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가 더블린을 떠날 때
노라와 야반도주를 했던가
새벽녘 호텔을 빠져나와 
리피 강도 숨죽인 
더블린의 야경을 옆구리에 끼고
더블린을 떠난다
지금이라면 조이스도 비행기를 탔을 테지
어둠에 잠긴 더블린 항은 깨울 필요가 없을 테지
톨게이트를 지나며 버스가 속도를 낸다
더블린을 떠나며 조이스는
다시 올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노라와 함께 떠나며 
조이스는 아버지를 떠나고
조이스는 아일랜드를 떠난다
조이스는 낯선 땅에서
조이스는 아버지가 되고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을 완성하겠지
더블린 사람들을 트렁크에 넣고
더블린을 떠난다
더블린 사람들을 읽고서
조이스를 만나러 더블린에 왔었지
다시 조이스와 함께 더블린을 떠난다
더블린은 떠나기 위해 찾는 도시
더블린은 떠날 수밖에 없는 도시
수레를 미는 몰리 말론에게
작별인사를 하지 못했다
몰리의 수레 굳은 생선들에게도
너희는 마비된 생선들이지
조이스가 진저리치며 더블린을 떠날 때
새벽녘 바람이 차가웠던가
공항의 불빛이 마중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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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266 2019-09-2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부지런한 문학기행중계뉴스 잘 보고 있습니다~

로쟈 2019-10-0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