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구입한 책 가운데 가장 부듯했던 건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대화>(펭귄, 1990)이다. 펭귄클래식으로 나온 영역본.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네 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소크라테스 회상>, <향연>, 그리고 <가정론>(<경영론>, <가정관리학>) 등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네편은 현재 번역본을 구할 수가 없다.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번역이 없는 듯싶고, 나머지 세 편은 모두 절판됐다.

 

 

흔한 책이었던 <소크라테스 회상>(범우사)은 절판된 게 아니라 품절된 것인 듯싶은데, 아무튼 유일한 번역본이 현재 구할 수 없는 상태다. 다행히 지난주에 중고서로 구하긴 했는데, 판면을 보니 1976년에 초판 1쇄가 나왔고 내가 구한 건 2002년에 나온 3판 2쇄다. <크세노폰의 향연 경영론>(작은이야기, 2005)이란 것도 나온 흔적이 있는데, 한번도 구경해보진 못한 책이다. 동네도서관에서는 당연히 구할 수 없고 중고도 나와 있지 않다. 네 편의 대화편을 한 권짜리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영역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유감스럽다. 설마 관심을 안 갖는 게 온당한 것일까?

 

 

 

흔히 '그리스의 군인, 역사가, 소크라테스의 문하생' 등으로 소개되는 크세노폰의 책으론 <그리스 역사>(안티쿠스, 2012)가 지난달에 출간됐고, <페르시아 원정기>(숲, 2011)도 천병희 선생의 번역으로 작년에 나왔다. <아나바시스>(단국대출판부, 2001)란 원제로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의 창업자 키루스 대제의 역전의 방법>(코리아닷컴, 2009)도 절판되진 않은 책인데, 원제는 그냥 <키루스 대제>. 소개에 따르면,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고레스 대왕과 동일 인물인 키루스 대제는 용기와 지혜로운 리더십으로 이집트를 제외한 오리엔트를 지배했다. 그는 피정복지의 풍습과 가치를 존중하는 등 유화정책을 썼다. 특히, 자신이 정복한 사람들을 존경과 자애로 다스린 지도자로 널리 이름을 떨쳤다. 한 세기가 지난 후 키루스 대제를 존경했던 그리스의 역사가 크세노폰은 키루스 대제에 관한 대서사시를 기록했다." 그 '대서사시'가 리더십에 관한 책으로 탈바꿈해 나온 것.

 

덧붙여, <키루스의 교육>(한길사, 2005)도 학술명저번역 총서의 하나로 나왔다가 절판됐다. "크세노폰이 보기에 키루스는 바람직한 정치적 인간이다. 키루스는 현실을 주의 깊게 살피지만 현실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는 백성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 통치하며 공동체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을 이룩한다. <키루스의 교육>은 이렇게 정치적으로 이상적인 인간을 역사소설의 형식을 빌려 설명한다." 말하자면 소크라테스와 키루스가 크세노폰의 '영웅'이었던 셈.

 

아무려나 당장은 아쉬운 게 크세노폰의 <경영론>이다. 홍기빈의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지식의날개, 2012)에서 '최초의 경제학 책'이라고도 불렀기 때문. <가정관리학>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크세노폰은 명예롭고도 미덕 넘치는 인간 행위의 유형을 전쟁 사령관, 폴리스 행정관, 농장 경영자의 세 가지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 저작에서는 바로 훌륭한 농장 경영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62쪽) 영역본 제목이 '농장 경영자(The Estate-manager)'인 것은 그 때문이리라...

 

12.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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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한 무더기로 배송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새로 번역돼 나온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1,2>(나남, 2012)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문예출판사, 2004)이란 제목으로 주요 본문 번역과 주석을 펴냈던 조대호 교수가 옮긴 완역본이다.

 


새로 나온 <형이상학> 덕분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주로 머물던 고대철학에 대한 관심이 아리스토텔레스에게까지 번져서 다시금 관련서들을 구입하게 됐다(이런 관심은 주기적이다. <시학>이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 나왔을 때 촉발됐던 것처럼). 그중엔 <형이상학>,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같은 주요 저작의 영역본뿐만 아니라 해설서도 포함되는데 이번에 나온 건 전재원 교수의 <10개의 키워드로 이해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역락, 2012)이다. 얇은 분량이긴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생애와 그의 철학의 주요 개념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보다 전문적인 해설서로는 W. D. 로스의 <아리스토텔레스: 그의 저술과 사상에 관한 총설>(누멘, 2011)이 있다. 1923년에 1판이 나온 책이니 그 자체로 '고전'급의 해설서이다. 저자는 영어권의 대표적인 아리스토텔레스 학자인데 머리말을 쓴 J. L. 아크릴에 따르면 "로스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작품들에 관한 간결하고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이보다 더 나은 설명은 없다." 아크릴 자신의 책으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서광사, 1992)도 소개됐었지만 현재는 절판됐다. 얇은 책으로 나도 오래전에 훑어본 기억이 있다(개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외에 '프로네시스' 개념에 관심이 있었다).

 

 

영어권 입문서 가운데 요즘 가장 애호하는 건 '아주 짧은 입문서' 시리즈인데, <아리스토텔레스>(옥스포드대출판부, 2000)의 저자는 조나단 반즈이다(원래는 1982년에 나왔던 책이 이 입문서 시리즈로 재출간됐다). '반즈'라고 하면 많이 듣던 이름 아닌가? 맞다, 작년에 <예감을 틀리지 않는다>(다산책방, 2012)로 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줄리언 반즈의 친형이라고 한다. 그가 손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 연구자인데, 현재는 절판됐지만 이 책도 예전에 번역됐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서광사, 1989)가 그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번 가다듬어서 다시 내는 건 어떨까 싶다. 그리고 엊그제 주문한 책이기도 한데, 조나단 반즈가 쓴 또다른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라이프맵, 2009)다. '가장 짧은 입문서'보다 더 '짧은' 입문서라고 할까. 동생 줄리언 반즈가 추천사를 쓰고 있기도 하니 더 궁금한 책이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려고 하면서 시작부터 <형이상학>을 붙드는 건 무모한 일처럼 생각되지만 어느 정도 사전 이해를 갖춘 경우라면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원전 번역으론 김진성의 <형이상학>(이제이북스, 2007)이 먼저 나와 있는데, 이제는 나남판과 자웅을 겨루게 됐다. <형이상학>(동서문화사, 2008)은 일어본을 중역한 것으로 두 원전 번역과 같이 읽는다면 참고할 만하다. 영역본은 펭귄판이 저렴하다.

 

 

그리고 발췌역으로는 책세상판과 지만지판이 나와 있다. 중세 이슬람 학자 아베로에스의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한국학술정보, 2012)에까지 손이 간다면 '못 말리는 관심'이라고 할 만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른 저작들에 대해선 앞에서 언급한 입문서들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보통은 <시학>이나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을 읽고, 이어서 <정치학>, <형이상학> 순으로 읽는 게 아닌가 싶다. <자연학>이나 <수사학>, 그리고 <변증론>, <분석론> 같은 저작들은 아직 손길이 가지 않아(<수사학>은 챙겨두고 있다) 잘 모르겠다. 이 모든 걸 혼자서 다 쓰다니!..

 

12.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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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에서 엮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사월의책, 2012)이다. '사회비판총서'라고 새로 기획된 시리즈의 첫 권으로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사월의책, 2012)과 같이 나왔다. 시리즈 책이란 점 때문에 같이 주문하긴 했는데, 사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만 나왔더라면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같은 제목의 책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옹기장이, 2012)을 이미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하기 전에도 두 책이 거의 '같은' 책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2년만에 같은 책이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다는 게 특이해서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같은 제목으로 검색은 되지만 두 책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책소개에 들어있지 않다(어떻게 해서 책을 다시 내게 됐다는 식의 얘기가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출판계약은 5년인 경우가 많은데, 계약이 파기된 것인지? 분명 먼저 책을 낸 출판사로선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 텐데, 양측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것인지? 그런 사소한 흥미다.  

 

사소하지 않은 건 같은 콘텐츠의 책이 서로 다른 두 출판사에서 출간돼 동시에 판매된다는 사실이 독자에게 공지되지 않은 일이다. 표지만 바뀌었을 뿐(거기에 편집 스타일만 바뀌었다) 내용은 거의 100% 동일한 책이 가격은 꽤 차이가 나는 이유가 순전히 '하드카바'이기 때문이라면 그 또한 허탈한 일이다. 흠, 자세히 보니 그밖의 차이도 없지는 않다. 가령 옹기장이판의 편집자 서문은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의 이념'이란 제목을 갖고 있지만, 사월의책판에서는 그게 부제로 돌려지고 새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지적 전통'이란 제목이 붙여졌다. 아니, 그런데 순서만 보면 놀랍게도 이게 '새' 제목이 아니라 '옛날' 제목이다. 편집자 서문이 쓰인 날짜가 '2009년 9월 15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옹기장이판에서는 '2010년 1월 15일'로 돼 있다. 내용은 똑같은 서문인데, 나중에 나온 책 서문이 전에 나온 것보다 먼저 쓰였다는 것도 미스터리하다.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이 아니라 '비밀들'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개인적으론 허버트 마르쿠제의 <에로스와 문명>에 대한 강의 때문에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대해 상기하고 예전에 사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도 다시 떠올리게 됐다(마르쿠제의 주저는 <이성과 혁명>, <에로스와 문명>, <일차원적 인간> 등이다). 그러다 결국 같은 콘텐츠의 책을 두 권 갖게 됐는데, 새로 나온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좀 희한한 일이어서 몇자 적었다. 딴은 두 권이 같은 내용의 책이란 걸 독자는 알 권리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12. 04. 07.

 

 

P.S. 마르쿠제에 대한 소개로 가장 간명한 것은 손철성 교수의 <허버트 마르쿠제>(살림, 2005)이다(<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의 마르쿠제 편도 손 교수의 글이다). 80-90년대만 하더라도 적잖게 나와 있었지만 마르쿠제의 책들은 현재 주저 몇 권만 남아있는 상태다. 얇은 책으론 <해방론>(울력, 2004) 정도. <소비에트 마르크스주의>(동녘, 2000)는 두어 차례 나왔었지만 현재는 모두 절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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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주의 책'도 정치비평/칼럼 분야의 책 위주로 고른다. 타이틀이 될 만한 책은 눈에 띄지 않아서 제목은 '한국사회를 생각한다'라고 두루뭉술하게 붙였다. 박노자, 강준만의 신작과 함께, 안병진, 하승우, 김진호 등의 책이다. 이 외에 김광기의 <정신차려 대한민국>(알에이치코리아, 2012)과 이택광의 <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자음과모음, 2012, 개정판)도 같이 묶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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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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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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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서이지만 일부러 독서를 미뤄놓는 책들이 있는데 이언 와트의 <소설의 발생>(강, 2009)과 린 헌트의 <인권의 발명>(돌베개, 2009) 같은 책이 그렇다. 이유는 비슷하다. 저자들이 중요한 전거로 삼고 있는 작품들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거. 어떤 작품들인가.

 

 

 

'디포우, 리처드슨, 필딩 연구'란 부제를 갖고 있는 <소설의 발생>에서는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 <몰 플랜더즈>, 그리고 리처드슨의 <파멜라>와 <클래리사>, 필딩의 <톰 존스>가 주된 분석 소재다. <톰 존스>(삼우반, 2007)와 <파멜라>(문학과지성사, 2008)가 번역된 이후에도 <몰 플랜더즈>, 더 결정적으로는 <클래리사>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게 핑계가 됐다.

 

하지만 이번주에 예기치 않게도 <클래리사>가 <클러리사 할로>(지만지, 2012)란 제목으로, 무려 8권짜리 책으로 번역돼 나왔다(책값만 20만원이 넘어간다. 소설 한 작품에!). 일단은 2권까지만 구입했는데, 비록 <몰 플랜더즈>는 아직 소식이 없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완비가 된 상황이니 '시간 부족' 말고는 더이상은 핑계가 안 통하게 됐다. <소설의 발생>을 어디에 두었는지 하는 수 없이 주말에 찾아볼 예정(오래전에 구입한 원서도 갖고 있긴 하다).

 

 

 

다시 정리하면, <소설의 발생>을 읽기 위해서 미리 읽거나 같이 읽어야 할 책으로 먼저 디포우의 <로빈슨 크루소>가 있다. 세계문학판 번역본들이 나와서 이 책은 독서여건이 아주 좋다.

 

 

 

그리고 필딩의 <톰 존스>와 리처드슨의 <파멜라>. 분량이 만만찮지만 소설사뿐 아니라 18세기 문화사에 관심이 있다면 책장에 구비해놓을 만하다.

 

 

 

거기에 <클러리사 할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맞먹을 만한 분량이다(책값은 능가한다!). 영어본으로도 보통은 축약본이 나와 있을 정도. <인권의 발명>을 읽기 위해선 <클러리사 할로>에다가 루소의 <신엘로이즈>(한길사, 2008)를 더 얹으면 된다. '소설'이 아니라 '고전 명저'로 번역돼 고급양장본이고 가격도 세다(이런 건 문고판 영역본들이 부럽다).

 

 

 

흠, 찾아놓고 보니 <소설의 발생>과 <인권의 탄생>을 읽는 건만 해도 몇십 만원 비용에 몇 개월짜리 프로젝트다. 이런 건 '독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전투'다...

 

12.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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