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가 더블린을 떠날 때
노라와 야반도주를 했던가
새벽녘 호텔을 빠져나와 
리피 강도 숨죽인 
더블린의 야경을 옆구리에 끼고
더블린을 떠난다
지금이라면 조이스도 비행기를 탔을 테지
어둠에 잠긴 더블린 항은 깨울 필요가 없을 테지
톨게이트를 지나며 버스가 속도를 낸다
더블린을 떠나며 조이스는
다시 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노라와 함께 떠나며 
조이스는 아버지를 떠나고
조이스는 아일랜드를 떠난다
조이스는 낯선 땅에서
조이스는 아버지가 되고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을 완성하겠지
더블린 사람들을 트렁크에 넣고
더블린을 떠난다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서
조이스를 만나러 더블린에 왔었지
다시 조이스와 함께 더블린을 떠난다
더블린은 떠나기 위해 찾는 도시
더블린은 떠날 수밖에 없는 도시
수레를 미는 몰리 말론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몰리의 수레 굳은 생선들에게도
너희는 마비된 생선들이지
조이스가 진저리치며 더블린을 떠날 때
새벽녘 바람이 차가웠던가
공항의 불빛이 마중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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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266 2019-09-2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부지런한 문학기행중계뉴스 잘 보고 있습니다~

로쟈 2019-10-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더블린에서의 둘째날이자 마지막날 일정은 호텔에서 출발하여 트리니티 칼리지 방문으로 마무리되었다. 호텔 바로 맞은편 건물이 오스카 와일드가 성장기를 보낸 집이었고 대각선 방향의 메리언 스퀘어의 그의 유명한 동상이 있었다(바위에 누워 있는 오스카 와일드). 비가 흩뿌린 아침나절 메리언 스퀘어를 거쳐서 국립도서관과 국립박물관을 차례로 찾았다(국립도서관과 박물관은 비슷한 형태의 건물로 이웃하고 있다).

국립도서관에는 예이츠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비교적 많은 자료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시관에서의 짧은 강의는 주로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할애되었는데, 작품으 9장에서 스티븐 디덜러스가 국립도서관에서 햄릿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고 그 주제에 대해서 다른 인물들과 논쟁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번 더블린 방문의 핵심 목적은 더블린 3부작의 배경과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이기도 하다.

국립박물관에서는 아일랜드의 선사와 역사시대에 대해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고 점심식사를 하기 직전에는 가난한 생선장수 몰리 말론의 동상과 만났다. 평범한 여성의 동상이 더블린의 명소라는 데에 아일랜드다운 특징이 잘 집약돼 있는 듯했다. 점심식사를 한 오닐의 펍은 <율리시스>에도 등장하는 식당으로 유명한 맛집이라 한다.

식사 후에는 듀크라는 저명한 카페로 이동하여(문인들의 마실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아이리시 커피를 마셨다.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추위를 잊기 위해 커피에 위스키를 넣어서 마신 것이 아이리시 커피의 기원이라고 하는데, 듀크의 아이리시 커피는 더블린에서도 가장 유명하다는 게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오후에 찾은 트리니티대학은 아일랜드의 명문으로 오스카 와일드와 사뮈엘 베케트 등의 모교이기도 하다. 트리니티 방문목적은 유명한 도서관 ‘롱룸‘을 둘러보기 위한 곳이었고 이곳에 책의 역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켈스의 책‘이 보관되어 있기에 그에 관한 설명도 자세히 들었다. 롱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의 하나로 꼽힌다고 하는데 재작년에 찾은 멜크수도원의 장서관과도 흡사해 보였다.

목표했던 일정을 마무리한 게 오후 4시경이고 이때부터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율리시스>에도 나오는 유서깊은 서점 호지스피기스를 둘러보았는데 4층짜리 대형서점이었다(이 정도면 아일랜드 최대서점 자리를 다투지 않을까 싶다). 주로 영어책이어서 독일이나 이탈리아여행 때와는 다르게 비교적 오랫동안 책구경을 할 수 있었다. 책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나온 <율리시스> 컴패니언을 구입하는 것으로 방문을 기념했다.

내일은 아침 비행기로 더블린을 떠나 영국 리버풀로 향하기에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각 일정마다 이야깃거리들이 있지만 당장은 이 정도로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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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9-10-01 21:39   좋아요 0 | URL
네 아일랜드 생각이 나시겠어요.~
 

어제 들른 아일랜드 작가박물관에서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몇 명의 작가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눈에 띄지 않는 작가들이 눈에 띄었다). 동시대 작가로 아일랜드 문학의 거장으로 소개된 윌리엄 트레버와 존 밴빌이 그렇고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세이머스 히니도 전시 목록에는 빠졌다(설마 못본 것일까). 생존 작가여서일까?

이 가운데 히니는 예이츠 이후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 시인으로 평가받는 거장으로 1995년 네번째로 아일랜드에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그보다 앞서, 예이츠(1923), 버나드 쇼(1925), 그리고 사뮈엘 베케트(1969)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이는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변방의 시인이어서 히니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는데(히니의 직전 수상자들이 토니 모리슨과 오에 겐자부로였다) 그럼에도 한국어 번역은 전집을 포함하여 잘 돼 있는 편이다. 이번에 챙겨오지는 않았지만 짧은 방문을 기념하여 돌아가면 히니의 시들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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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9-10-01 22:25   좋아요 0 | URL
네 그런 의미가 있지요.~
 

더블린에서의 긴 하루가 저물었다. 암스테르담에서 더블린행 비행기로 환승하여 더블린 공항에 도착한것이 이곳 시간으로 아침 8시 25분쯤. 7시 50분에 출발한 비행기가 너무 일찍 도착한 거 아닌가 싶지만 암스테르담과 더블린은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실제적으로는 1시간 30-40분이 소요되는 거리다. 한국과의 시차는 8시간. 더블린은 현재 저녁 8시 40분쯤이지만 한국은 새벽 4시 40분인 식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라면 밤을 새운 셈이기에 꽤나 길게 느껴진 하루였다.

그렇게 시작한 더블린의 첫 일정은 세인트 패트릭 성당을 방문하는 것이었고(<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무덤이 있기도 한데 스위프트는 이 성당의 주교였다) 이어서 예정에는 없었지만 가이드의 제안에 따라 도심에 있는 피닉스공원을 둘러보았다. 도심 공원으로는 세계최대 공원으로 더블린의 자랑거리인데 피닉스란 말은 성수(성스러운 물)를 뜻한다고. 점심은 현지식으로 감자구이와 돼지갈비(립)를 먹었는데 예상 밖으로 맛이 좋았다(비슷한 메뉴를 독일에서 먹은 것과 비교해서도 훨씬 나은 맛이었다. 물론 독일만큼은 아니어도 양이 좀 많은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오후 일정은 본격적인 문학기행으로 더블린 작가 박물관을 둘러보고 이어서 조이스 기념센터를 방문했다. 작가박물관은 아일랜드 출신 작가들을 소개하면서 관련자료를 전시하고 있는데 예상보다는 작은 규모였다. 조이스 센터는(입장료가 성인 기준 5유로) 뤼벡의 토마스 만 하우스(정확히는 토마스 만과 하인리히 만 형제의 기념관)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래도 이름값은 하는 기념관이었다. 공이 더 들인다면 한정이 없을 테지만.

조이스 기념센터에서 조이스 문학의 의의에 관해 짧게 설명하는 것으로 나는 소임을 마쳤고 이후엔 아일랜드 독립 추모공원을 들과 거리의 조이스 동상까지 도보로 이동했다. 이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한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체크인한 시각이 저녁 7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내일은 더블린의 구석구석을 워킹투어를 통해서 살펴볼 예정이다.

이제 9시가 넘었다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한국과의 시차를 고려하면 잠자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다. 그에 맞추려고 급하게 적었다. 다른 얘깃거리는 내일 적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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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예이츠를 읽는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암스테르담에 들른 적이 없을 테지만
예이츠의 더블린으로 가기 위해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왔다
그리고 그의 묘비명을 읽는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여기에 묻혔다고 적는 대신에
예이츠는 말탄 자를 불러냈지
말탄 자여, 지나가라
삶과 죽음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지고
거침없이 지나가라
나도 그렇게 암스테르담을 지나간다
암스테르담의 아침을 뒤로 하고
예이츠의 더블린을 향해 
날개 돋친 말을 탄 듯이 날아가리
이곳은 오래 머물 곳이 아니기에
삶과 죽음이란 오래 마음에 둘 것이 아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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