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간을 빼놓고 나왔어
우산은 챙기면서 말이야
간은 소중하니까 때로는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하고
때로는 바닥에 떨어진 걸 보기도 해
간 떨어진 걸 본 거야!
간은 소중하니까 들고다녀야
하지만 어디에 넣는다는 거야?
갈비뼈 안쪽에 잡히게끔
간은 그런 거야?
간이 안 좋아서 안색이 안 좋은 것인가
간이 부어서 안 좋은 것인가
하지만 언제부터 간 생각을 했다고
간은 그냥 거기 어딘가에 있는 거지
빼놓고 나와도 지갑을 놓고 온 것만 못해
간이 계산을 하겠어 전철을 태워주겠어
간이 없다면 안색들이 말이 아니겠지만
아침 지하철에서 관리된 표정들만 봐도
간은 문제없어 빼놓고 다녀도
간은 간대로 자기 볼 일을 보는 거지
문제는 간이 아닌 거지
간보다 간절한 것은 따로 있는 거지
정작 빼놓지 못해서 마음이 아파
맞아 심장이야
심장은 내가 앉아 있어도 뛰고
내가 자는 동안에도 뛰어
내가 대신 뛰어주려고 해도 막무가내지
언제 심장을 쉬게 해주어야 하는 거야?
언제 심장은 빼놓을 수 있는 거야?
더는 뛰지 않게 너를 보고도
더는 뛰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