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주말엔 동네 계모임 언니들과 부산 1박 여행을 다녀왔더니,
간만의 여행 후유증이어서인지,
부산 바다가 계속 눈앞에서 일렁일렁~~
그리고 곧, 며칠동안 아빠의 치과 진료가 시작되면서 며칠
죽 끓여 드리느라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다.
오늘 오전에도 아빠 치과 다녀오고,
비도 오고 하니 거나하게 점심으로 너구리 한 마리 잡고,
디저트로 도넛이랑 커피를 마신 후......
아....이런 내 모습 싫지만,
쿨쿨 낮잠을!!!!!
화들짝 놀라 일어나, 어쩐다?
빨리 읽자!!! 허둥지둥~
밖에 잠깐 볼일 보고 들어 오는 김에 바닐라 라떼 테이크 아웃.
촌스럽게도 나는 아직 카페에서 혼자 책 읽는 걸 잘 못한다.
아까 카페엔 그 넓은 공간에 젊은 남자 한 명만 공부?하고 있던데....공간이 좀 아까웠지만, 커피 사 들고 와 책 읽으려니...또 커피만 마시고 침대로 찾아가 졸게 될까봐, 안되겠다 싶어 빨간머리 앤 텀블러에 커피를 부어 담고 아파트 독서실에 내려 와 책을 읽었다.
역시....독서는 잠 잘 곳이 편치 않는 곳이 제일 집중 잘 되는 듯.
(책 얘기는 않고, 서론이 길다.)

이번 책은 꼭지별로 읽고, 밑줄 긋기한 순간들이 많아 아마도 여성주의 책 읽은 이후로 최고로 많은 페이퍼를 쓴 듯 하다.
그말인즉슨 이 책은 그만큼 읽을 꼭지가 많았다는 말일 것이다.

초반엔 열심히 읽고, 기록하였으나
일주일여 손 놓으니 다시 책을 잡고 펼쳐지지 않아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읽다 보니 결코 쉽고, 만만하게 읽을 책이 아녔음을 읽을 수록 깨닫게 되었다. 좀 더 역사적인 공부나 철학적 공부가 더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여성주의 책들은 늘 그랬지! 아주 일관성 있게 늘 꾸준히...더 깊은 공부를 하길 요구?해 왔었지!!😳😳)

그리고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여성주의 책들은 마지막 부분이 좋다.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면 용기가 생기고, 위로도 받는 기분이다.
그럴려고 책을 읽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마지막 11편-가부장제의 창조 편이 참 좋아서 밑줄 긋기는
더 많이 하였으나,
이상하게 되려 정리하기는 쉽지 않은 듯 하다.
앞서 중복되는 말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 이유도 있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한 구절만 기록해 둔다.
책의 제목을 <가부장제의 창조> 라고 왜 지었을까?
늘 궁금했었다. 창조라는 긍정적인 단어를 붙인 이유가 무엇일까?
계속 의문이 들었는데 뒷편을 읽으니 실마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가부장제의 역사 주변부에 서 있었던 여성들이 이제는 ‘회의적‘ 이며, ‘비판적‘ 사고관을 갖추어 주변인이 아닌 주체가 되어야만 가부장제의 역사를 창조하여 지배와 위계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책의 제목이 읽힌다.
노력하여 공평하고, 동등한 세상을 조금씩 만들어 나간다면
미래의 여성들이 지금 우리 여성들의 역사를 읽을 때,
지금처럼 한숨 짓거나 더이상 눈물 글썽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미래가 되었음 하는 마음이 간절해 진다.






가부장제는 거의 2500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남성과 여성에 의해 형성된 역사적인 창조물이다. - P373

개혁(reform)과 법적 변화는 여성들의 상황과 여성해방 과정의 본질들을 개선시키는 반면, 가부장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가부장제를 바꾸고 그래서 그것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개혁이 거대한 문화적 혁명 안으로 통합될 필요가 있다.
가부장제 체계는 여성의 협조가 있어야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성의 협조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수단에 의해 확보된다. 그 수단들은, 성별교의의 주입(gender indoctrination), 교육기회의 박탈, 여성의 역사에대해 알지 못하게 하는 것, 여성의 성적 행동에 따라 ‘존중받을 수 있음‘(respectability)과 ‘일탈‘ (deviance)을 규정함에 의해, 제재와 노골적강압에 의해, 경제적 자원과 정치적 권력에의 접근 차별에 의해, 그리고동조하는 여성들에게 포상으로 계급적 특전을 줌으로써 여성들을 분리하고 서로 반목하게 하는 것이다.
- P380

우리는 어떻게 남성들이 남성적 생식력(male procreativity)이라는반실제적(counterfactual) 은유를 바탕으로 신학이론들을 구축하였는지,
그리고 여성적 존재를 협소하고 성적으로 예속적인 방식으로 재정의하였는지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성별에 대한 은유 자체가 남성은 정상적으로 여성은 일탈적으로,  남성은 완전하며 강력하게 여성은 미완성이며 불완전하고 자율성이 결여된 것으로 표현하였음을 보았다. - P384

우리는 의식의 변화를 두단계에서 일어나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우리는 반드시, 최소한 당분간은 여성중심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가능한 한 가부장적 사고를 떠나야 한다. - P396

가부장적 사고의 바깥으로 나가기가 의미하는 것은, 사고(thought)의모든 알려진 체계를 향해 회의적이 되는 것이며, 모든 가정들과 서열짓는 가치와 정의들에 대해 비판적이 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것, 여성의 경험을 신뢰함으로써 누군가의 진술을 검증하기. 그런 경험은 대체로 하찮은 것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되었기 때문에그것은 우리 자신과 우리들의 지식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자신 속에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저항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 P396

것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위대한 남성들을 없애고, 그 남성들을 우리 자신으로, 우리의 자매들로, 익명의 선대여성들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부장적 전통 속에서 훈련된 사고인 우리 자신의 사고에 대해 비판적이 되기. 결국, 그것은 지적 용기, 즉 혼자 우뚝 설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게 닿는 것보다 더 멀리 뻗으려는 용기, 실패를 감수하는 용기를 발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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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6-30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제를 찾조했다 했는데, 발명이라 해도 괜찮겠습니다 거기에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들어가는군요 그럴 것 같기는 합니다 여성은 그렇게 될지 몰랐겠지요 앞으로는 세상이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2-06-30 09:40   좋아요 0 | URL
올바른 가부장제를 건설해 나가는 것은 남성만이 아닌 여성들도 함께 해 나가야 하고, 여성들의 의식도 변화해야만 새로운 창조가 된다는 것 같았어요. 희선님의 글을 읽으니 이것은 창조가 아닌 발명이란 말도 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어요.
생각의 전환이 된셈이니 새롭게 의식이 발명된 것이나 다름 없네요^^
우리가 잘 살아서 후세의 여성들은 좀 더 살기 편한 세상이 되었음 좋겠어요.^^

다락방 2022-06-30 0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1장 읽는게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가부장제를 유지하는데에는 여자들도 필요했다는 것도 뼈아프고요. 이제 우리가 알았다면 모르던 때랑은 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성주의 책을 읽는 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더 많은 그리고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필요로 하게 되지만, 그 공부가 또 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물론 공부를 하는 것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저의 의지가 반영되야겠지만요.

책나무 님, 한달간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7월도 고고씽!!

책읽는나무 2022-06-30 09:53   좋아요 2 | URL
가부장제 가부장제..하면서 그저 남성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녔더라구요.
늘 그렇게 믿어 왔었던 역사여서 더 이상 회의적으로, 비판적으로 생각해오지 않았었던 과거의 시간들, 교육을 시키지 않으니 당연히 공부하지 않았던 시간들, 그 시간들로 인해 여성들이 종속되어 더 고통받아 왔었던 가부장의 역사가 되었던 것이구나! 란 생각이 들었어요. 거다 러너 작가는 좀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 주는 사람이었어요. 가부장제에 여자도 필요함!! 생각지도 못했었던...^^
늘 한 달, 한 달...놀라움으로 한 계단씩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읽을 때는 어렵고, 제대로 이해하고 읽는 것인지? 오독하고 있을까봐 때론 읽는 것 자체가 두려울 때도 있긴 합니다만, 말일 경엔 늘 제가 한 뼘 더 성장해 있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동안 알지 못한 세계를 알게 되었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래서 좀 더 괜찮은 여성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거든요^^
아직 걸음마 단계라 갈 길이 멀지만,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늘 감사해요.
매달 새롭게 눈을 뜹니다.^^

거리의화가 2022-06-30 09: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11장 정말 좋았어요~ 여성들이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책이 여성주의 책 읽기 한 후로 손꼽히는 책이 될 것 같아요. 고대 역사라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지만 저는 과거의 기록 속에서 여성들이 어떠한 존재였는가 예시로 들어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다음달도 힘내요~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6-30 10:01   좋아요 2 | URL
화가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번 책 분명 손에 꼽히는 책이 맞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은 제가 책을 읽던 초반에 세 손가락에 넣고 싶다고 하셨어요. 읽고 나니 그 느낌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겠더군요.
우리네 역사와 완전히 같을 순 없겠지만, 서구의 고대 역사의 순간부터 여성이 종속되어 성차별을 받고, 노예화 되어 간 과정을 알게 되니...뭔가 체계가? 잡히는 느낌이었어요.
보는 눈이 좀 커진 느낌이랄까요?
어려운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늘 매번 제가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여성들을 바라보는 눈빛도 조금 많이 달라지게 되었구요.
이래서 책을 읽게 되는 건가 봅니다^^
다음 달은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점이죠?
우리 더워도 잘 참고, 또 읽어보자구요. 다음 달 책은 또 얼마나 우리를 성장시켜 줄까요?^^

scott 2022-07-02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빠를 위해 나무님 죽도 끓여 놓는 착한 딸!!

가부장제가 거의 2500년동안 지속 되어 왔다ㄴ!

나무님 주말 !
가사 일 손 놓귀!
식구들 모두 각자 도생으로~~

책읽는나무 2022-07-06 22:10   좋아요 1 | URL
늦게 댓글을 봤네요.
귀한 걸음 하셨는데 말이죠^^
죽은 그 주 아빠가 발치하시고, 임플란트 시술하시는 날, 며칠 죽 끓여 드렸는데 그러곤 아파트 갑갑하시다고 친정 집으로 쓩~ 올라가셔서 요즘엔 죽을 끓이고 있진 않아요^^
죽을 너무 대량으로 해드렸었나 봅니다.
아직도 죽이 냉장고에 많다고...ㅋㅋ
경로당 동네 어르신들도 오리죽인가? 따로 끓여 주신다고도 하시구요.
그래서 제가 그닥 별로 하는 일이 없네요^^
더운데 죽만 드시는 아빠가 고생이신데...아빠 모습 보면서 요즘 제가 완전 양치질을 얼마나 자주 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ㅋㅋㅋ
스콧님도 이 관리 잘하세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 치아 엑스레이 사진 보니깐...ㅜㅜ
이제부터라도 단 걸 조금만 먹어야 겠더군요. 이래놓구선 덥다고 하루에 아이스크림을 몇 개나 먹고 있는 줄 모르겠습니다ㅋㅋㅋ

암튼 더운데 건강 관리 잘 하시어요^^

공쟝쟝 2022-07-07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페에서 혼자 책읽는 걸 못하는 나무님!🫢 날도 더운데 이번 달에 한번 해보심이 어떠세요? ㅋㅋㅋㅋ 나 너무 멋있을 거 같아요. 아바라 놓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을 공들여 혼자 읽고 있는 중년 여성의 모습… 너무 너무 멋있다 ㅠㅠㅠ 와 ㅠㅠ 너무 멋있는데?

책읽는나무 2022-07-07 22:07   좋아요 1 | URL
아...안그래도 울 동네 넓은 매장에 에어컨 빵빵한데 빈 테이블 가득한 카페들 보면 내가 어뜨케 대신 앉아서 뭐라도 하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ㅋㅋㅋ
아파트 독서실 에어컨이 영 시원찮은 것 같아 집에서 내다 보이는 카페 그곳 2층에 가볼까? 맨날 쳐다 보고 있는 중입니다. <전쟁 여자 얼굴> 책 읽기 시작하는 인증샷은 카페에서 한 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정말 카페에서 책 읽는 중년의 모습. 멋있는 거 맞는 거죠?ㅋㅋㅋ

공쟝쟝 2022-07-07 22:14   좋아요 1 | URL
당연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난 그렇게 늙어갈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