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에 있으랴
랭보가 말했다 랭보의 상처가 거들었다
흉터투성이 영혼들이 말쑥하게 걸어간다
아침이고 태양은 빛났다
어제의 상처가 만져진다

무릎이 깨지지도 않았고 
허벅지가 멍들지도 않았지
신촌오거리에서 길을 잃지도 않았어
저녁을 건너뛰었지만 배고프지도 않았어
나는 절반 이상 말쑥했어
눈물이 나지도 않았어
아무일도 없었어
그래도 난민 
같은 

모든 일의 국적은 과거일 테니
아무일이 없어도 
과거를 잃은 난민
과거에서 쫓겨난 난민
같은

나는 아직 시력을 잃지 않았어
아직은 내 다리로 걸어다녀
아직은 손을 떨지도 않지
하지만 

모든 일은 과거가 되지
아침이고 태양은 빛날 테지
나의 태양은 아닐 테지

상처를 다시 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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