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공지다. 가을학기 강의 공지가 다소 늦어졌는데, 일단 대안연구공동체(대안연)에서 9-10월에 문학 강의를 개설한다. 9월 2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7시 30분-9시 30분)에 진행하며 폴 프라이의 <문학이론>(문학동네)를 교재로 하여 오랜만에 현대문학이론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신청은 https://cafe.naver.com/paideia21/10743 참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이론



1강 9월 02일_ 문학이론의 등장


2강 9월 09일_ 해석학과 현상학


3강 9월 16일_ 신비평과 형식주의


4강 9월 23일_ 기호학과 구조주의


5강 10월 07일_ 해체주의


6강 10월 14일_ 정신분석비평


7강 10월 21일_ 비판이론과 신역사주의


8강 10월 28일_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19. 08. 1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글 2019-08-15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 배우는 비평은 심오할 것 같아요.

로쟈 2019-08-15 15:28   좋아요 1 | URL
심오한 강의가 아니라 쉬운 강의가 목표에요.~

모맘 2019-08-20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듣고 싶어요^^

로쟈 2019-08-20 11:09   좋아요 0 | URL
모든 문학독자가 이론에 관심이있는 건 아니어서.~
 

이번주 주간경향(1340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 가운데 첫 작품인 <모두 다 예쁜 말들>(민음사)에 대해서 적었다. 강의에서는 이제 <핏빛 자오선>을 남겨놓고 있는데, '국경 3부작' 가운데 나머지 두 작품, <국경을 넘어>와 <평원의 도시들>은 현재 품절/절판 상태다. 강의에서 다루지 못하는 이유인데, 다시 나오면 좋겠다...
















주간경향(19. 08. 19) 1940년대말 미국 목장소년의 성장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로드> 같은 영화의 원작소설 작가로 우리에게 알려진 코맥 매카시의 대표작은 초기 걸작 <핏빛 자오선>(1985) 이후의 소설들이다. ‘국경 3부작’으로 불리는 일련의 소설인데, 전미 도서상 수상작인 <모두 다 예쁜 말들>(1992)이 그 첫 작품이다. 열여섯 살 소년이 청년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지만 예순에 접어드는 작가의 원숙한 시선과 특유의 세계관이 독특한 문체에 실려 감동을 자아낸다.

매카시는 흔히 서부 장르소설을 고급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평과 함께 ‘서부의 셰익스피어’로 불린다. 이런 평가는 성장소설의 외양을 지닌 <모두 다 예쁜 말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1940년대 말이다. 외할아버지의 장례식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주인공 소년은 목장에서 말들과 함께 성장하고 목장 사람들이 그렇듯이 목장이 천국 다음의 장소라고 믿는다. 하지만 외할아버지로부터 목장을 상속받은 어머니는 바로 처분하고자 한다. 배우로서 사교적인 삶을 더 좋아하는 소년의 어머니는 남편과 오랜 별거 끝에 이혼수속까지 마친 상태이고 미성년자인 소년은 그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상속문제에서 아무런 권리를 갖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듯 소설의 앞장면에서 소년은 ‘그’라는 3인칭으로만 지칭된다.

근대소설의 주인공들이 대개 그렇듯이 그는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고향을 떠난다. 가족은 해체되었고 그는 아무런 재산도 갖고 있지 못한 처지다. 그는 “자신이 세상에 올바로 서기 위해 필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음을 알고 있었고” 이를 찾기 위해서 방랑은 불가피하다. 방랑에 나서면서 소년은 비로소 존 그래디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는 친구 롤린스와 함께 말을 타고 텍사스의 샌앤젤로를 떠나 멕시코로 향한다. 미국에서 목장은 수익을 내기는커녕 더 이상 현상유지도 어려울 만큼 세상은 변해가고 있었다. 멕시코에서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존 그래디와 롤린스는 국경을 넘어 멕시코 땅에 도착한다. 그 과정에서 블레빈스라는 소년과 인연을 맺게 된다. 롤린스는 이 인연이 불행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존은 소년을 선의로 대한다. 존과 롤린스는 멕시코인 대지주가 주인인 목장에서 일거리를 얻고 잠시 정착한다. 말을 길들이는 카우보이로서의 솜씨를 보여주고 지주의 인정도 받지만 목장주의 딸 알레한드라와 사랑에 빠지고 이것이 그를 재앙으로 내몬다. 블레빈스와 함께 둘은 말도둑 일당으로 몰려서 목장주의 묵인하에 경찰에 체포되고 악명 높은 감옥으로 가는 도중 블레빈스는 경찰에게 살해된다. 감옥에서 존과 롤린스의 운명도 블레빈스보다 낫지 않았다. 둘은 생지옥을 경험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알레한드라의 고모할머니가 존과의 결별을 조건으로 돈을 써준 덕분이었다.

존은 다시 목장을 찾아가지만 고모할머니로부터 비정한 세상과 인생에 대한 설교만 듣는다. 알레한드라와 어렵사리 재회하고 사랑을 확인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청년과 대지주 딸의 사랑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존 그래디는 분명 엄청난 경험을 했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고향에서도 여전히 방랑자다. 그보다 앞서 돌아온 롤리스가 “여긴 썩 괜찮은 나라”라고 말하지만 존은 “하지만 나의 나라는 아니야”라고 응수한다. 여느 성장소설답지 않은 결말이면서 현대세계에 대한 작가 매카시의 부정적 전망을 읽게 해준다.


19. 08. 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에 있으랴
랭보가 말했다 랭보의 상처가 거들었다
흉터투성이 영혼들이 말쑥하게 걸어간다
아침이고 태양은 빛났다
어제의 상처가 만져진다

무릎이 깨지지도 않았고 
허벅지가 멍들지도 않았지
신촌오거리에서 길을 잃지도 않았어
저녁을 건너뛰었지만 배고프지도 않았어
나는 절반 이상 말쑥했어
눈물이 나지도 않았어
아무일도 없었어
그래도 난민 
같은 

모든 일의 국적은 과거일 테니
아무일이 없어도 
과거를 잃은 난민
과거에서 쫓겨난 난민
같은

나는 아직 시력을 잃지 않았어
아직은 내 다리로 걸어다녀
아직은 손을 떨지도 않지
하지만 

모든 일은 과거가 되지
아침이고 태양은 빛날 테지
나의 태양은 아닐 테지

상처를 다시 숨겨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74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죽음을 주제로 한 책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어니스트(어네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힌빛비즈)이 재번역되어 나왔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매우 훌륭한 책이지만 번역이 좋지 않았고 그마저도 절판됐던 책이다. 미더운 번역자에 의해 다시 출간돼 반갑다(출판사는 의외다). 단순한 재간이 아니어서 다행스럽고.

˝<죽음의 부정>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망라한 어니스트 베커 필생의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의 본성에 새로운 빛을 비추며 삶과 생의 의지를 북돋는 베커의 메시지는 출간 반세기에 다다른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죽음에 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책으로 지금도 수요가 꾸준하지만 안타깝게 절판됐던 상황, <죽음의 부정>이 초판 출간 12년 만에 심도 있는 새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저자는 실제로 5년간 암투병을 하며 이 책을 썼다 한다.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죽음의 부정‘의 위엄 있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번역에 대한 불만으로 중간에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그래도 책을 버리진 않았다) 여름이 가기전에 다시 손에 들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누가 대령인가 왜 아무도
편지를 보내지 않는가 내가 대령인가
나는 아무에게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대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령은 무게가 있다 그는
백번 넘게 낙하한 경험이 있다
대령은 특전사 출신이다 아무도
대령을 얕보지 않는다
나는 방에서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스무 살, 생은 내 앞에 있었다
스물 한 살에도, 스물 두 살에도
생은 내 앞에 있었지만 아무도
뒤를 봐주지 않았다 나는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누가 감히
대령은 나중에 사단장이 되었다
나는 대령을 볼 이유가 없었다
나는 대령이 아니다
아무도 내게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나는 인생을 한번 더 살았다
이제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나는 대령에게 편지를 보낼까도 싶다
대령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스무 살때도 생은 뒤에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0sun 2019-08-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마르케스의 작품을 읽고
쓰셨나 했더니~
헛다리 짚었네요.

로쟈 2019-08-12 12:00   좋아요 0 | URL
제목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