지만, 괴물로만 모습을 나타내는 타자는 철학의 밝은 빛과 상관없이 스스로 드러난다. 괴물의라틴어 어원 monstrare(보여주다)에서 알 수 있듯, 타자,
괴물은 끝까지 감추어질 수 없고, 나타난다. 사라지지 않는다.
타자와 괴물을 몰아낸 기반에 뿌리 내린 철학에서,
여성은 타자다. 타자로서의 여성은 자신의 입말이 아니라, 자기를 탄압하고 옥죄는 언어로 사유와 철학을 시작한다. 여성을 타자로 규정한 철학 안에서 철학적 사유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얼어붙고 어두운 시기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불안정한 공간에서 온 - P10

힘을 다해 힘겹게 머무는 일이다.


이것은 그런 계절에 대응하는 우리의 유일한 방어기술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배워야 했던 기술이다.
불안정한 지역에 살고 있기에 


그럼에도 여성들은 철학을 포기할 수 없다. 여성 역시 지혜를 욕망한다. 지혜를 향한 사랑인 철학은 성찰, 비판, 창발의 측면에서 여성들로 하여금 자기를 억압한 말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여성들은 압제자의 언어에서 새로운 말과 사유를 고민하면서.
당연히 여겨져온 말과 생각을 의심하고 길을 잃는 아포리아(aporia)적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우면서기존의 사고와 기준, 가치를 철학이라는 망치로 부수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다.

"여성의 철학적 사유는 보편적일 수 있는가?"
여성 철학자에 대해서 쓰면서, 이 오래된 질문을 떠올린다. 남성의 철학은 인간 전체에 대해 보편적으로 사고한다고 당연히 여겨지지만, 여성에게는 왜 이질문이 따라붙어왔는가? "여성주의 철학이 보편 학문이라는 철학의 입지를 유지 할 수 있는가?"라는질문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실상 세계 밖의 위치에서 진리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보편적·객관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바람일 뿐이다. ‘절대적 진리‘가 허망한 - P11

환상이라는 사실은 철학사에서 이미 목도했다.
실상 탈맥락적 보편이란 말은 허구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에서, 말하고 사고하고 행위한다.
철학적 사유는 자신이 거주하는 시간과 공간을 표시하고 말해야 한다. 예전에 만들어진 개념은 당연하게도 새로운 개념과 이론에 의해 비판되며 수정되고 새로쓰인다. 개념은 그 흔적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든다.
철학이 배제한 타자인 여성은 철학 개념들과 이론들에 명시적으로 또 암시적으로 배어 있는 여성 평가 절하의 논리를 추적하고 비판하면서 겹쳐 쓰고 같이 쓰면서,
수목철학의 죽은 뿌리를 거두고 리좀(rhizome)의 망으로 어디든 살아낸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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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8-10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은주 철학자가 워낙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잘 쓰지 않나 싶어요. 그대의 길을 응원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0 14:50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랬어요!!
쏙쏙 들어왔어요. 어쩜 저렇게 어려운 내용들을 알기 쉽게 풀어주시는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큰 공부가 되겠어요.
저도 1 년동안 읽어 놓은 게 있어서 알아들은 건가? 싶기도 하구요.
읽으면서 시몬 베유 사상가에게 좀 끌렸어요^^
실은 6 분 모두에게 절로 끌리긴 했지만요ㅋㅋ

청아 2022-08-10 0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발췌문에서 <여성괴물>도 느껴집니다. ^^* 나무님이 말씀하신 도나 해러웨이 부분 어떻게 쓰여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8-10 14:46   좋아요 1 | URL
여섯 분들의 각각의 밑줄 긋기 작업을 하고 싶긴한데...죄다 그어야 할만큼 문장들이 좋아서..도배 밑줄이 될 것 같네요^^
도나 해러웨이편은 사이보그에 대한 정의가 설명되어 있어서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는 책이었어요.
강추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