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있던 신문지들을 버리려고 꺼냈다가 어제 읽은 기사가 다시 눈에 띄었다. 최근 번역돼 나온 <미국 사회과학의 기원>(나남, 2008)의 번역자 백창재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다. 두 권짜리나 되니 당장 읽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인문학의 즐거움>(휴먼&북스, 2008)에서 '미국 인문학의 기원'에 대해서 잠시 들여다볼 수 있었던 기억 때문에 이 책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대략의 윤곽 정도는 아래 기사에서 챙겨볼 수 있다. 학문의 대미 종속에 대한 문제의식도 덩달아 챙겨두면서...

경향신문(08. 06. 02) “국내학계 美사회과학 신화 깨야”

“미국 사회과학의 보편성과 역사성이 한국에도 유효한지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미국 사회과학은 한국이 그대로 따라야 할 ‘보편’이 아닙니다.” 백창재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48)가 최근 ‘미국 사회과학의 기원 1·2’(나남)를 같은 대학의 정병기 연구교수와 함께 번역, 출간했다. 지난 29일 만난 백 교수는 미국 지성사 연구의 대가인 도로시 로스의 이 책을 번역한 이유를 ‘한국 사회과학의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국 학문은 오랜 기간 해외의 영향을 받아왔다.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영향이 컸지만 해방 후에는 미국 학문, 그중에서도 사회과학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적 사회과학’이라는 말을 하면 즉각 사회과학은 보편적 학문이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보편적 지식을 추구하는 만큼 ‘한국적’ ‘미국적’ 이런 것이 없다는 겁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번 책에서 보론과 해제를 통해 밝혔지만 백 교수는 미국 사회과학의 과학성 또는 보편성에 대한 한국 학계 내 신화가 더 깨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로스의 논의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미국 사회과학에 담긴 ‘과학주의’ 문제다. 로스의 논의는 미국이 구대륙과 다르다는 ‘미국 예외주의’에서 출발한다. 예외주의의 대상은 계급갈등에 시달렸던 유럽 자본주의 또는 유럽 정체(政體)였다. 미국이 예외이려면 계급갈등 없는 산업화를 이뤄야 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사회과학자들의 책무였다.

이 과정에서 미국 예외주의는 자유주의와 결합됐고, 사회과학계에서는 미국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졌다. 또 사회과학자들의 근본문제는 사회를 어떻게 관리·통제하느냐에 맞춰졌다. 단기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과정과 통제의 사회과학’이 지배하게 된 것이다. 사회과학은 추상적 체계와 계량적 측정기법으로 고착됐고, 이것이 ‘과학주의’라는 이름으로 보편성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백 교수는 “미국 사회과학은 미국의 특수한 사회적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나온 역사적 산물”이라며 “그것은 일상적·실용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만 익숙해져, 거대 사회문제가 생겨도 볼 수 있는 도구가 없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명해진다. 미국 사회에 비해 변화와 갈등이 여전히 중대한 문제로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미국 사회과학의 보편성·과학성을 중시하는 것이 얼마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모습인지.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박사들이 국내 주요 대학 교수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간단해 보이는 이런 문제조차 인식하기 어렵게 한다.

백 교수의 이번 번역은 학문마저 미국 종속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더 의미가 있다. 일부 사립대에 이어 서울대마저 교수임용과 승진 심사에서 톰슨사라는 미국 민간기업이 만든 ‘사회과학인용지수(SSCI)’ 논문 게재 실적을 요구하는 규정을 마련 중이다. 백 교수는 “창피하고 비극적”이라고 했다. “SSCI 실적을 쌓으려면 한글로 써야 적합한 논문조차 영어로 써야 하는데, 해외 학자들은 왜 그러는지 전혀 이해를 못합니다.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SSCI 실적을 요구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마 지구상에서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합니다.”

백 교수도 미국 UC버클리에서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와 10년쯤 지나니 사회과학이 우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외에도 이런 생각이 들더란다. “미국은 학계가 두꺼워 더 이상 쓸 주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 명의 학자가 큰 건물에 벽돌 하나씩 채우듯 꽉 맞물려 돌아가는 거죠. 우리는 미국처럼 벽돌 하나씩 채워 집을 짓기엔 학계가 빈약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담벼락 하나 쌓거나 벽돌 여러 개 채우는 걸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전공(미국의 대외정책) 외에 이런 문제에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손제민기자)

08. 06. 03.

P.S.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론 '학문 주체화의 새로운 모색'이란 부제를 가진 <우리 안의 보편성>(한울, 2006)이 있다. 묵직한 책이긴 하나 별다른 반향 없이 묻혀 버린 책이기도 하다(나부터도 무게와 가격이 부담스러웠으니). 그래도 찾아보니 소개기사 정도는 챙겨두었었군(http://blog.aladin.co.kr/mramor/907805).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학문 속의 미국>(한울, 2003)도 관련도서다. '미국적 학문 패러다임 이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그 부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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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krad 2008-06-03 20:58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서구의 신화를 깨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대부분 유학 갖다 온 분들이더라구요. 역시 큰 물에서 놀아봐야 하는 건가요...

로쟈 2008-06-04 00:08   좋아요 0 | URL
그런 면도 없진 않습니다. 탈식민주의 이론 같은 게 대표적인데, 많은 부분 미국 대학의 엘리트 담론이었으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06-04 00:12   좋아요 0 | URL
역시 미국사회 과학 특유의 추상적 체계와 계량적 방법에 대한 고전적 비판은 밀즈<사회학적 상상력>이죠.이해찬 씨가 휴학중 번역한 모양입니다.저는 지금도 종종 봅니다.
국내 연구서적으로는 권용립<미국-보수적 정치문명의 사상과 역사>역사비평사1991이 좋았어요.특히 초기 미국사 해석에 대한 논쟁,보수적 복음주의 개신교의 영향 등이 자세히 나와있어서 좋았습니다.근데 좀 어렵더군요.
박정희 시절 국적있는 한국적 사상이란 시각에서 쓴 대표적인 글로 박종홍 씨 글을 많이 거론합니다만 신일철 씨의 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신일철 한국사상서설.이 글은 신일철 외 저<한국의 사상가12인>현암사 현암신서26 서문입니다.한국적 민족주체성 냄새가 물씬 풍기죠.
역시 이런 문제는 학문의 보편성 특수성 논쟁과 얽히게 마련인데 정통 맑시즘 시각에서 이 문제 다룬 것으로 이진경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이 괜찮았어요.특히 제3장.독일 문헌을 자유자재로 인용한 것이 부러웠어요.

로쟈 2008-06-04 00:10   좋아요 0 | URL
밀즈의 책은 고전이고, 권용립 교수의 책은 새롭네요. 박종홍, 신일철 교수의 책들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습니다. 미국식 학문의 대안이 '민족주의 국학'이라고 생각되진 않아서요. '우리 안의 보편성'을 찾아내고 이론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6-04 00:17   좋아요 0 | URL
그래요.국학...그들도 그런 소신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박정희 식 민족주의 냄새가 너무 나지요.그런데 이런 식의 민족주의가 보수적 한국사학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요즘은 이태진 한영우 식의 민족주의가 그 계열 같아요.고종 살리기나 박정희 살리기라는 공통점으로 뭉쳐 있구요.
저는 요즘 프랑스 철학에 심취한 이후의 이진경 씨 책은 안 봤어요.예전 자신의 사과방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로쟈 2008-06-04 18:11   좋아요 0 | URL
책을 다시 낸다는 것으로 보아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2008-06-04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6-04 18:09   좋아요 0 | URL
빠르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06-05 23:45   좋아요 0 | URL
개정 사과방 서문에는 전향의 변이라도 써야겠네요.

로쟈 2008-06-06 12:02   좋아요 0 | URL
책이 나와보면 알겠죠.^^
 

연일 계속되고 있는 촛불시위에서 20년전(87년 6월)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도 드물진 않다. 하지만 세상은 좀 달라졌고 시위문화 또한 그러하다. 웹2.0 기반의 인터넷이 새로운 '참여형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진단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2.0 민주주의 시대'로 돌입하게 되는 것인지 사태의 추이가 주목된다. 오늘자 지면에 실리는 듯한 기사 두 편을 옮겨놓는다.

한겨레(08. 06. 03) '참여형 인터넷’이 민주주의 토양

새로운 정보화 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촛불시위대’가 집회·시위 문화에 일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웹2.0’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웹 2.0이란 공급자 중심이던 초창기 인터넷 이용과 달리, 서비스 업체가 플랫폼을 이용자에게 개방하며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이용자 스스로 참여와 소통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콘텐츠까지 만들어내는 ‘참여지향형 인터넷 이용 형태’를 말한다.

무선인터넷 활용한 현장 생중계= 과거에 특정 게시판과 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보교환과 연락이 이뤄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무선인터넷 기술과 동영상 중계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대규모 장외집회가 열릴 때마다 이를 중계해온 <오마이뉴스>의 중계방식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오마이뉴스는 그동안 텍스트와 사진을 중심으로 편집한 기사를 ‘현장 O신’ 형태로 시차를 두고 올려왔지만, 이번에는 동영상 현장중계가 중심이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방송팀장은 “현장에서 와이브로를 이용해서 중계센터로 송출해서 화면을 변환하고 자막을 입혀서 내보냈다”며 “전에는 생중계를 하려면 차 한 대 분량의 장비가 출동해야 했으나, 무선인터넷 덕분에 노트북과 캠코더면 충분해 기동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1일 하루 인터넷 중계를 본 사람만 122만2천명으로, 사상 최고치였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개인이 채널을 열고 실시간 방송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프리카(www.afreeca.com)는 플랫폼 개방을 통해 이용자들의 적극 참여를 끌어낸 곳이다. 아프리카를 서비스하는 나우콤의 집계로, 촛불집회가 본격화한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생중계된 인터넷 개인방송의 누적 시청자 수가 400만명을 넘어섰다. 갈수록 생중계 채널과 시청자가 늘어 1일에는 2501개 채널을 통해 시청자가 127만명을 넘어섰다. 2500개가 넘는 중계 채널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채널당 200명인 접속자가 꽉 차면 자동으로 영상을 전달받아 방송하는 또다른 채널이 열리기 때문이다.

나우콤 박은희 팀장은 “노트북·캠코더·무선인터넷만 있으면 누구나 생중계가 가능하다”며 “현장에서 노트북에 물린 캠코더로 찍은 영상이 편집 없이 실시간 중계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중계방송을 보다 집회현장으로 달려나갔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서비스를 한 지 3년간 이번처럼 많은 이용자가 몰리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앞선 정보화 마인드= 이번 집회에서 중심으로 나선 10대들의 앞선 정보화 마인드도 변화를 설명하는 요소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청소년 세대는 휴대전화·캠코더 등 정보화 기기를 사용하는 능력이 20·30대에 비해 탁월하다. 이들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읽는 용도로 사용되던 인터넷 기술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박수호 사무국장은 “인터넷이 정보를 확산시키는 역할은 잘 하지만 구체적 행동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게시판은 익명성이지만 휴대전화를 통해 친구에게 집회 참가를 제안할 경우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인터넷을 통한 인지 확산과 휴대전화를 통한 네트워킹으로 실제 참여를 이끌어낸 데에는 정보화 마인드가 뛰어난 청소년들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청소년들의 가담을 선동에 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은 성급하다. 윤영민 한양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선동이란 잠시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로 대중을 속이려는 것인데 웹2.0 시대의 인터넷에서는 선동이 통하지 않는다”며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채널이 있기 때문에 누군가 잠시 동안 일부를 속일 수는 있어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말했다.(구본권 기자)

한겨레(08. 06. 03) “공유와 연대는 우리의 힘”…실시간 ‘일파만파’

동호회 카페, 주부 모임 등 각종 온라인 소모임들이 빚어내는 인터넷 여론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싹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기민한 대응력. 편을 가르고 탁상공론할 시간도 없이 실시간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행동’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과정에서 보여준 이들 온라인 풀뿌리 조직은 새로운 ‘피플파워’로 등장할 조짐이다.

■ 뒤흔든다=라인에서 형성된 ‘촛불 여론’의 힘은 시장까지 뒤흔들 정도다. 주방용 생활용품 전문업체인 락앤락은 1일부터 문화방송 라디오의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입니다>에 협찬을 중단했다. 진행자인 정선희씨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비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뒤, 이 회사에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친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홈페이지 게시판과 고객상담실에 정선희씨가 진행하는 정오의 희망곡에 협찬을 하는 데 항의하는 글과 전화가 쏟아져 6월부터 협찬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자 다시 격려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또 2일치 <조선일보>에 광고한 업체들의 목록을 게시판에 올려놓고 전화 돌리기 운동을 펴고 있다. ‘조중동’ 웹사이트에 배너광고를 게시한 업체에도 항의중이다. 이들 사이트에 1일까지 배너광고 내보냈던 지마켓은 2일 배너광고를 아예 내려야 했다.

■ 끝이 없다=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와 주부들이 활동하는 82쿡, 마이클럽 등의 사이트에는 ‘조·중·동’ 3개 언론사에 광고를 실은 기업들 리스트가 올라온다. 기업 이름은 물론 고객 의견을 접수하는 전화번호, 사이트 주소까지 시시각각 ‘업데이트’된다. 한 누리꾼은 매일 주요 일간지 1면을 디지컬카메라로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전날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서다.

누리꾼들이 올리는 정보들은 제각각이지만 여러 정보들이 스크랩되고 퍼날라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 누리꾼이 ‘집회때 전경이 여학생을 밟았다’고 올리면 다른 목격담들이 합해져 포털 사이트에 올라간다. 곧 이어 언론매체에 관련 동영상이 뜨고, 학생의 신상이 나오고, 현장에서 치료했다는 의사의 얘기도 더해진다. 조각조각의 정보들이 합해져 누리꾼들은 ‘폭력경찰 규탄하자’는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른다.

■ 빠르다=누리꾼들의 움직임은 실시간이다.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 연구원이 지난달 23일 ‘양심선언’ 글을 올리자 곧 이어 “김이태 연구원을 보호하자”는 글들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왔고 일파만파로 퍼졌다. 이에 다음날 건기연 쪽은 “김 연구원을 처벌할 근거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찰청에서 지난달 “온라인 시위 주동자를 처벌하겠다”고 밝히자마자 시민들은 “나도 잡아가라”는 글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새로고침’을 누르기가 무섭게 한 페이지씩 글이 올라오더니 경찰청 홈페이지는 결국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 1일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자 한 누리꾼은 구글어스에 대치 위치를 표시해 올려놨고, 곧 이어 초 단위로 현재 상황에 대한 댓글들이 달렸다. 신광영 중앙대(사회학과)교수는 “누리꾼들은 이른바 관료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기 때문에 사안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성과 내기도=누리꾼들의 이런 양태는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목우촌 등 조선일보에 광고를 실었던 기업들은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광고 중단 선언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촛불집회 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던 정선희씨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일부 광고가 중단되는 경험을 해야 했다.(송경화 박현정 기자)

08.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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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필름2.0을 보다가 알게 된 건데, 오는 5일부터 개막하는 제9회 서울국제영화제에서 러시아의 여성 영화감독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의 <최고의 날들>이 개막작으로 상영된다고 한다('프로스쿠리나 Svetlana Proskurina'란 이름이 왜 '프로슈리나'로 표기되는지 모르겠다). 내게도 생소한 이름이지만 알렉산드르 소쿠로프 감독과 공동작업을 하는 '러시아 예술영화의 대모'라고 한다(찾아보니 <러시아 방주>의 각본을 썼다). 관련소식을 옮겨놓는다. 영화를 몇 편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소식]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특별전

2008년 제9회 서울국제영화제가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여름의 시작과 함께 관객들을 찾아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1990년 <우연한 왈츠(The Accidental Waltz)>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했고 올해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회고전까지 열린 러시아 여성 감독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감독 특별전'이 바로 그것!

첫 작품 <페어런츠 데이(Parent's Day)>부터 2008년 최근작 <최고의 날들(The Best of Times)>에 이르기까지 위태로운 인간존재의 모습과 내면을 특유의 세밀함으로 묘파해 온 프로슈리나 감독은 알렉산더 소쿠로프(Alexander Sokurov) 감독과 공동 작업을 하는 등 러시아 예술영화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감독이다.

이번 서울국제영화제에서는 그녀의 특별전을 마련하면서 이 노년의 감독이 직접 방한해 자신의 장편 전 작품 6편과 그녀의 친구이자 멘토인 알렉산더 소쿠로프에 대한 개인적인 오마주인 다큐멘터리 1작품을 소개하고, 관객들과 직접 자신의 영화세계와 러시아 영화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마스터 클래스'도 마련한다.

제9회 서울국제영화제가 마련한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감독 특별전(Svetlana Proskurina Retrospective)' 에서 인물들 사이의 친밀성과 질투, 욕망과 죄 등 인간 실존의 조건들을 내밀하게 그러나 최소의 것으로 응집시키고 있는 작품들을 통해 그녀의 영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자.

Светлана Проскурина
биография

*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특별전' 상영작 목록

- <페어런츠 데이(Parent's Day)>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1981Ⅰ30min
Molodost 영화제 신인감독상, 최우수단편상, 최우수여우주연상

-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1986Ⅰ77min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경쟁부문



- <우연한 왈츠(Accidental Waltz)>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1989Ⅰ92min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
마르세이유 페스티발 여우주연상, 까르띠에 특별상
산 세바스티안, 토론토, 몬트리올, 이스탄불, 로테르담, 예테보리 영화제 상영

- <거울 속의 투영(The reflection in the mirror)>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1992Ⅰ80min
깐느 영화제 감독주간
뮌헨, 토론토, 몬트리올, 로테르담 영화제 상영
1995년 뉴욕 링컨센터 회고전



- <섬. 알렉산더 소쿠로프(Islands. Alexander Sokurov)>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2003Ⅰ38min

- <원격 접속(Remote Access)>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2004Ⅰ88min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
러시아 키노쇼크 영화제 최우수 여자주연상
모스크바 영화제 최우수 작품을 위한 필름클럽상
블라디보스토크 Pacific Meridians 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최우수 여우조연상



- <최고의 날들(The Best of Times)>
스베틀라나 프로슈리나 Svetlana ProskurinaⅠRussiaⅠ2007Ⅰ93min
2008 로테르담 영화제 회고전

08. 06.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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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8-06-03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터도 그렇고, <최고의 날들>의 주연들인가요? 배우들의 모습도 시선을 끄네요..

로쟈 2008-06-04 00:11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들이긴 한데, 이번주도 올스톱이어서.--;

노이에자이트 2008-06-04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소련 여배우는 루드밀라 사벨리에바가 제일 좋아요.<해바라기>에서 눈밭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장면...관람석에서 탄성을 지르는 이들이 많았어요.이 장면에서...이런 누나들은 안 늙는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예전 교육방송에서 이 배우가 나타샤 역으로 나오는 전쟁과 평화 방영할 때는 너무 길어서 (며칠 한 것 같음)못 봤지요.근데 영화 해바라기를 검색창에 알아보니 김래원 허이제 주연 해바라기만 나오네요.인터넷 정보의 한계...

로쟈 2008-06-04 18:11   좋아요 0 | URL
<전쟁과 평화>가 데뷔작이었죠.^^
 

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도서출판b, 2008)이 번역돼 나왔다. <세계공화국>(도서출판b, 2007)에 이어지는 책으로 역자 조영일씨는 <근대문학의 종언>(도서출판b, 2006) 이후 고진의 책을 매년 한권씩 번역하고 있다. 송태욱씨와 함께 고진 전문 번역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역사와 반복>은 아직 손에 들지 못했지만 매번 실망시키지 않은 저자인지라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그러고 보니 고진의 단독 저서는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만 빼고는 다 읽은 듯하다. 그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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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과 미학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9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9년 07월 31일에 저장
품절
역사와 반복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8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8년 06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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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공화국으로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7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08년 06월 02일에 저장
품절
근대문학의 종언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6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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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9#). 존 터먼의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재인, 2008)을 읽고 적은 것이다. 이어서 '101가지'까지 계속 세면(저자도 이 목록은 한참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의 쇠고기 협상도 포함되리란 내용까지 적으려고 했지만 분량이 금세 차버렸고, 마감에 몰려 쓴 글인지라 따로 원고를 조정할 시간도 없었다(가장 쉽게 쓴 글이지만 편집부에는 가장 늦게 보낸 글이다. 지면에서 읽으니 복수로 적은 명사들이 모두 단수로 교정돼 있다)...

 

시사IN(08. 06. 07) 오만하고 저급한 제국을 발가벗기다

“기만이 만연한 시대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이다.” 미국 MIT대학의 국제학연구소장인 저자가 서두로 삼은 조지 오웰의 말이다. 곧 그가 보기에 ‘기만이 만연한 시대’가 바로 우리 시대이며, 이 시대의 진실이란 ‘세계최강대국’을 자임하는 미국이 그동안 세계를 망쳐놓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 100가지 방법으로. “그게 어디 100가지뿐이겠어?”란 생각이 먼저 드는 독자라면 굳이 펼쳐보지 않아도 좋을 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의 예찬론자이면서 “미국이 정말로 100여 가지의 방식으로 세계를 망쳐놓았을까?” 의구심이 드는 독자라면 하나, 둘 세면서 차근차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은 영어본과 다르게 주제별로 재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죄목’으로 제일 먼저 다루어진 항목은 공통적인데, 그것은 ‘지구의 기후 변화’에 끼친 미국의 악영향이다. 얼핏 미국의 패권주의적 외교정책과 침략전쟁 등에 견주면 죄상이 가벼워 보이지만 저자가 보기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미국 문명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오염원이며 온실 가스 최다 배출국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4퍼센트가 사는 나라에서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퍼센트를 대기중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고자 하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세계 157개국이 서명하고 비준한 협약인데도 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 기업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예 “교토 협약이 우리 경제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우리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이며 환경파괴가 낳을 전지구적 재앙보다는 미국 경제와 미국 기업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부시를 비롯한 미국 권력 엘리트의 판단인 셈이다. 거기서 ‘민주주의’란 대의는 한갓 허울에 불과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강한 권력은 바로 ‘돈’이다. ‘돈’이라는 권력은 국제 무역이나 환경 관련조치, 전쟁, 그밖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테러와의 전쟁조차도 거대 군수업자들이 미 재무부의 예산을 더 뜯어내기 위한 술수였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렇게 돈에 의해 좌우되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저자는 ‘금권(gilded) 민주주의'라고 이름을 붙인다.

이 ‘금권’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부자 나라’ 미국은 대단히 성공한 나라다. 전 세계적으로 순자산이 80억 달러가 넘은 사람 중 절반이 미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의 반수 가량도 미국에 의존해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이 부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들이는 데에만 전념한다. 악행을 저지르고, 자선에 인색하며 정부 특혜와 재정 혜택을 요구하고,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 감면을 촉구한다. “미국은 이와 같은 부자들의 추악한 행위가 정점에 달한 나라이다.” 덕분에 점점 빈털터리가 되어 가는 세계인에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부자가 되어 우리처럼 인생을 즐겨라!

그런데 한편으로 지난 30년간 미국의 가계 실질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 불균형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라면 이 ‘아메리칸 드림’이야말로 불평등한 꿈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미국 빈곤층의 장시간 노동으로 이룩한 경제성장의 과실을 소수가 독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미국 기업 경영진의 봉급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475배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이 11, 영국이 22배인 것과 비교해보아도 얼마나 터무니없는 차이인가를 알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미국식 표준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만한 것일까?

책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오만과 저급한 상업문화에 대해서 줄곧 신랄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서문을 쓴 하워드 진의 말대로 “이런 책을 쓰고 읽고 출판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를 고양하는 일”이다. 감상적인 자기애를 바로잡고,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힘, 그래도 미국을 버텨주는 힘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08. 06. 02.

P.S. 미국식 '금권 민주주의'를 화제로 다루었지만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자기계발' 열풍에 대한 비판이었다. 요즘 출판계에서 유행하는 '시크릿' 열풍을 보면 한국사회도 얼마나 '미국화'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하긴 "부자 되세요!" 할 때부터 싹수가 노랗긴 했다). 연구해볼 만한 주제이다.

아침에 전철역에서 사읽은 이번주 시사IN에 실린 '외국IN 에세이' 꼭지에는 우연찮게도 '이산화탄소' 얘기가 실려 있다. 독일인 필자가 지적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한국인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한국은 1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1km당 5000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 수치는 이산화탄소 세계 최대 배출국이라는 미국보다 8배 더 높다."고 한다. 우리에겐 '기후 변화'이전에 '호흡'부터가 문제인 것이니 경각심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산소처럼 먹는 사람들'이란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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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2008-06-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uilded가 금권으로 번역되었군요. Guilded는 보통 도금이라고 많이들 번역하던데 말이죠. Golden Age를 비판한 마크 트웨인의 Guilded Age, 도금시대도 있고...^^; 관심가는 책입니다.

로쟈 2008-06-02 22:35   좋아요 0 | URL
'도금 민주주의'란 말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죠.^^

Kitty 2008-06-03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크릿 저 책은 처음 보고 뭐 저런 책을 팔 생각을 했나, 누가 저렇게 저걸 많이 읽나 했는데 한국에서도 히트친 모양이군요;;;

로쟈 2008-06-03 13:21   좋아요 0 | URL
'대박'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