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의 <HOW TO READ  라캉>(웅진지식하우스, 2007)을 오랜만에 손에 들었다. 사실 원서와 같이 읽던 번역본을 어디에 처박아두었는지 오랫동안 찾지 못해서(!) 책을 자세히 완독하는 일이 이제껏 미뤄졌었다. 이번에 캐서린 벨지의 <문화와 실재: 라캉으로 문화 읽기>(경성대출판부, 2008)도 출간된 김에 비교적 최근에 나온 라캉 관련서를 몇 권 챙겨두도록 한다. 참고로, 벨지의 책은 '뉴액센트' 시리즈의 한권이며(나는 시리즈 편집자인 테렌스 혹스의 <구주주의와 기호학>으로 시작된 이 시리즈의 명맥이 진작에 끊어진 줄 알았다!), 원서의 부제는 '문화비평을 이론화하기'이다. 그리고 '문화 읽기'라고 했지만, 주로 그 대상은 영화이다('라캉과 영화 읽기'란 리스트에서 '실재'에 대한 책이 두 권 보태진 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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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라캉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정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8년 09월 23일에 저장
품절
라캉과 영화 이론
토드 맥고완. 실라 컨클 외 지음 / 인간사랑 / 2008년 4월
17,000원 → 16,150원(5%할인) / 마일리지 490원(3% 적립)
2008년 09월 23일에 저장
품절
문화와 실재- 라캉으로 문화 읽기
캐서린 벨지 지음, 김전유경 옮김 / 경성대학교출판부 / 2008년 6월
14,000원 → 14,000원(0%할인) / 마일리지 42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9월 23일에 저장

라캉과 한국영화
김소연 엮음 / 비(도서출판b) / 2008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9월 2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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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고된 대로(http://blog.aladin.co.kr/mramor/2234968) '체호프의 가을'이 시작되었다. 이번 가을에 찾아온 모든 공연을 보지는 못하지만 한두 편 정도는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참고가 될 만한 소개 기사들을 한번 더 스크랩해놓는다.

뉴시스(08. 09. 15) 가을 한국연극을 감싸는 체호프 향기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 안톤 체호프(1860~1904)가 가을의 한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일상의 소소한 해프닝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하고 추악한 본성을 가차없이 까발리는 것으로 유명한 체호프다.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들로 시대와 배경을 초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문호다. 러시아 공연팀의 ‘바냐 아저씨’와 ‘세 자매’, ‘바냐 아저씨’를 아르헨티나 식으로 해석한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체호프의 작품은 아니지만 부인인 배우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를 담은 칠레 연극 ‘체호프의 네바’, 그리고 한국의 ‘벚꽃 동산’ 등이 일제히 무대에 오른다.

‘바냐 아저씨’의 바냐는 러시아 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다. 주인공 바냐는 죽은 여동생을 위해 그녀의 남편과 딸을 돌보다 매부가 속물임을 알고는 실망과 허탈에 빠진다. 이 고뇌는 매부의 후처인 엘레나를 향한 사모의 정이 싹트면서 한층 심각해진다. 저택을 배경으로 우둔한 인간을 풍자한다. 10월 3~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02-760-4877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는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바냐 아저씨’의 인물들을 아르헨티나의 조상으로 해석했다. 유럽을 견디지 못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왔다는 것이다. 이들의 의문, 즉 ‘과연 아무런 희망도 없는 오늘을 견뎌내면 내일 우리의 후손들은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는 ‘바냐 아저씨’의 고민과 일맥상통한다. 26~28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02-760-4877



‘체호프의 네바’는 러시아 배우 겸 체호프의 부인인 올가 크니페르의 이야기다. 러시아 최고의 여배우로 인기를 누렸지만 남편의 죽음을 옆에서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는 올가다. 그녀의 친구 마샤, 알레코 등이 러시아 네바강이 흐르는 도시를 바라보며 연극의 아름다움을 논한다. 18~20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02-760-4877

◇거창한 배경이 아닌 일상에서의 인간 본질을 논한다.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놓지 않는 연극이 ‘벚꽃동산’ 이다. 희극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부조리한 삶의 비극성을 보여준다. 남편과 자식을 잃고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라네프스카야 부인에게 남은 것은 곧 경매에 넘어갈 벚꽃동산 뿐이다. 주위에서는 동산의 벚나무들을 잘라 별장지로 조성하라고 설득하지만 여인은 부유한 시절의 습관에 젖어 살 궁리 따위는 하지 않는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돈을 흥청망청 쓴다. 결국 삶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18일부터 10월12일까지 서울남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른다. 02-889-3561



‘세자매’는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과 함께 체호프의 4대 희곡 가운데 하나다. 작은 마을의 세 자매와 남자 형제들은 늘 대도시인 모스크바를 동경한다. 그러나 꿈은 실현되지 않는다. 언제나 바람으로만 그칠 뿐이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는 못하는 지극히 나약한 지식인의 모습이다. 꿈과 현실의 충돌을 담담한 필체, 서정적인 러시아 언어와 노래, 속담 등으로 그려냈다. 25~27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공연된다. 02-2280-4297 (이민정기자)

뉴스컬쳐(08. 09. 12) 올 가을, 체호프 제대로 알고보자

‘미묘하다’ , ‘모호하다’, ‘비밀스럽다’, ‘수수께끼 같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름아닌 러시아의 대문호 체호프의 희곡 앞에 따라오는 수식어들이다. 미묘하고 모호한, 그래서 비밀스런 수수께끼 같은 체호프의 작품들이 올 가을, 극장마다 풍년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후대에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작인 만큼, 체호프의 희곡은 늘 공연되어 왔다. 그러나 올 가을 확실히 남다르다. 체홉의 4대 장막전이라 일컫는 ‘바냐아저씨’, ‘벚꽃동산’, ‘갈매기’, ‘세자매’가 모두 공연된다. 그런가 하면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국외 유명 단체의 공연, 원작의 완벽 재현 또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만나보는 다채로운 체호프의 공연들이 줄줄이 준비되어 있다. 체호프, 우린 왜 그의 작품에 매료 될 수 밖에 없는가. 올 가을, 체호프를 제대로 알고 만나자.

체호프 없이 현대 희곡을 논하지 말라

올 가을, 체호프의 작품을 앞다투어 선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희비극이 공존하는 쓸쓸한 러시아의 정서가 가을과 잘 어울려서도 그러하지만, 올해는 체호프의 탄생 150주년을 2년 앞두고 있는 해이기도 하다. 1860년 1월 17일 러시아 남부 작은 도시 따간로그에서 오늘의 대문호 체호프가 탄생했다. 그는 이후 45년의 짧은 생애 동안 10편의 단막극과 7편의 장막극 등 모두 17편의 희곡을 남긴, 20세기를 대표하는 극작가가 되었다.

이 뛰어난 극작가는 본래 모스크바 의과 대학을 졸업한 의사였다. 대학 진학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단편 소설을 오락 잡지에 기고하면서 문학과 연을 맺은 그의 전기에는 풍자와 애수가 가득한 단편들이 가득하다. 작가로서의 자각을 새로이 하며 탄생된 첫 희곡은 ‘이바노프’로 그 이후 1895년을 기점으로 그를 대표하는 장막극 갈매기, 바냐아저씨 등이 집필되었다. 객관적인 문학론을 중심으로 한 그의 작품은 입센과 더불어 사실주의 연극의 문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모스끄바 예술극장을 대표하는 간판 작품으로 선구적인 근대 연극의 무대화에 성공하였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배우인 스타니슬랍스키는 그의 저서 ‘예술에서 나의 삶’을 통해 체호프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갈매기]와 [바냐아저씨]의 성공 이후에 극단(모스끄바 예술극장)은 이제 체호프의 새 희곡 없이는 불가능하였다. 이렇게 우리 운명은 그때부터 안톤 빠블로비치 체호프의 손에 놓여 있었다. 희곡이 있으면 공연 시즌이 있고, 희곡이 없으면 극단은 고유의 향기를 잃게 되었다.”라고.

자연스런 일상, 그 속의 숨은 그림 찾기

체호프의 희곡에는 희망과 고통으로 얼룩진 일상이 다양하게 변주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은 행복을 열망하며 보람 있고 충만한 삶을 원하지만 현실에 부딪히며 좌절하고 타협하는 것이 체홉 등장 인물의 운명이다. 1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등장인물들이 그 세대만의 희망과 고통을 토로한다. 저 마다의 이유로 하나같이 가슴 시리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 사람들은 내면적이다. 보통의 연극에서처럼 등장인물들이 드러내놓고 다투거나 충돌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각자의 ‘눈’으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부대끼며, 그를 극복하려는 심리적인 내면의 갈등이 작품을 꽉 채운다.

그러다 보니 극은 눈에 보이는 갈등이나 클라이맥스 없이 잔잔히 흘러간다. 체호프의 작품을 보다 보면 일상에서 숨은 그림을 찾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한 귀로 흘리기 쉽상이다. 상세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체호프의 희곡에는 명쾌한 주제도, 플롯도, 행동도 없다. 그렇지만 체호프의 희곡에는 우리 일상의 숨은 면면이 디테일하면서도 복합적으로 제시된다.

나와 비슷한, 내 주변의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거북스럽지 않다. 편안하다. 수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삶의 ‘조용한 꺼리’들을 무대 위로 직접 끌어올려 눈으로 확인하는 쾌감이 남다르다. 시∙공간을 초월해도 통용되는 삶의 본질에 대한 주제와, 작가 특유의 객관적이고 담담한 시각은 자유로운 감상을 허락한다. 이러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올 가을 체호프에게 제대로 빠져들게 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만나보는 체호프스페셜

체호프의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는 올 가을, 이 축제에 가면 체호프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뛰어난 국내외 현대예술작품을 소개하는 제 8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바로 그다. 올해 축제에는 연극 14작품 중 4작품이 체호프의 작품으로, 체호프 스페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러시아에서 온 전통의 체호프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러시아 타바코프 극단의 '바냐 아저씨'(10.3-5,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리투아니아 출신의 젊은 연출가 민다우가스 카르바우스키스와 만든 작품으로 2005년 러시아 황금마스크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여배우상을 받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러시아 격동기를 배경으로 도시인의 세속적인 욕망과 시골사람들의 순박함을 대비시키며 원작과 밀착된 공연을 선보인다.

러시아 연출가인 에프로스는 “저마다 자신만의 체호프가 있다”고 했다. 여기 아르헨티나의 시선이 담긴 새로운 체호프의 ‘바냐아저씨’가 온다. ‘비련의 여인을 바라보는 스파이’ (9.26~28,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가 바로 그것이다. 최소한의 무대에서 연출가 다니엘 베로네세는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채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원작의 인물들을 유럽을 견디지 못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아르헨티나 조상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한국 연출, 한국배우의 체호프가 만나고 싶다면 극단 수의 ‘벚꽃동산’ (9.12~10.12, 남산드라마센터)을 보자. 연출가 구태환이 ‘비계덩어리’ ‘나생문’에 이어 선보이는 ‘2008 고전시리즈’로 가감 없이 원전에 충실한 있는 그대로의 체호프를 선보인다. 인상 깊은 마리아에서 귀부인 라네프스까야로 변신하는 강효성과 가수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데니안의 변신도 주목할만하다.

그런가 하면 체호프가 직접 집필한 작품은 아니지만, 체호프의 부인 여배우 올가 크니페르의 삶을 다룬 작품도 무대에 오른다. 칠레 블랑꼬극단이 선보일 '체홉의 네바'(9.19-9.20,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가 그것이다. 연출가 기예르모 깔데런이 실제 인물인 올가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를 가미해 쓴 이 작품은, 올가와 그의 친구들이 논하는 연극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1905년 네바 강을 피로 물들인 학살 사건 '피의 일요일'과 맞물려 전개된다.

바야흐로 가을이 오면 조금은 고독해지고, 조금은 허무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상반기 일상의 비극과 희극 사이를 오가며 그저 바쁘게만 지냈다면, 올 가을 체홉을 만나보자. 지극히 평범한 나와 같은 인물들이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숨은 그림들을 제시한다. 조금은 느긋하게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조금은 진지하게 그들의 고민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자. 그렇게 숨은그림에 동그라미가 늘어갈 때 쯤이면, 올 가을 현대 희곡의 진수도 맛보면서 일상의 발견으로 내면이 그득해지는 풍성한 가을이 될 수 있다.(김미소기자)

08. 09. 22.

P.S. 체호프와 그의 드라마에 관한 페이퍼로는 '안톤 체호프를 찾아서'(http://blog.aladin.co.kr/mramor/914178), '레프 도진과 체호프'(http://blog.aladin.co.kr/mramor/834340) 등을 참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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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2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체호프의 6호실을 연극이나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희곡은 아니지만 내용이 좋더라구요.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도 이 소설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나구요.

로쟈 2008-09-23 00:10   좋아요 0 | URL
러시아에서는 TV용으로라도 만들어졌을 법한데요...

람혼 2008-09-22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굉장히 관극을 고대하고 있는 연극들인데, 과연 정말로 갈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행운이 따른다면 극장에서 로쟈님을 우연히 만날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는데요? ^^

로쟈 2008-09-23 00:10   좋아요 0 | URL
네, 어쩌면...^^
 

집안에 일이 있어서 근무 없이 '재택'만 하고 있는데, 점심에 졸음이 쏟아진 탓에 한두 시간을 혼수상태로 보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잔뜩 흐린 날씨에 아직 비는 오직 않고 있다. 해야 할일들이 너무 많아 정신줄 대신에 할일들의 줄을 놓고 싶지만, 어디 형편이 또 그런가. 그런 형편에 또 잠시 신문 사이트들을 둘러보았다. 눈에 띄는 신간 소식은 없지만, 그럼에도 기사 한 토막 정도는 스크랩해놓는다(견적이 나오는 페이퍼들은 다룰 수가 없으니 궁여지책의 '알리바이'다). 한일 역사학 원로들이 털어놓은 고백담을 묶은 <역사가의 탄생>(지식산업사, 2008)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일보(08. 09. 22) '나는 왜 역사가가 됐는가'

2001년부터 매년 가을 서울과 도쿄에서는 양국의 역사학자들이 참가하는 '한ㆍ일 역사가 회의'가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한국사, 일본사, 서양사를 망라하는 양국의 대표적인 역사연구자들이 상호이해를 심화시키자는 취지로 여는 권위있는 학술회의다. 이 회의에서는 2회(2002년ㆍ도쿄) 때부터 일종의 전야제 행사로 "나는 왜 역사가가 됐는가?" 를 주제로 양국의 대표적 역사가들이 진행하는 자전적인 공개강연회가 관례화했다. 본회의도 의미있지만, 이 강연은 양국 역사학자들의 개인적 경험이 어떻게 역사연구로 이어졌는가를 확인할 수 있어 사학계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왔다.

최근 발간된 <역사가의 탄생>(지식산업사 발행)은 2002~2007년 펼쳐진 이 공개강연을 묶은 책이다. 강연자들의 면면만으로도 양국 역사학계의 계보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노대가들이 강연회를 진행했다. 한국측에서는 작고한 이기백(1924~2004), 고병익(1924~2004)과 김용섭(77) 등 6명의 학자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식민사관과 유물사관의 극복, 서양사 방법론의 한국화, 내재적 발전론의 입론 등 각 분야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학자들이다. 이타카키 유조(板垣雄三), 나카쓰카 아키라(中塚明), 와다 하루키(和田春木) 등 일본측 발표자 7명도 중동사 연구, 근현대 한일 관계사, 북한 현대사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학자들이다.

이들은 왜 역사가가 되었을까?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파시즘 시기에 '군국소년'으로 유년기를 보냈던 많은 일본 사학자들은 전전의 일본적 가치가 전면부정된 '전후 격동기'의 경험이 평화주의를 지향하는 역사학 연구의 길로 이끌었다고 털어놓았다.

독일 사회주의운동사의 대가인 고 니시카와 마사오(西川正雄ㆍ1933~2008) 센슈대 교수는 종전 직후 "전차 안에서 한 중년 여인이 '우리는 도죠한테 속았다'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까지 사용하던 교과서에서 군국주의적인 문장을 모두 먹물로 칠해 지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당시의 정신적 혼란기를 회상했다. 나카쓰카 아키라 나라여자대 명예교수는 "전쟁 전부터 천황제에 굴복하는 일 없이 비전향을 고수했던 스승 야마베 겐타로 씨로부터 일본 근대사 연구에 있어서 조선 문제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한국 역사학자들은 좌우대립, 한국전쟁, 군사독재 등 숨 돌릴 틈 없었던 근ㆍ현대사의 체험이 역사가의 길로 인도했다고 자서(自敍)했다. 고 이기백 서강대 명예교수는 " 절망의 수렁 속에서도 오산학교의 전통이 민족에 대한 책임을 저에게 일깨워주었다"고 회고했으며, 이원순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소학교 4학년 때 일본어와 일본사를 국어, 국사라는 교과서로 공부했던 역사적 슬픔은 충격이었다"고 적었다.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전쟁의 원인이 한말 일제하 이래 계급문제, 사회모순의 집약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농업사 연구에 투신한 계기를 밝혔다.

그들을 역사의 길로 이끈 것은 '시대의 불운'이었으나 역사학계에는 축복이었다. 이 책의 일본어판은 도쿄대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이왕구기자) 

08. 09. 22.

 

 

 

 

 

 

 P.S. 신간 소개를 접할 때마다 기억력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역사가의 탄생>이 제일 먼저 떠올리게 해주는 책은? 하는 식. 아무래도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나>(에코리브르, 2001)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프랑스가 배출한 세계적인 역사가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기술하였다. 주제는 제목과 같은,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나'. 이 책은 역사가들이 쓴 것이지만 논문 모음집이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적인 고백이나 자서전도 아니다. 이 책은 역사학에 있어 하나의 실험이다. 책을 엮은 피에르 노라는 이에 '에고 - 역사(ego-d'histoire)'라는 새로운 장르 개념을 부여하였다. 역사가들은 마치 다른 연구 대상의 역사를 기록하듯이 자기 자신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들이 다른 연구 대상을 향해 던졌던 종합적이고 냉철한 시선으로 말이다."라고 소개되는 책(나로선 아직 소장하고 있지 않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지난주에 다른 경로로도 떠올린 바 있다. 부르디외의 <호모 아카데미쿠스>(동문선, 2005)를 필요 때문에 잠시 손에 들었는데 서론에 해당하는 1장의 '이 책을 불태울 것인가?'의 에피그라프로 부르디외는 샤를 페기(1873-1914)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이 책을 불태울 것인가?'는 영어로는 "A 'Book for Burning'?"을 옮긴 것이고, '불태워야 할 책'은 이지의 '분서(焚書)'를 가리키므로 <호모 아카데미쿠스>는 부르디외의 <분서>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들은 역사가들이 하는 식의 역사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역사적 세부사항의 무한성을 철저히 고찰하기를 원하지만, 자신들이 이러한 세부사항의 무한성에서 고려의 대상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들은 역사적 서열 속에서 자신들이 있기를 바라지 않고, 마치 의사가 아프거나 죽기를 바라지 않는 것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샤를 페기, <돈 속편>)

여기에 인용한 것은 영역본과 비교해보니 첫문장이 오역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역사가들이 하는 식의 역사를 원치 않는다."는 영역본에 따르면 "Historians don't want to write a history of historians."를 옮긴 것이다. 곧 "역사가들은 역사가들의 역사를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불어 원문에 '그들'이라고만 돼 있다 하더라도 문맥상 그들이 '역사가'라는 것 정도는 옮겨줘야 이 인용문의 의미가 살아날 텐데, 일단 국역본은 그러질 않았다. 게다가 '역사가들의 역사'를 '역사가들이 하는 식의 역사'로 잘못 옮겼다.

샤를 페기가 지적하는 것은 마치 의사들이 자기가 아프거나 죽기를 바라지 않는 것처럼 역사가들은 자신을 역사적 질서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호모 아카데미쿠스>에서 부르디외가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학문세계와 대학제도 분석이다. 이것은 그 자신이 직접적으로 속해 있는 세계/제도이다(부르디외는 <강의에 대한 강의>에서 자신의 사회학 강의에 대한 사회학을 시도한 바 있다). 페기의 글을 인용한 맥락이다.

<역사가의 탄생>이나 <나는 왜 역사가가 되었는가>가 다루고 있는 '에고-역사'이면서 '역사가의 개인사'이다. 그것이 보다 확장된다면 '역사가의 역사'가 될 수 있겠다. 요즘 나의 관심은 그러한 자기 반영적/반성적 인식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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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22 22:30   좋아요 0 | URL
샤를르 페기가 한 말을 에드워드 카도 한 적이 있죠...역사가는 마치 자신들은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저 높은 산정에서 산 밑을 고생하며 걸어가는 이들을 여유있게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으로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자신 역시 보통사람들처럼 터벅터벅 걸어가는 대열 속의 한사람일 뿐이다...

로쟈 2008-09-22 22:41   좋아요 0 | URL
자신도 환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 의사들처럼 역사가들도 스스로를 열외로 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그런 건 다른 분야들에서도 일반적인 듯싶어요...
 

바르트 관련자료를 검색하다가 오래전 기사가 눈에 띄어 (먼지를 털어내고) 옮겨놓는다. 97년(07년이 아니라!) 봄이니 10년도 더 전의 기사다. "국내 최대의 단행본 출판사인 고려원(대표 김낙천)의 부도가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다."란 기사와 나란히 떠 있으므로 세월의 더께를 짐작해볼 수 있다. 롤랑 바르트 전집의 첫권으로 나온 <텍스트의 즐거움>(동문선, 1997)을 소개하고 있다.  

한겨레21(97. 04. 03) 텍스트의 즐거움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자크 라캉, 루이 알튀세르, 질 들뢰즈 등과 함께 90년대 한국의 지식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프랑스 현대 사상가의 대열에 한사람을 더 추가한다면 아마도 기호학자 롤랑 바 르트가 될 것이다. 특히 문화현상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이 크게 유행하면서 문학기호학의 창 시자인 바르트에 대한 지적 관심은 문학 분야뿐 아니라 비평계 전반에 걸쳐 증폭되어 왔다.

도서출판 동문선이 20여권이 넘는 바르트의 모든 저작을 출판키로 기획한 것도 이런 관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동문선은 최근 `텍스트의 즐거움'을 시작으로 앞으로 5년간 모두 28권으 로 이뤄진 ‘롤랑 바르트 전집’을 펴내기 시작했다. 첫권으로 나온 `텍스트의 즐거움'(전집12)은 바르트의 후기 사상을 이해하는 출발점 구실을 하는 책이다.

바르트 후기 사상 이해의 출발점
문학기호학의 창시자이자 후기구조주의 사상가의 일원으로 알려진 바르트 의 학문적 편력은 기호학에 전력한 전반기와 이른바 텍스트 이론에 주력 한 후반기로 크게 대별된다. `텍스트의 즐거움'은 `사랑의 단상'과 함께 바로 후기 바르트를 대표하는 저서로 꼽힌다. `텍스트의 즐거움'은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화두들, 즉 작품에서 저자의 위치, 독자는 누구인가, 작품과 텍스트는 어 떻게 다른가 하는 점 등 그의 문학기호학의 기본적인 논제들을 그 자신이 쓴 글과 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책의 편집도 앞머리에 편역자인 김희 영 교수(한국외대 불어과)의 해제와 ‘저자의 죽음’(1968) ‘작품에서 텍스트로’(1971) 등 바르트의 짧은 글을 배치한 다음, 후기 작업의 이론적 틀을 제시한 유명한 저서 ‘텍스트의 즐거움’(1973)과 1977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취임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 연설문 ‘강의’ 등을 수록해 독자들이 바르트의 텍스트 이론에 접근하는 데 용이하도록 했 다. 이 밖에 바르트가 생전에 출판을 허락한 유일한 일기 ‘심의’와 바르트 의 사유체계를 비교적 잘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 세편의 대담 등을 덧붙이고 있다.

롤랑 바르트(1915~1980)는 40세 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사회학 연구원이 된 뒤부터 기호학에 관한 많은 글을 발표하여 학문적 명성을 쌓기 시작해 1976년 프랑스 지식인의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선임됐다. `신화학' `모드의 체계' `사랑의 단상' `텍스트의 즐거움' 등 20여권의 저서와 글들을 남겼다.

유럽에서도 난해하기로 이름난 바르트의 사유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기호학 이론이나 텍스트 이론 등은 자주 거론되고 인용되지만 정확히 그 의미를 파악하는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후기 사상의 핵심인 텍스트 이론은 작품의 생산자인 “저자를 죽임으로써 ” 비로소 출발한다.

작품에서 작가를 죽여야 진정한 의미의 독자가 탄생한다는 그의 발언은 난해하다. 무슨 뜻일가? 바르트에 따르면 작품을 만든 저자는 “역사적으 로 보아 실증적이고 합리적인 자본주의 산물”이다. 따라서 진정한 글쓰 기는 “저자가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고, 그 지점에서 독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텍스트 이론에서 저자의 개념은 그 지위를 상실 한다. 저자는 사라지고 오로지 “글쓰기를 배합하고 조립하는 조작자, 또 는 남의 글을 인용하고 베끼는 필사자가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저자가 ‘없는’ 작품, 즉 텍스트는 무엇인가? 여전히 난해하기 는 마찬가지지만 바르트의 설명을 들어보면 “‘작품’이 단일하고도 안정된 기호체계라면, ‘텍스트’는 이런 고정된 의미로 환언할 수 없는 무 한한 시니피앙(기의)들의 짜임”이다. 작품이 “의미를 변경할 수 없는 고정된 것이라면, 텍스트는 의미생산이 무한하게 가능한 열린 공간”이라 는 것이다.

“작가는 합리적 자본주의 산물이다”
따라서 독자는 해독해야 할 의미가 사라진 텍스트의 자유로운 공간 속에서 텍스트를 만난다. 롤랑 바르트에게 텍스트란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구체적이고 관능적인 공간이고, 비로소 그 둘은 경이롭고도 소중한 욕망의 여행을 시작”하는 빈 공간이다.

바르트의 주장은 권력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언어는 파시스트적”이라며 언어 자체가 가지는 권력성을 갈파한다. 그의 텍 스트 이론에 따르면 “언어의 폭력성, 지배 견해의 폭력, 상투적인 것에 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역사성의 회복과, 능동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 “언어가 권력을 행사하려고 들 때마다 그 언어를 버리고 다른 자리 로 옮겨가는 것”이다. 권력이 우리를 이용할 수 없는 곳으로. 그곳은 어디인가? 바르트는 그곳을 “도덕성 또는 소설적인 것”이라고 가리킨다. “진실의 불확실성을 깨닫고, 끝없이 새로운 것을 향해, 불가능한 지평을 향해 나아갈 때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이 바르트 이론의 결론이다.(이인우기자)

08. 09. 21.

P.S. 알라딘에서도 검색이 되지만, 바르트의 책은 <텍스트의 즐거움>(연세대출판부, 1990)으로도 출간된 적이 있다. 그다지 즐겁게 읽히는 텍스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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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2008-09-21 17:23   좋아요 0 | URL
'그다지 즐겁게 읽히지 텍스트는 아니었다'면 아주 후한 평이십니다. ^^;

로쟈 2008-09-22 16:38   좋아요 0 | URL
연대출판부본을 읽어보신 모양이군요.^^;
 

지난주 신간 중에 '오래된 새책'으로 눈길을 끄는 책은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산책자, 2008)이다. 재출간된 책인 만큼 자세한 서평은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북페이지에서 자세한 소개를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돼 있다.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다시 한국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책은 1997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오래도록 절판된 상태로 ‘기호’로만 남아 있어, 적지 않은 인문 지성 독자들이 재발간을 기다려온 텍스트였다. 이번에 스키라 판(Skira, 1970)을 번역한 1997년 번역 판본에 더해 세이유 판(Seuil, 2005)의 몇 군데 수정사항을 반영해, 동일한 역자의 섬세한 재작업을 거쳐 새로운 한국 판본을 출간하게 되었다. 특히 이번 산책자 판 『기호의 제국』은 <산책자의 에쎄Essaie>라는 이름으로 이어질 ‘그윽한 사유와 새로운 비평이 담긴 지성 에세이 시리즈’의 첫 권으로써, 현대적 감수성으로 빚은 ‘텍스트의 즐거움’을 찾는 탐서가(산책자)들을 인도하는 ‘산책로 표지판’이기도 하다.

나는 이전 민음사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몇 군데 수정사항만 확인하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콘텐츠로만 읽는 것도 아니어서(e-book을 나는 즐기지 않는다) 막상 표지를 보면 견물생심이 된다. 비록 민음사판의 표지가 더 마음에 들지만(알라딘에 이미지가 없어서 리브로에서 가져왔다).

소개를 조금 더 따라가본다. "구조주의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혁신적인 이론과 문체로 빛나는 현대 비평의 핵심 텍스트『기호의 제국』에서 바르트가 구성해낸 일본은 하나의 텍스트이며, 그는 “그곳에서 나는 여행객이나 방문객이 아니라 독자”라고 말한다. 그가 일본에서 읽고 있는 여러 문화 현상들은 간단한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씌어진 텍스트다. 그것도 단순한 논리나 사건 중심으로 씌어진 것이 아니라 하이쿠처럼 언어를 통해 언어의 핵심에 이르려는, 몸짓으로서의 글쓰기를 통해 씌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본 문화라는 텍스트에 대한 일종의 비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기호의 제국>은 일본이란 텍스트보다는 바르트란 텍스트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텍스트이다. 바르트에 대해서 말해주는 텍스트도 그 자신이 쓴 것을 포함해서 몇 권이 소개돼 있다. 역시나 절판된 자서전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강, 1997), 문학이론가 조너선 컬러의 <바르트>(시공사, 1999), 그리고 최근의 책으로 그레이엄 앨런의 <문제적 텍스트 롤랑 바르트>(앨피, 2006)가 '바르트 로드맵'으로 추천할 만하다.

얇은 책으론 트리포나스의 <바르트와 기호의 제국>(이제이북스, 2003)도 유용하다. 바르트라는 '기호의 제국'에 대한 1시간짜리 유람기이다. 그리고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을 직접 맛보고 싶다면 가장 '대중적인' 바르트 텍스트인 <사랑의 단상>(문학과지성사, 1991; 동문선, 2004)부터 집어드는 것이 안전하겠다...

08. 09. 21.

P.S. 바르트의 책을 검색해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은 한명숙 역의 <유행과 문자의상 체계>(경춘사, 1994)이다. 짐작엔 <모드의 체계>(동문선, 1998)와 같은 책이 아닌가 싶은데, 분량이 258쪽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완역은 아닌 듯싶다. 책은 바르트의 박사학위논문으로 씌어진 것이어서 가장 '딱딱하다'. 현재는 둘다 절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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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8-09-2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재]신간 소식이군요! "동일한 역자[들]의 섬세한 재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너무 궁금해서 책을 빨리 구입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로쟈 2008-09-22 16:39   좋아요 0 | URL
리뷰도 올려주시길.^^

열매 2008-09-21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동일한 역자(들)의 섬세한 재작업'이란 말이 왠만해선 믿어지지 않으니 출판계에 대한 제나름의 불신이 심하긴 한가 봅니다.

재번역본이 나오면 무작위로 3~4군데 정도 펼쳐서 구판과 비교해보는데, 이때까지는 글자 한자 변한 케이스도 보지 못했습니다. 가격은 변화무쌍했지만요. 물론 개역때마다 (원전과도 무관해보일 정도로 변신하는) 임석진교수의 <정신현상학>같은 개역판은 드문 케이스일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저렇게 광고하는데 얼마나 개역되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만,
영 구입버튼은 눌러지지 않을 것 같네요-..-;

람혼 2008-09-21 15:47   좋아요 0 | URL
실로 이심전심입니다... 임석진 선생이 저 <정신현상학> 번역에 '투신'하는 끊임없는 노력은 정말 보기 드문 경우죠("원전과도 무관해 보일 정도"라는 말에 잠시 웃었습니다^^ 한길사 판은 지식산업사 판보다 조금 더 '부드럽게' 의역하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고 또 헤겔 원문의 복잡한 복문들을 좀 더 끊어서 번역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임석진 선생의 번역은 한 저자를 오랜 세월 동안 만나고 또 그의 문장을 여러 시간 동안 옮겨올 때 갖게 되는 일종의 '동체화(同體化)'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호의 제국>의 재번역도ㅡ그러한 불신의 와중에서도ㅡ'최소한' 그런 개역이기를 바라는 마음 한 자락 담아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2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겔의 노동의 개념>지식산업사 도 저자의 프랑크푸르트 대학 학위논문인데 이을호,황태연 번역을 10년 뒤에 저자가 다시 직접 번역해 내놓는 걸 보니 성실하고 꼼꼼한 분인가 봐요.음...정신현상학 번역도 그랬군요.

로쟈 2008-09-22 16:40   좋아요 0 | URL
헤겔이 독일어로 번역되어야 한다면 임석진 번역의 헤겔도 한국어로 번역되어야 하다고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22 22:24   좋아요 0 | URL
황태연 씨는 요즘 주역에 열중한 나머지 전공인 독일 사상은 소홀히 하시는 듯...

로쟈 2008-09-23 00:08   좋아요 0 | URL
현실정치에 발을 들여놓다 보니 '관념론'이라는 게 시시해졌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PhEAV 2008-09-22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역사 1: 앎의 의지』를 요즘 원전과 국역구판을 함께 읽고 있는데, 국역신판과 구판을 비교해보니, 한 부분이 나아졌다 싶으면, 다른 한 부분이 엉망이 되어있는 걸 보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헌책방에서 구한 『기호의 제국』 민음사판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되네요. -_-...
이렇게 불신하면서도 결국 또 책을 사게 될 것 같다는 이 중독자의 불안감 ㅠ,.ㅠ (저는 왜 하라는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책 수집만 하는지... 후덜덜;;)

로쟈 2008-09-22 16:40   좋아요 0 | URL
증상이 저랑 비슷한데요.^^;

람혼 2008-09-23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도착해서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Garabagne'에 대한 역자의 주석이었는데요, 보고나서 크게 웃어버렸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는 참으로 다층적이고 복잡했었지만요...^^

로쟈 2008-09-23 22:16   좋아요 0 | URL
언젠가 페이퍼로 쓰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