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7년에 제인 오스틴이 사망하고 유작으로 나란히 나온 책이 <노생거 사원>과 <설득>이다. 현재 조이스의 <율리시스>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번 영문학 강의의 출발점도 이 두 작품이었다. 더불어 개인적 취향으로는 가장 만족스러운 오스틴 소설들인데 그건 이 두 작품이 정태적인 세계 대신에 변화하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어서다. <노생거 사원>에서 그 변화는 고딕소설의 패러디로 나타나고 <설득>에서 젠트리계급에서 해군집단으로 중심이 이동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알려진 대로 <설득>은 오스틴의 마지막 완성작으로 1815년에 시작해서 그 이듬해에 초고를 끝낸 작품이다. 전작들에서 모범적으로 제시된(이상화된 면이 있다) 젠트리계급이 <설득>에서 월터 엘리엇 경처럼 속물로 풍자된다. 외모와 지위에 대한 허영심을 가득 채워진 인물이 월터 경이다. 아버지의 반대와 대모의 설득으로 앤 엘리엇은 열아홉살어 젊은 해군장교 웬트워스의 청혼을 거절한다. 이후 팔년이 지나서 두 사람은 재회하고 이번에는 부와 지위에서 남부럽지 않은 처지가 된 웬트워스와 결혼하게 되누 것이 소설의 결말이다.

<설득>에서 변화는 월터 경의 점진적인 몰락과 웬트워스 대령의 신분상승 과정으로 요약된다. 그것이 1810년대 초에 이루어진 영국사회 변화의 축도이기도 하다. 결혼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젠트리계급의 풍속에 대한 유쾌한, 혹은 신랄한 풍자도 제공해온 것이 오스틴 소설이었다면 <설득>에서는 풍자보다 공감이 더 지배적인 정서가 된다. 아마도 오스틴 소설의 주인공들 가운데 오스틴과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인물이 있다면 앤 엘리엇이 아닐까 싶다.

<노생거 사원> 강의때 을유문화사판을 썼는데 이번에 민음사판이 새로 출간되었다. 민음사판으로는 이제 <맨스필드파크>만이 미출간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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