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의 교수이자 저명한 문학연구자 스티븐 그린블랫의 신작(2017년작) <아담과 이브의 모든 것>(까치)이 번역돼 나왔다. 알라딘마을에서는 블로거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으니 뉴스가 아니다. 뒷북성 폐이퍼는 쓰는 건 구입한 지 수주만에 이제야 책장을 펼쳤기 때문이고 어제서야 주문했던 원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원서의 부제는 ‘우리를 창조한 이야기‘다. 비록 성서의 창세기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핵심 서사이기에(최소한 기독교문화권에서는) 특별한 이야기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무려‘ 책 한권을 헌정하고 있는 것.

사실 주제보다도 저자에 대한 기대치에 기대 주문한 책이고 원서까지 주문한 것도 같은 이유다(국내 소개된 모든 책을 그렇게 구입했다). 세상에 저자는 많고도 많지만 이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새로 만날 수 있는 저자는 한정돼 있다는 걸 안다. 새로운 저자보다 곁에 있는 저자들에게 한번 더 눈길을 주는 게 현명할지도. 게다가 책에 대한 갈망도 예전 같지 않은 만큼(의욕부진 상태?) 사실 <아담과 이브의 모든 것>도 언제나 읽게 될지 모른다.

다만 창세기는 밀턴의 <실낙원>(1667)과 연결되고 <실낙원 >은 다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을 통해 상기되는 만큼,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강의를 다음주에 하게 되는 김에 조금 살펴볼 수는 있겠다. 사라진 의욕을 되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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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째다. 우산을 가방에 넣고 다닌 지가. 집을 나섰다가 이침의 흐린 하늘을 보고 장마 예보도 상기해서 다시금 걸음을 돌려 우산을 챙겼지만 아직까지는 헛수고로 보인다. 밤에는 비소식이 있을지 기다려볼 참.

지방강의를 마치고 귀경하는 금요일 저녁은(그래봐야 한달의 절반은 주말에도 강의가 있기에 절반의 저녁이다) 한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는 안도와 피로감에 젖을 때다. 하지만 오늘은 저녁 도서관강의가 예정되어 있어서 서울역에 도착하자 마자 바쁜 걸음으로 다시 이동해야한다. 짐작엔 잘해야 강의 5분전에 도착할 모양새다.

이댤 들어서는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강의를 자주 하고 있다. <더블린 사람들>과 <율리시스>를 연이어 읽기 때문인데, 거기에 <젊은 예술가의 초상>도 간간이 덧붙여진다. 강의의 조건이기도 해서 나는 조이스의 문학사적 의의와 성취에 대해 나대로 설명한다. 원숙한 자연주의적 기법을 구사하던 작가가 새로운 모더니즘 문학을 창안하기까지의 여정. 그와 관련하여 많은 책을 구했고 몇권은 배송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여름에 조이스와 승부를 마무리해야 영국문학기행의 첫 기착지로 더블린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이후 문학강의는 내게 여분에 해당한다. 카프카와 조이스와 프루스트에 대한 강의가 대략 어림해서 종착점이었기 때문이다. 남은 건 반복과 확장이지만 결정적인 변화나 깨달음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무리하여 책으로 펴내는 일이 과제로 남을 뿐. 그걸 밑거름 삼아서 누군가 더 전진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앞으로 무얼 더 할 수 있고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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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면 ‘분노를 넘어서‘겠다. 토머스 하빈의 <비욘드 앵거>(교양인). 부제는 ‘분노 폭탄을 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이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자(분노 치료 전문가란다). 자연스레 예상되는 내용은 분노 관리나 대처법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분노 치료 전문가인 저자는 분노 문제로 결혼 생활을 행복하게 꾸리지 못하고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담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하며 만난 화난 남자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만성적 분노의 구체적인 증상을 알려준다. 

화난 남자들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연인에게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분노 문제의 원인을 찬찬히 따져 분노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화를 참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남자들과, 그 남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다.˝

비교적 화를 안 내는 성격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생각해보면 ‘화난 남자‘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다. 분노를 못 느끼는 게 아니라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라면 상태는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다시 보게 된 책이다. 아직은 제목만.

분노와 관련하여 이전의 관심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것이었다. 관심도서로 이전에 골라놓았던 판카지 미슈라의 <분노의 시대>(열린책들)나 슬로터다이크의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이야기가있는집) 같은 책이 그런 경우. 그와 비교하면 ‘비욘드 앵거‘는 ‘고작‘ 분노에 관한 책일 수도 있다(‘시대‘나 ‘세상‘에 견주어 그렇다). 그럼에도 때로는 분노를 잘 다스려야 할 때도 있는 법.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는 책장을 넘겨봐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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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7년에 제인 오스틴이 사망하고 유작으로 나란히 나온 책이 <노생거 사원>과 <설득>이다. 현재 조이스의 <율리시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번 영문학 강의의 출발점도 이 두 작품이었다. 더불어 개인적 취향으로는 가장 만족스러운 오스틴 소설들인데 그건 이 두 작품이 정태적인 세계 대신에 변화하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어서다. <노생거 사원>에서 그 변화는 고딕소설의 패러디로 나타나고 <설득>에서 젠트리계급에서 해군집단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알려진 대로 <설득>은 오스틴의 마지막 완성작으로 1815년에 시작해서 그 이듬해에 초고를 끝낸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모범적으로 제시된(이상화된 면이 있다) 젠트리계급이 <설득>에서 월터 엘리엇 경처럼 속물로 풍자된다. 외모와 지위에 대한 허영심을 가득 채워진 인물이 월터 경이다. 아버지의 반대와 대모의 설득으로 앤 엘리엇은 열아홉살어 젊은 해군장교 웬트워스의 청혼을 거절한다. 이후 팔년이 지나서 두 사람은 재회하고 이번에는 부와 지위에서 남부럽지 않은 처지가 된 웬트워스와 결혼하게 되누 것이 소설의 결말이다.

<설득>에서 변화는 월터 경의 점진적인 몰락과 웬트워스 대령의 신분상승 과정으로 요약된다. 그것이 1810년대 초에 이루어진 영국사회 변화의 축도이기도 하다. 결혼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젠트리계급의 풍속에 대한 유쾌한, 혹은 신랄한 풍자도 제공해온 것이 오스틴 소설이었다면 <설득>에서는 풍자보다 공감이 더 지배적인 정서가 된다. 아마도 오스틴 소설의 주인공들 가운데 오스틴과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인물이 있다면 앤 엘리엇이 아닐까 싶다.

<노생거 사원> 강의때 을유문화사판을 썼는데 이번에 민음사판이 새로 출간되었다. 민음사판으로는 이제 <맨스필드파크>만이 미출간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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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간을 빼놓고 나왔어
우산은 챙기면서 말이야
간은 소중하니까 때로는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하고
때로는 바닥에 떨어진 걸 보기도 해
간 떨어진 걸 본 거야!
간은 소중하니까 들고다녀야 
하지만 어디에 넣는다는 거야?
갈비뼈 안쪽에 잡히게끔
간은 그런 거야?
간이 안 좋아서 안색이 안 좋은 것인가
간이 부어서 안 좋은 것인가
하지만 언제부터 간 생각을 했다고
간은 그냥 거기 어딘가에 있는 거지
빼놓고 나와도 지갑을 놓고 온 것만 못해
간이 계산을 하겠어 전철을 태워주겠어
간이 없다면 안색들이 말이 아니겠지만
아침 지하철에서 관리된 표정들만 봐도
간은 문제없어 빼놓고 다녀도 
간은 간대로 자기 볼 일을 보는 거지
문제는 간이 아닌 거지
간보다 간절한 것은 따로 있는 거지
정작 빼놓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
맞아 심장이야
심장은 내가 앉아 있어도 뛰고
내가 자는 동안에도 뛰어
내가 대신 뛰어주려고 해도 막무가내지
언제 심장을 쉬게 해주어야 하는 거야?
언제 심장은 빼놓을 수 있는 거야?
더는 뛰지 않게 너를 보고도
더는 뛰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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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9-06-27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하지 마세요~ㅎㅎ

로쟈 2019-06-27 23:12   좋아요 0 | URL
ㅎㅎ

이파리 2019-07-05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운,과 각운, 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