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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실로 오랜만에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게 되었다.
아이를 위한 동화든,어른을 위한 동화든 이런 책을 읽을 때는 긴장감을 풀고 읽어야 좀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여 조금은 조심스럽다.
책 속에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정성스레 곁들여져 있어 그곳으로 눈길이 머물면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듯 하다.
책은 이솝 우화인 <사자와 생쥐>와 우리네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를 오묘하게 잘 섞어 놓았다.
사자와 생쥐의 대화를 읽다 보면 책의 제목처럼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의 주제가 조금씩 드러나, `아!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상대방의 숨어 있던 장점들을 끌어 올려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가벼이 넘겨 버리다 보니,한 번쯤 생각해 본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지경이 되어 버렸다.
요즘 문득 저질러 버린 실수들을 반성하다 보면 늘 `생각'이 있고,없고의 굴레에서 늘 똑같은 결과를 받아들고 허탈한 경우가 종종 있다.
`세상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로 가득하다'(4쪽)
작가의 말에서 나온 첫 구절은 깊게 생각해 보지 못해 놓치고 마는 더 멋진 세상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을테고,깊게 생각하지 않아 늘 뒤늦은 후회의 삶을 살아가는 `나'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란 단어 하나로 수갈래의 생각들로 이어지려는 찰나,동화는 가볍게 유유히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특히 사자와 생쥐가 바다와 하늘 같은 대자연을 여행하며 바다사자를 구해주고 친구가 되는 장면이 좋았다.(읽으면서 문득 아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에서는 뒷부분의 나의 기억이 애매하단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그저 선녀가 옷을 빼앗겨 나무꾼과 살다가 아이 둘을 안고 하늘로 올라가던 장면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선녀가 나무꾼과 살기로 결심한 대목을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장면으로 그려 놓고 있다.
"그는 나를 가장 나답게 빛나게 해줘요."
막내 선녀를 데리러 온 언니 선녀에게 막내 선녀가 한 말이다.
전래 동화의 내용이 이 책의 내용처럼 그려졌다면, 책을 읽는 아이들의 정서가 또 어떤 식으로 다듬어질지 모를 일이다.
선녀를 재회하기 위해 공의(영원한 평안과 안전이고, 우주의 질서를 유지해 주는 조화로움)를 설득해야 하는데,공의를 설득하기 위해 자비를 베푸는 극진한 삶을 살아내는 나무꾼의 삶은 부부의 삶이 평생 서로에게 그러해야 하는 것임을 말하는 듯 하다.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괴롭다.
두 가지가 다 만족될 수 없는 게 지구인들의 운명이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 함께 다리를 묶고
천천히 멀리 가기를 택하겠다.
함께 다리를 묶고 걸으며 겪은 경험들이
나를 풍부하게 성장시켰으니 말이다.
이제야 나는 한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며
그 사람의 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4쪽)
`아내'라는 위치에 서 있어서인지,읽다 보니 선녀와 나무꾼 두 사람의 부부관계가 눈에 들어왔고,작가의 말 또한 더 특별하게 읽히는 동화책이었다.
책의 그림도 흑백톤이라 담담하고 무난하게 읽히지만,조금씩 스며드는 기운은 꽤나 귀엽고 책의 내용만큼 정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