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판타지 문학에 별다른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 사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이담(the marvellous)', 즉 초자연적/마술적인 이야기들에 별로 끌리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판타지(환상문학)에 대한 시학을 최초로 정립한 토도로프에 따르면, 환상(the fantasy)은 초자연적 논리에 근거한 경이담과 자연적/현실적 논리에 근거한 기괴담(the uncanny) 사이에 놓이며, 거기서 긴가민가 망설이게 하는 이야기들을 가리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도스토예프스키가 격찬한 바 있는, 푸슈킨의 <스페이드 여왕>이다. 하지만, 근래에 '판타지'란 말은 용례상 경이담을 포함하는 듯하며, 거기서 더 나아가 경이담과 동일시되는 듯하다(가령 대표적인 판타지 <반지의 제왕>의 이야기들을 누가 '현실'과 혼동하겠는가?). 그런 판타지를 즐기기에는 현실 자체가 너무 판타스틱한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어슐러 르 귄의 판타지 소설 <어스시 전집>(황금가지, 2006)이 출간된 것은 반갑다. 특별히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소위 '세계 3대 판타지 대작'이 모두 완역되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이른바 비로소 짝이 다 맞게 된 것 아닌가. 그리고 그런 게 옆에서 보기에도 좋은 법이다. 당장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지만, 판타지 컬렉션이라도 차릴 수 있을지 모르고 요즘 <오즈의 마법사>를 읽는 딸아이가 '나니아'나 '어시스'를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해서, 미리 손을 써두도록 한다. 어스시 시리즈와 곧 개봉될 영화에 대한 소개 기사들을 옮겨놓는다.

문화일보(06. 08. 04) 어스시 시리즈, 마법 통해 자아 찾는 성장소설

-팬터지 소설인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는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이들 작품과 함께 세계 3대 팬터지 대작으로 꼽히는 <어스시> 전집도 마찬가지다. 미국 여성작가 어슐러 르 귄은 이 작품을 청소년용으로 썼지만, 어른들도 함께 열광했다.



 

 

 

-어스시는 용들이 살아 숨쉬고 마법이 일상생활인 환상의 세계로, 푸른 바다와 수많은 섬들로 이뤄져 있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된 어스시 시리즈는 총 6권 중 4권이다. 나머지 2권도 다음달에 출간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곧 개봉될 일본 애니메이션 <게드 전기: 어스시의 전설>의 원작인 이 시리즈는 팬터지인 동시에 주인공이 마법을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다. 제1권 ‘어스시의 마법사’, 제2권 ‘아투안의 무덤’, 제3권 ‘머나먼 바닷가’, 제4권 ‘테하누’로 구성됐다.

 

 

 



-1권은 마법 능력을 가진 주인공 ‘게드’가 실수로 불러낸 그림 자 괴물과 쫓고 쫓기면서 괴물의 이름을 알아낸다는 내용이다. 어스시에서는 등장인물의 고유한 이름을 알아내면 지배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괴물은 게드의 악한 본성을 상징한다.

-2권에서 소녀 ‘테나’는 어스시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3권에서 어스시 세계를 지탱하던 마법이 효과가 없어지자 소년 왕자 ‘아렌’과 이제는 나이가 든 현자(賢者) 게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게드는 해답 대신 아렌을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고, 아렌은 이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낸다.

-제4권에서 어린 시절 모험을 떠났던 르 알비의 절벽으로 돌아온 게드는 늙은 데다가 마법의 힘을 잃어버린 상태다. 자신의 첫 스승 ‘오지언’의 집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만났던 테나와 재회하고, 테나와 함께 온 화상 입은 아이 ‘테루’와도 만나 치유와 회복에 힘을 다한다. 사악한 마법사의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을 통해 젊음과 힘을 잃어버린 이들이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어스시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거대한 환상의 세계를 창조했던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말의 힘에 근원한 마법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어스시에서 독창적으로 시도된 ‘언령(言靈)마법’은 이후 수많은 팬터지 작품에 전해졌다.

-이 작품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인공 게드가 백인이 아 니라 갈색 피부를 가진 유색인이라는 점이다. 서양 팬터지의 주 인공이라면 흔히 백인을 연상하는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다.(장재선 기자) 

경향신문(06. 08. 04) 미야자키 VS 스필버그 ‘이름값 승부’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성을 등에 업은 ‘몬스터 하우스’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광을 입은 ‘게드전기; 어스시의 전설’이 오는 10일 나란히 개봉한다. ‘몬스터…’는 스필버그 외에 로버트 제메키스, ‘스튜어트 리틀’의 제작자 제이슨 클라크 등 4명의 제작지휘자가 이름을 올린 여름방학용 기획 애니메이션으로 길 캐넌 감독의 데뷔작이다. ‘게드전기…’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남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데뷔작으로 동양사상의 향취가 물씬한 작품이다.
 


-하야오 감독 장남 데뷔작… ‘동양적 세계관’ 물씬-

-‘게드전기’는 판타지 소설의 고전인 어슐러 K 르귄 원작의 ‘어스시의 마법사’ 중 3, 4편을 영상화했다.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숙원사업이었다는 점만 떠올려도 작품 속 세계관을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노장사상을 출발점으로 한 동양적 가치가 중용의 미덕, 물아일체, 음양의 균형, 자연과 인간세계의 현명한 조화 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품 곳곳에 새겨져 있다.

-악의 기운이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태동하고, 역병이 번지고 빛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인간세계. 자신 안의 또다른 자아로 인해 국왕인 아버지를 살해한 아렌 왕자는 궁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대현자(大賢者) 마법사인 하이타카는 아렌과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함께 길을 떠난다.
 
 
 
 
 
 
 
 

-‘게드전기’의 시나리오는 원작의 신화적 상상력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타일에 맞게끔 꽤 적절히 가공된 듯 보인다. 이미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표 작품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 관객이라면, 화면의 역동성이나 동양적 가치의 미술적 구현 등의 여러 측면에서 실망감을 얻게 된다.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풍부한 상징의 캐릭터들, 긴장감과 여유로움의 절묘한 조화 등 하야오 감독의 전작들이 보여줬던 미덕을 고로 감독은 보여주지 못한 채 아버지의 작품세계를 계승하려 애쓰는 데에 그치고 있다.
 


-스필버그 제작 참여… 화려한 액션 스펙터클 볼만-

-‘몬스터 하우스’는 ‘폴라 익스프레스’를 제작·감독한 로버트 제메키스의 솜씨가 그대로 이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앞마당에 뭔가가 떨어지기만 하면 집어삼켜버리는 괴물 같은 집. 어른들이 보면 움직이지 않고 어린이들 눈에만 살아움직이는 게 보이는 기괴한 집과 맞서 한바탕 대결을 벌이는 어린이들의 모험을 속도감 있게 그렸다. 액션 스펙터클의 압도력이 다름 아닌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실력임을 화면으로 증명하고 있는 ‘몬스터…’는 어린이 관객들의 눈을 고정시키는 힘만큼은 부치지 않아보인다.

-‘게드전기’의 문제가 연출력에 있다면 ‘몬스터…’의 문제는 세계관에서 드러난다. 자유롭게 사는 히피 청년들이 몹쓸 존재, 따라해서는 안되는 어른으로 묘사되면서 설교를 늘어놓는가 하면 ‘어린이는 어린이가 꾸는 꿈을 꾸며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라’는 미국적 보수성을 드러내는 엔딩은 보기에 거슬린다. ‘포레스트 검프’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드러낸 제메키스식 보수주의의 연장이다. 롯데시네마의 전국 11개 상영점, CJ CGV의 전국 6개 상영점에서는 ‘몬스터…’ 상영관에 3D입체상영 시스템을 도입, 전용 안경을 착용하고 보는 3차원 입체영상으로도 상영할 계획이다.
 
06. 08. 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근에 나온 책으로 폴 블룸의 <데카르트의 아기>(소소, 2006)는 아마도 '데카르트'란 단어가 표제에 들어간 책들 가운데서는 가장 귀여운, 그리고 가장 읽기 편한 책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가장 실용적인 책일 것도 같다(특히나 새로이 육아의 세계에 뛰어든/걸려든 엄마/아빠에게라면. 육아용품과 함께 선물해봄 직하다). '아기한테 인간의 본성을 묻다'가 부제이니까 사실 제목에서 방점은 '데카르트'가 아니라 '아기'에게 찍혀 있으며 아기 인형이 박혀 있는 표지는 그걸 웅변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현암사, 1997) 정도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에 관해서는 두 편의 리뷰를 옮겨놓는다.

문화일보(06. 08. 04) 종교·도덕·예술의 관념은 유아 시절부터 갖게 된다

-책은 유아를 관찰한 내용을 토대로 인간 고유의 특성인 예술과 유머, 믿음, 혐오, 윤리 등에 대해 일반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제시한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진화론과 창조론의 입장을 오가며 아기의 행동을 발달심리학의 입장에서 탐구한 내용을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이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발달심리학과 인지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아이들은 단어의 의미를 어떻게 배우는가>로 미국출판협회 우수도서상과 미국심리학회가 ‘발달심리학 분야 최고의 책’에 주는 엘리너 매코비상을 받은 바 있다(*그럼 왜 그 책이 먼저 소개되지 않은 건지?).



-원래 저자의 전공인 발달심리학은 자연적인 본능을 간직한 유아 가 어떻게 해서 문화적인 존재로 서서히 변모해 가는가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진화론적인 관점을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진화론과 창조론의 입장을 떠나 ‘왜 진짜 예술품이 가짜보다 더 가치 있는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지는 광경 을 보면 왜 박수를 치며 깔깔 거릴까’, ‘아이들이 사후의 세계를 믿는 건 언제부터인가’ 등 인간 고유 본성에 대한 질문에 저자가 제시하는 해답은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다. 창조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창조주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존재는 아니라 할지라도 상당히 어린 나이에 신과 도덕, 예술에 대한 관념을 갖게 된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가령 아이들은 생후 1~2년 동안은 혐오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생 후 3년이 지나면서 배변훈련을 통해 이를 배우게 된다. 아이들은 일종의 오염에서 혐오감을 느낀다. 또 음식을 가려서 먹는 것, 윤리적인 이유 때문에 육식을 포기하고 채식만을 고집하는 것, 여행 갔을 때 새로운 음식 앞에서 주저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미 아이 때부터 시작된다. 생후 4년이 될 무렵에는 더욱 까다로워져 혐오 음식에 대해 어른과 상당히 비슷한 직관을 지니게 된다.

-아이들에게 우연히 제작된 이미지와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이미 지를 보여줬을 때, 의도를 갖고 만든 이미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데서 아이들도 창작자의 의도를 예술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체의 소멸은 받아들이면서도 영혼은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후 세계에 대한 개념도 아주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마이티 베이비!). 인간이 경험하는 직관과는 반대되는 특성을 지니는 신의 존재도 아이들은 잘 받아들인다.

-심리학은 물론, 시와 소설, 영화, 미술, 신화, 종교, 철학 등의 분야를 종횡무진 누비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 존재 를 탐색하는 무거운 주제를 전혀 딱딱하지 않게 전달하는 저자의 글솜씨가 돋보인다.(최영창 기자)

서울신문(06. 08. 05) 동심을 통해 인간본성을 보다

-사람들은 흔히 인간 존재가 처음부터 모든 동물들에 비해 특별히 탁월하다고 믿고, 성인이 아이들에 비해 특별히 탁월하다고 믿는다. 그리고 특별히 탁월한 것이 가장 정상적이라고 믿기도 한다. 하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이러한 믿음을 뿌리에서부터 흔들면서 붕괴시킨다. 인간이란 원시 생물체에서부터 환경과의 충돌에 의거해 지난하게 진화해 온 결과이고, 따라서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정할지는 몰라도 무조건 특별히 탁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 진화론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진화론의 주장을 검토할 수 있는 묘한 학문 영역이 있다. 발달심리학이 그것이다. 발달 심리학은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유아들의 행동과 그 속에 스며 있는 의식·무의식을 탐색함으로써 성인들의 세계에서 발휘되는 언어생활, 각종 지성적인 활동, 예술 작업, 종교 활동 등의 원시적인 형태들을 추적한다.

-<데카르트의 아기>는 진화론을 바탕으로 발달 심리학의 이러한 과제들을 일반 대중들이 실감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블룸은 현재 예일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다. 그는 미국심리학회에서 ‘발달심리학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아이들은 낱말들의 의미를 어떻게 배우는가>라는 책을 쓴 학자다.

-유아들은 이미 물질적인 존재와 비물질적인 존재를 구분할 줄 안다. 여기에서부터 정신 혹은 영혼의 관념이 생겨난다. 유아들은 원본과 복사본을 구분할 줄 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가치가 발생한다. 유아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공감을 느낀다. 여기에서 도덕심과 도덕이 발생하고 확대된다. 유아들은 혐오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여기에서 동정심이 발생한다. 유아들은 자연적인 세계와 인위적인 세계를 구분할 줄 안다. 여기에서부터 신성한 존재를 믿는 종교가 발생한다. 유아들은 육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암암리에 구분한다. 여기에서 웃음과 유머가 발생한다. 블룸이 이 책을 통해 내리는 결론들이다.

-블룸은 유아들의 행동과 의식에 관한 갖가지 예화와 사실들을, 심리학 분야는 물론이고 시, 소설, 영화, 미술, 신화, 종교, 철학 등의 각종 교양 영역과 연결해서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블룸이 책 제목에 ‘데카르트’를 삽입했다고 해서 그가 물질·정신 이원론이나 원리상 물질과 분리된 영혼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물질·정신 이원론 혹은 독자적인 영혼의 존재는 인간의 특정한 삶의 방식에서 진화론적으로 발생되어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블룸이 드러내 보이는 유아들의 세계는 대단히 매혹적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 존재의 특성들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하는 발생적인 기원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블룸의 문체는 결코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을 일단 읽기 시작하면 특별히 긴급한 일이 없는 한 좀처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그런가 하면, 책을 읽는 과정에서 문득 자신이 평소 인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가를 깨닫게 되고, 자신 혹은 나아가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자연스러운 기초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부연할 것은 이러한 블룸의 작업은 발생론적인 신경과학 연구와 결합될 때 더욱 더 빛을 발할 것이라는 사실이다.(조광제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

06. 08. 05.

 

 

 

 

P.S. 소개해놓고 보니까 블룸의 책이나 브록만의 책이나 오늘 품을 거든 교양과학서들이 모두 소소출판사에 출간된 것이다. 이전에 <시냅스와 자아>란 책을 소개한 기억이 나는데, <데카르트의 아이>는 'new humanist classic'의 6번째 책으로 돼 있는데, 나머지 다섯 권의 면면을 한번 더 들여다보기로 한다(재출간된 <언어본능> 정도가 관심을 끌었을까. 부피와 품에 비해서 대개 소홀하게 대접받고 있는 책들이다). <거짓말쟁이, 연인, 그리고 영웅>이 새로 눈길을 끄는군...


댓글(0)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2-17 11:31 
    육아 관련서는 관심도서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지만, 지능이나 언어발달 쪽이라면 약간 사정이 다르다. <아이는 어떻게 말을 배울까>(교양인, 2010)란 신간에 눈길이 가는 이유인데, "영유아 언어 발달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히는 발달심리학자 골린코프와 허시-파섹이 함께 쓴, 초기 언어 발달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론서이자 실용서"라고 소개되는 책이다. 스티븐 핑커의 추천사는 이렇다. "이 책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탁

지난주 러시아 관련 기사들 중 눈에 띈 것을 옮겨둔다. 러시아의 유명인사들이 유럽 언론에 대해서 '변화하는 러시아'에 대한 '공정한 보도'를 호소했다는 내용이다.  

문화일보(06. 08. 04) “왜 러시아 변화상 제대로 전달 않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3일 “외국 매스미디어에 보내는 호소”라는 광고가 실렸다. 광고를 실은 이들은 옛 소련과 러시아의 학계와 문화예술계, 스포츠분야 유명인사들 이다. 이들은 신문 지면 4분의1을 차지하는 광고에서 서구 언론들의 ‘반(反) 러시아 보도’를 비판하며 민주화와 경제회복을 비롯한 러시아의 변화상을 제대로 전달해줄 것을 호소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국 네티즌들과의 대화 에 나서는 등 러시아 정부가 국가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맞 물려, 명사들의 이례적인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호소문에 서명한 사람은 옛 소련 시절 세계체스챔피언으로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지낸 아나톨리 카르포프, 저명한 경제학자 니콜라이 페트라코프, 러시아 인민예술가인 유명 지휘자 알렉산데르 라자레프, 공훈배우 알렉세이 구스코프 등 10명이다. 옛 소련 붕괴 뒤 마피아적 기업가와 관료들이 설치는 러시아의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페트라코프(사진)가 이번에는 러시아를 옹호하는 광고에 이름을 올려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러시아를 범죄와 부패,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이 기승하는 나라로 묘사하는 서방 언론들의 보도가 늘고 있다”며 “그들은 러시아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할 뿐 아 니라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까지 막으려고 한다”고 주 장했다. “서방은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정한 변화들을 보려 하지 않는다. 민주화는 이제 러시아에서 멈출 수 없는 대세가 됐고, 시장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러시아 기업들은 적극적인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새로운 러시아가 태어날 것이다.”

-러시아 지식인들이 서방에 보내는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는 이 글은 또 ‘러시아적 민주화’에 서구인들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에 거부감을 표하면서 문화적 다원성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소문은 “국제정치 무대로 돌아온 러시아는 민주화를 추진하되 전통적 가치와 결합시키려 애쓰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든, 어느 민족이든 자기네 삶을 자기네 전통과 경험에 따라 창조적으로 꾸려갈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도 개방과 협력을 원하는데 왜 선진국들은 우리의 과거를 들먹이며 우리의 현재를 비판하느냐”면서 “철의 장막이나 냉전 같은 것을 잘 모르는 신세대, 자기가 바라는 것을 스스 로 선택할 수 있고 자유로운 러시아의 미래가 될 새로운 세대에 게 ‘세계를 암흑의 러시아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들어간다는 것은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호소문은 서방에 “냉전시절의 클리셰(상투어)에서 벗어나 객관 적으로 러시아를 바라볼 것”을 촉구하면서, “열린 대화 속에 러시아와 서방의 새로운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으로 끝 을 맺었다.(구정은 기자)

06. 08. 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웃'이란 주제에 대해서 생각할 일이 있었는데(짬이 나면 관련 페이퍼를 쓰게 될 것이다) 마침 도움이 될 만한, 더불어 요 며칠 무더위를 잠시 식혀주는 책이 출간됐다. 이름도 스릴(?) 만점인 <이웃집 살인마>(사이언스북스, 2006)가 그것이고, 저자는 요즘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는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 원래 진화심리학에서는 초창기에 '배우자 살해'가 중요한 연구테마였는데 그게 '이웃집 살해'로 좀 확장된/진전된 모양이다. 여하튼 "네 이웃을 사랑하라!"란 계명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 이웃을 경계하라!"는 경고인 듯싶다. 세상은 나이브하지 않다!..

문화일보(06. 08. 04) 살인은 본능… 네 이웃을 경계하라

-살인! 보통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미국 텍사스대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7년간 5000여건의 살인 케이스, 375건의 살인자 심층 인터뷰, 그리고 다양한 역사, 인류학, 생물학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모든 사람들 심지어 우리가 사랑하고 또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조차 살인을 저지를 잠재력이 뿌리 깊게 내재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살인자는 우리 바로 옆에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2001년 1만6037명, 2002년 1만6229명, 2003년 1만6503명이 살해당했다. 여기서 전쟁과 9·11테러 희생자는 제외됐다. 이 통계로 추산하면 20세기에 미국에서만 대략 100만명 이상, 전 세계적으로는 최소 1억명 이상이 살해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쟁같이 공인된 대량학살은 제외한 추론이다. 그러나 실종자, 의학발달 등에 따른 살인미수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살해 수치는 두세 배에 이를 것이다.



-통계를 분석해 보면 살인은 특별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지 않는다. 연쇄살인, 갱단에 의한 살인, 폭도들의 충돌에 의한 살인, 유명인에 의한 살인, 야만스럽고 잔혹한 살인은 전체 살인의 5%도 안 된다. 살인의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살인을 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살인은 보통 사람들이 처음 저지른 것이다.

-흔히 살인은 살인자의 감정이 이성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충동과 열정의 폭발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격렬한 분노가 이성을 앞지를 때, 판단을 잘못 내렸을 때, 깊게 뿌리박힌 원시적인 감정이 표출될 때, 논리가 열정에 압도당할 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살인은 이성적 상태에서 벌어진다.



-물론 살인이 분노, 질투, 시기와 같은 강렬한 감정들에 의해 유발되기는 하나 감정이 분별력을 흐려 놓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격정은 다분히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격정은 인간 심리를 이루는 잘 설계된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인간이 특정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살인은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계산을 통해 도달한 하나의 해결책이다. 결코 우발적이지 않다.

-액션 영화 등 폭력적인 대중문화가 살인을 부추긴다는 설명은 매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문화권에서도 여전히 살인이 발생하는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다. 아동학대, 과도한 알코올, 유전자이상에 의한 뇌손상 등 병리학적 이론도 이들 가운데 극소수만 폭력적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성을 띠지 못한다.



-또 가난, 경제적 불평등 등 자본주의의 모순이 사람을 범죄로 몰아넣는다는 사회학이론도,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에서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절대적 증거가 없다는 데서 막히고 만다. 살인이 발생하는 환경과 동기는 외관상 매우 다양해 보임에도 불구, 그 이면에는 이를 포괄하는 숨겨진 연결고리가 있다. 이 연결고리를 잇고 있는 실들을 추적해보면 인간 진화의 역사와 맞닥뜨리게 된다.

-살인은 인간의 생존과 번식 경쟁에서 많은 이점을 제공했다. 살인은 자기 자신과 배우자 또는 친척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강간당하는 것을 막는다. 주요한 적대자들을 제거한다. 경쟁자의 자원이나 영토를 취득한다. 경쟁자의 배우자에게 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다른 이성이 자신의 배우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흉포하다는 평판을 퍼뜨려 적의 침략을 단념시킨다. 유전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는 아이들에게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 번식에 필요한 자원을 보호한다. 번식 경쟁자들의 핏줄을 완전히 끊어 놓는 등 냉혹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수많은 이점이 있다. 이익이 너무 실질적이어서 오히려 살인이 더 만연하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하지만 군비확장경쟁처럼 진화한 살인심리가 살인의 만연을 막았다. 살인 위협이 증가하면 그 방어기제도 함께 발달한다. 살인은 위험한 전략이며 희생자들은 끔찍한 손해를 입히기 때문에 살인자를 살해하는 무자비한 방어책들이 함께 진화했다. 살인에 위험과 방해물들이 수반되기 때문에 경쟁자와 다툴 때 사람들은 살인 이외의 다른 대안들을 택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 동맹해 경쟁자를 몰아내기도 하고 아예 경쟁자와 친해지기도 한다.



-저자는 “살인문제에 대해 만병통치약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책을 끝맺고 있다. “반갑지 않은 성적인 눈길을 1초 이상으로 오래 보내는 남자를 경계하라.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 걸 더 좋아할지도 모르는 계부모에게 주의하라. 당신의 성공을 배아파하며 조용히 앉아 있는 경쟁자를 조심하라. 동료들 앞에서 당신이 준 모욕을 참을성 있게 받아넘긴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라. 방금 유혹한 이성의 전 배우자를 주의하라. 거절하기 전에 당신을 ‘유일한 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낭만주의자를 경계하라. 떠나지 않으려는, 스토커로 변해버린 전 애인을 경계하라. 살인자들은 우리를 쳐다보며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 살인은 아니더라도 살인과 같은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맺음이다.(김승현기자)

중앙일보(06. 08. 05) 살인, 번식을 위한 또다른 본능

-미국의 인기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이웃을 살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자와 어색하게 공존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베일을 벗지 않는 미치광이 연쇄 살인마가 환상 속의 살인자였다면, '위기의 주부들'에 나오는 그것은 현실적이다. 낯선 사람보다 가까운 이에게 목숨을 잃는 일이 현실에서 훨씬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연쇄살인범이 살인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살인 사건 피해 여성의 과반수는 남편.애인 등에게 살해됐다. 저자가 전세계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남성의 91%, 여성의 84%가 적어도 한 번은 누군가를 살해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다.



-최근 서울에 사는 한 프랑스인의 집 냉동고에서 영아 시체 두 구가 발견된 사건은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그러나 옛날엔 영아 살해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었다. 모든 문화권에서 영아 살해의 흔적은 남아 있다. 결함을 타고나거나 자식이 많아 더 낳기 부담스러울 때 영아 살해는 종종 일어났다. 인간은 자식을 키우는 데 어떤 짐승보다 오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기에 진화 가능성이 없는 자손은 제거했던 것이다(*장애아의 낙태 같은 것도 같은 논리에 의한 것이다. 의학의 발달로 우리는 좀더 빨리 죽일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텍사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렇게 살인 심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우선 가해자의 75%가 남성이다. '번식 경쟁'이 가장 큰 이유다. 남성들은 경쟁자를 제거해 자신과 배우자를 보호하고 경쟁자가 아내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직접 아이를 낳지 않으므로 친자를 확인할 길이 없었던 남성에게 살인은 남의 씨앗에 자원과 노력을 쏟아붓는 일을 방지하는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따라서 살인자 비율은 남성의 번식력이 왕성한 15세 무렵에 상승해 20대에 최고점을 기록하며 40대에 접어들면 크게 떨어진다.



-어떤 남성들은 배우자를 붙들어두기 위해 아내를 학대하거나 옴짝달싹 못하게 통제한다. 이별 후 비슷한 수준의 여자를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무직자 남성의 경우 증상이 더 심하다. 폭력 남편과 간신히 헤어진 뒤라도 안심하기 이르다. 배우자 살해는 대부분 결별 1년 이내에 일어나니까. 지옥 같은 결혼 생활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어떤 여자들은 살인을 택한다.

-살인 사건의 검거율은 69%. 강도 사건의 검거율(14%) 등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결국은 감옥행이다. 이렇게 옛날 사회와 달리 살인으로 득 볼 일 없는 현대의 인간이 여전히 살인 본성을 품고 있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인류가 아직 현대의 환경에 맞게 진화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살인이 피할 수 없는 본능은 아니란다. 인류는 협동.이타주의.화해.우정.동맹.희생 등의 본성도 지녔기 때문이다. 책은 이렇게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살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의 심리는 섬뜩하면서도 유용하다.(이경희 기자)

 

 

 

 

06. 08. 04.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괭이 2006-08-05 13:55   좋아요 0 | URL
문화일보 기사를 보면, 상당히 타당해보이네요. 무서워라... 어떤 이유에서든 다들 한 번쯤은 '아비/어미 살해'를 꿈꾸어 봤을 법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드는군요.
 

새로 나온 책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 그리고 올해 네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책. 저명한 영어권 헤겔학자 테리 핀카드의 헤겔 전기 <헤겔, 영원한 철학의 거장>(이제이북스, 2006)가 출간됐다. 부랴부랴 리뷰들을 찾아봤지만 아직은 감감 무소식이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헤겔에 관한 문헌들을 찾아보면서 이 두툼한 전기에 눈길에 갔던 적이 있었는데, '이걸 언제 읽겠는가?'라며 마음을 고쳐먹은 적이 있다. 국역본 1088쪽이니까 만만찮은 분량이지만(원서보다 300쪽 가량 늘어난 분량이다) 그만하면 읽어볼 만하다. 국내에 나와 있는, 몇 안되는(아니 거의 없는) 헤겔 전기류를 단번에 평정하고도 남을 만한 책이니 특별히 기록해둘 만하다.  

손쉬운 대로, 저자에 관한 소개를 옮겨오면, 현재는 "노스웨스턴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고, "뉴욕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칸트부터 현재까지의 독일 철학, 특히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시기의 철학을 주로 연구했다. 1988년에는 독일의 튀빙겐 대학교에서 명예교수와 명예강사로 위촉되었고, '철학 연구 잡지(Zeitschrift fur philosophische Forschung)'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주요 저작으로는 <헤겔의 변증법>, <헤겔의 현상학: 이성의 사회성>, <독일 철학 1760-1860: 관념론의 유산> 등이 있다고 돼 있는데, 앞의 두 권은 나도 갖고 있는 책이다. 헤겔 관련서로서 지명도가 있었고 국내 서점들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책이다(이번에 나온 전기는 따로 주문해봐야겠다). 핀카드 교수는 "최근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헤겔의 <정신현상학> 영역본 출간 작업을 하고 있다"고(새 영역본이 나오는 것인가?).

 

 

 

 

아무튼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헤겔의 전기 중에서 가장 세련되고 신뢰할 만한 것이다."(런던 리뷰 오브 북스)라고 하니까 기대해봄 직하다. 그의 전기를 읽고 나면, 혹 알겠는가? <정신현상학>이나 <논리학>을 읽어내기가 좀 수월해질지(슬라보예 지젝이 꼽은 두 권의 책이다. 무인도에 간다면 들고 갈). 하긴, 절판된 <논리학>은 그냥 들고 다니거나 꽂아두기도 힘들겠지만(나는 예전에 1권만 놔두고 2, 3권은 박스에 집어넣었다).  

덧붙여 고백하자면, 헤겔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을 내가 얼마간 갖게 된 건 순전히 지젝 덕분이다. 나는 지젝만큼 이 '괴물 철학자' 헤겔을 재미있게 읽어내는 '괴물'을 따로 알지 못한다. 핀카드는 헤겔의 생애를 혹 그만큼 재미있게 읽어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겐 그런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06. 08. 04.


댓글(3)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매 2006-08-04 19:39   좋아요 0 | URL
헤겔의 <논리학>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그의 주저인 <논리학>과 <엔찌클로페디(철학집성 또는 철학강요라고 불리는)>내의 <논리학>부분이 그것인데, 전자를 '대논리학', 후자를 '소논리학'이라고 부릅니다. 대논리학은 임석진번역으로 벽호(지학사)에서, 소논리학은 서동익번역으로 을유문화사, 전원배번역으로 서문당에서 출판되어있습니다. 이 세종류의 책은 지금 모두 구할 수 있습니다. 대논리학은 교보종로점에 꽂혀있습니다.

로쟈 2006-08-04 20:14   좋아요 0 | URL
예, 알고 있습니다. <대논리학>, <소논리학>이란 구분은 일본에서 전래된 관례로 알고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논리학>하면 <대논리학>을 가리키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한편 소논리학은 김계숙 번역도 있습니다. <대논리학>도 아직 서가에 꽂혀 있는 걸 저도 보았었지만 잔여본이 약간 남아 있을 뿐 책은 이미 절판된 게 아닌가 싶네요...

주니다 2006-08-09 10:33   좋아요 0 | URL
서점에서 직접보니 책장에 꽂아두면 자세나올 책이더군요. 이제이북스의 북 디자인은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구입을 해야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