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 두 집에서 우리집을 보고 갔는데....두번째로 온 손님들이 바로 가계약을 했다.
부동산에 집을 내놓기는 지난주 금요일쯤 내놓긴 했는데....정작 집을 보러 온 날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맨처음 집을 보러 오신 아주머니는 자꾸만 집에 걸려 있는 융자금을 들먹거리고....내가 이달말까지 잔금을 치뤄주십사고 했다가 쓴소리만 들었다.안되면 중도금이라도 어떻게 안되겠느냐고 했더니 그쪽도 다음달 20일쯤 잔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그러고.....옆에서 지윤이랑 지수는 자꾸 칭얼대고......조금 짜증이 밀려왔다.
그리고 전날 서재질 하느라 새벽늦게까지 컴에 앉아 있어 잠도 제대로 못잤고, 아침일찍부터 집 보러 온다는 소리에 늦잠자다 놀라 일어나 집 치운다고 혼자서 엄청 바빴던터라 몸이 피곤하다보니 자꾸 트집을 잡는 것처럼 들려 처음 집을 보러 온 아주머니가 좀 부담스럽더라는 것!
그래도 그냥 돌려보내놓고나니 마음은 다급하여 혼자서 후회하면서 안달했다는 것!
하지만 두 번째 부부가 들이닥쳐 남편되는 사람이 아주 꼼꼼하게 집을 살펴보더라는 것!
주방이며 욕실이며 수돗물을 다 틀어보며 관리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까지 하는데 정작 부인되는 사람은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 좀 의아했었다.
서울에서 살다가 부산으로 내려오는 분위기인 것 같아 보였다.
서울 사람들은 대개 좀 꼼꼼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아~ 집을 보러온 남편분 정말 꼼꼼한 성격인 것 같았다.그래도 꼼꼼하게 집을 본 만큼 마음에 들었는지 오후에 가계약을 했다고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일단 말일까지 잔금을 다 못받아도 가계약을 했다는 것 자체가 기뻤다.하지만 고만 긴장이 풀려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렸다.

며칠전 집을 내놓았는데 집이 빨리 나갈지 모르겠단 소리에 진우맘님께서 집이 어서 나가라고 주문을 걸어주시더니만 정말 그주문이 먹혔나보다라고 혼자서 생각했다는 것!
(진우맘님 땡큐~~^^)

내가 이사갈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내가 집을 볼적에 벽지에 아이들이 낙서해놓은 흔적을 보고서 도배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더니 집주인쪽에서는 아마도 도배를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도쪽에는 전세를 놓을적에 도배,장판이 너무 지저분할때 새로 해달라고 하면 의무적으로 해준다.물론 1~2년 같은 단기간에 자꾸 도배를 해달라고 하면 해주진 않지만 3~4년이 지났을경우 도배를 해준다.요즘은 장판은 잘 갈아주지 않는데 도배는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 분위기이다.)
혼자서 어떡하지? 고민하다 신랑회사 업체 사람한테 벽지를 구해달라고 할까? 고민하던차에 살고 있는 사람이 전세기간전에 이사를 나가는 입장이라 미안하다면서 자기들이 띠벽지를 발라서 아랫부분만 도배를 해주겠다고 했다.심지어 안방은 전체를 다 도배를 해주겠단다.
아~ 나는 집주인쪽에서 해주는 것은 보았어도 전세를 살다가 나가는 사람들이 도배를 해주는 것은 처음 봤아까 잠깐 그분과 통화를 했는데 이미 주말에 벽지를 다 발라놓았단다.그래서 처음보다 더 깔끔하고 예쁘게 된 것 같다고 얘길한다.
그리고 이달말까지 대출을 내서라도 잔금금액을 맞춰서 잔금을 치뤄주겠다고 얘길했더니 계속 고맙다고 한다.이미 가계약을 할때 이달말까지 잔금을 치루겠다라고 약속을 했기에 그약속을 지키는 것인데 그분은 무척 고마워한다.

나는 이렇게 착한 사람들이 많은가! 라고 새삼 느꼈다.
운이 좋은덕인지~ 매번 이사할적마다 우리가 들어가는 집에 먼저 살다가 이사나가는 집들의 사람들이 대개 다 친절하고 사람들이 좋아보였다.하긴 그러고보면 이사를 몇 번 하면서 이사 나가고,들어오는 사람들 대부분 친절했던 것같다.
이곳에 이사오기전에 살던 아파트에 이사들어갔을때는 살던 아주머니가 이것 저것 전달사항을 일일이 쪽지에 적어서 씽크대에 붙혀놓은 적도 있었다.전달사항중에도 은행은 어디 은행이 있으며,마트는 어디가 가깝고,편리하고,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날은 언제고,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은 언제이며... 그리고 잘 사시라는 말도 덧붙여 놓았더랬다.
그 쪽지를 보면서 그집에서 첫출발을 아주 기분좋게 시작했었다.

이집에서 살다가 이사 나간 집 부부도 무척 사람좋아보였었다.
하지만 내겐 좀 특별하게 기억되는 이집은 이사오는날 시부모님이 직접 오셨더랬는데....점심때 시부모님을 모시고 외식을 했었다.
내겐 어머님을 모시고 외식한적이 몇 번 되지 않아 손에 꼽을 수 있는데 그때 같이 한 외식이 내겐 좀 많이 특별했었다.쌍둥이를 가져 배가 불렀을적이었기도 했었고, 입맛 없어하시던 어머님이 그날따라 맛있게 드시던 모습도 아련하게 떠오른다.이집에서 산 1년이란 그짧은 시간속에 어머님과 함께 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이집도 기억에 많이 남지 싶다.
이집에 사는동안 쌍둥이들도 낳았고,혼자서 낑낑대며 쌍둥이들을 키웠던 곳이다.
아파트 바로앞에 초등학교가 있어 이아파트를 이사나간다는 것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이사갈 그곳도 유치원이랑 초등학교가 가까워 안심이다.

자꾸 이사를 하다보니 이골이 났을 것 같지만 자꾸 해를 거듭할수록 이사하기전날은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하며....이사를 가서는 그곳의 낯설음에 적응하는 기간이 조금 곤욕스럽다.
물론 이번에 이사갈 곳은 옛시절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친정근처동네라서 한결 마음은 편하다만.......
그래도 몇 달간은 낯설지 싶다.

암튼....마음이 심란하긴하나 일단 집이 나가서 천만다행이다.
다리 쭉 펴고 잠 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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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3-22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행이네요. 걱정하셨을텐데 일이 착착 진행되셔서 이제 마음이 놓이시죠?

치유 2007-03-22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저씨 정말 꼼꼼하시네요..
그래도 집이 정말 빨리 나갔네요..
그곳에서도 곧 적응하며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시겠지요..

미설 2007-03-22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하던 일이 잘 풀려서 다행입니다. 그 세 들어오신다는 부부 모습이 저희 모습이랑 좀 닯았네요--;;; 그 정도로 꼼꼼은 아니지만 이번에 이사오면서 저는 영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예 남편 혼자 집 보러 다녔어요. 아마 부동산에서도 좀 이상하게 생각하신듯 하더라구요. 저보다 훨 꼼꼼하게 신경써서 보니까 뭐 저야 따라 다녀봤자 애 데리고 힘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집이 괜찮더라구요 ㅎㅎ 저도 참 무심한 스타일이지요..

클리오 2007-03-22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되었네요. 이사가 영 날짜 맞추기도 머리아프고 그런데. 잘 해결되었다니 다행. 이제 이사만 가시면 되겠네요. 그것도 큰 일이지만요...

kimji 2007-03-23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겠다. 그것만으로도 박수입니다!

호랑녀 2007-03-23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한 고비 넘으셨네요. 이사라고 하면 징글징글하지만, 그래도 기분전환도 되고 장점도 있더라구요 ^^
몸 상하지 마시고, 챙겨가면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