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가뭄'이었던 지난주와는 달리 이번주엔 관심도서들이 여럿 출간되고 있다. 주말에 갈무리할 책들을 제쳐놓고 미리 언급하고픈 책은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가 같이 쓴 <사회주의와 헤게모니 전략>(후마니타스, 2012)이다. '급진 민주주의론'의 교과서격 책. 이미 몇년 전부터 예고된 책이라 '지각 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하튼 나와주어서 다행이다. 샹탈 무페는 3년 전 방한하기도 했었는데, 그때 한 대담의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더불어, 무페와 라클라우의 관련서를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민주주의의 절차적 형태를 수립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민주적 시민성, 민주적 정서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 같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은 특히 그렇다.”

 



1985년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저술한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국내에는 1990년 <사회변혁과 헤게모니>란 제목으로 번역)이란 책으로 서구 좌파학계에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논쟁을 촉발시킨 샹탈 무페(66·사진)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교수가 한국 민주주의가 지닌 불완전성과 한계를 꼬집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펴내는 계간 <아세아연구> 가을호 특집 대담을 통해서다.

무페 교수는 곽준혁 고려대 교수(정치학)와 한 대담에서 “민주적 개인성이 있어야 규칙과 절차가 뒤따라올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고, 한국 같은 국가들에선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보돼 있어도, 시민들이 그 절차에 부합하는 삶의 양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바른 절차가 확보된다면 어떤 사회적 대립이나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 합리주의적 합의 모델에 대한 비판인 셈인데, 민주주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는 오늘 한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무페 교수는 대담에서 정치에 대해 지나치게 합리주의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를 비판했다. 현대 사회는 ‘조화로운 전체’가 아닌, 갈등의 요소를 필연적으로 내장한 다원성의 사회인 만큼, 불일치의 여지를 봉쇄한 채 이성적 합의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무페 교수가 밝힌 자신의 이론적 목표는 “(정치·사회 구조 안에) 적대감의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자유주의 정치체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페 교수는 이것을 “급진적 민주주의라는 기획을 통해 내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을 쓰던 1980년대 초와 오늘날의 상황을 비교한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페 교수는 말한다. “시민적 권리들은 공격받고 사회적 권리들은 박탈당했다. 1980년대 초반보다 지금 상황이 더 나빠졌다. 퇴보한 지점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급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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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 급진 민주주의 정치를 향하여
에르네스토 라클라우 & 샹탈 무페 지음, 이승원 옮김 / 후마니타스 / 2012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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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것의 귀환
샹탈 무페 지음, 이보경 옮김 / 후마니타스 / 2007년 1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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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역설
샹탈 무페 지음, 이행 옮김 / 인간사랑 / 2006년 3월
12,000원 → 11,400원(5%할인) / 마일리지 3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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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 좌파에 대한 현재적 대화들
주디스 버틀러 외 지음, 박대진.박미선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9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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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시몬느 베이유)의 책이 오랜만에 나왔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리즈앤북, 2012). 원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는데, 소개를 보니 편집된 책 같기도 하다(원저가 편집된 책인가?). 소개는 이렇다.

 

 

<시몬 베유 노동일지>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시몬 베유의 삶과 현실>에서는 T. S. 엘리엇과 체슬라브 밀로스의 글을 통해 시몬 베유의 짧은 생애를 이해해 보고자 했고, 지인들과 부모에게 보내는 시몬 베유의 편지들을 통해 그녀가 겪었던 현실의 순간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2부 <시몬 베유의 작품과 이상>에서는 시몬 베유의 사후에 발표된 여러 글들을 편집하여 실음으로써 그녀의 사상이 어떻게 글로 표현되었으며, 그 사상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다.

아무튼 <중력과 은총>(이제이북스, 2008)과 합본으로 나온 <중력과 은총/철학강의/신을 기다리며>(동서문화사, 2011) 이후에 다시금 관심을 돋구는 책이다. 시몬 베유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강의를 하느라 자료를 꽤 모은 기억도 있다. 지금은 자료도, 기억도 다 흩어진 상태지만, <중력과 은총>의 한 구절 정도는 아직도 생생하다. "사랑은 우리들의 비참함을 말해주는 표시이다. 신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할 수 있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이 아닌 다른 것만을 사랑할 수 있다." '불꽃의 여자' 시몬 베유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다.

 

 

그럼 아감벤은 뭔가? 엉뚱한 연상은 아니고, 아감벤의 학위논문 주제가 베유의 정치사상이었다. 하이데거나 벤야민만 아감벤의 '소스'는 아니었던 셈. 한겨레의 '진보 지식인 시리즈'에 소개된 대목이다.

1942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로마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간행된 발터 베냐민의 이탈리아어판 전집 편집자를 지낸 뒤 베로나대학과 유럽·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미학과 철학을 강의했다. 현재 베네치아건축대의 철학 교수로 있다. 대표작인 <호모 사케르>(Homo Sacer)는 이후 <아우슈비츠에서 남은 것>(1998), <예외 상태>(2002), <군림과 영광>(2007)을 거치면서 지금도 여전히 진행중이다.(한겨레)

 

안 그래도 이번 여름에 아감벤을 읽을 일이 있는데, 시몬 베유가 같이 읽어보면 뭔가 새로운 접속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베유의 책 가운데에서도 <중력과 은총> 외에 <전쟁과 일리아스>, <억압과 자유>, <뿌리 내리기> 등이 관심도서다. <억압과 자유>나 <뿌리 내리기>는 예전에 일부를 복사해둔 것 같기도 하다(번역도 됐을 것이다. 완역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감벤의 경우에도 <아감벤 사전>을 비롯해서 탐나는 신간들이 몇 권 된다. 번역까지 기다리기 어려워서 조만간 지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신앙이 없는 이에겐 '신을 기다리며'를 대신하는 것이 '책을 기다리며'이다...

 

12. 05.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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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싶겠지만 두 권의 책 제목이다. 저자는 미국의 여성학자 매릴린 옐롬. <아내>(시공사, 2003)란 제목으로 나왔다 절판됐던 책이 이번주에 원래의 제목대로 다시 출간됐다. <아내의 역사>(책과함께, 2012). 개인적으론 두달쯤 전에 중고도서로 구한 책인데(여성의 삶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을 강의할 기회가 잦은 탓에 내겐 요긴한 책이다), 다시 나올 줄 알았다면 좀더 기다렸을 것이다. 역자가 같은 걸로 보아 번역상의 차이는 별로 없을 듯하지만 표지는 훨씬 좋아졌다.

 

 

 

저자가 <아내의 역사>보다 먼저 쓴 책이 <유방의 역사>(자작나무, 1999)다. 이 역시 절판됐는데, <아내의 역사>가 반응을 좀 얻는다면, <유방의 역사>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표지도 좀 업그레이드돼서 말이다. 목차만 훑어봐도 알 수 있지만 '최초의 아내 이브부터 <인형의 집> 노라까지, 역사 속 아내들의 은밀한 내면 읽기'로서 <아내의 역사>는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에 이런 주제의 역사를 쓴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운 것이기도 하고. 하긴 <엉덩이의 역사>나 <눈물의 역사> 같은 책들에 견주면 평범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책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선 지난번 <아내>가 출간됐을 때의 서평기사가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다. 간추려서 옮겨보면 이렇다.

 

아내란 관계의 이름이다. 남편 없는 아내란 있을 수 없으니까. 미국의 원로 여성학자 매릴린 옐롬이 쓴 <아내>(원제:아내의 역사)는 서양의 역사 속에서 아내의 지위 변화를 훑는 책이다. 이 책은 아내의 개념, 지위, 역할이 언제 형성되어 어떻게 변해왔으며, 역사 속에서 아내들은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보았고 이를 바꾸려고 어떻게 싸워왔는지, 그 순종과 반항의 역사를 보여준다

역사 속에서 아내는 어떤 대접을 받아왔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아내는 남편이 사용하는 “가재도구” 혹은 재산이었다. 기독교 논리가 사회를 주름잡았던 중세에 아내는 ‘출산의 그릇’이었다. 이 시기 여성들 중 아내의 지위는 처녀·과부 밑이었다. 왜냐하면 이 시기 섹스는 타락이었으므로 여성들 내부의 서열은 금욕을 기준으로 매겨졌으니까.

전통적인 아내상 혹은 아내 관념이 최근 50년 동안 겪은 급격한 변모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오늘날 아내의 역할을 둘러싼 견해 차이는 성별 간에, 계층 간에 여전히 크고 깊다. 방대한 사료, 자료, 인터뷰가 녹아 있는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이런 질문들이다. 아내는 남편의 부양을 받는 자인가 “역사 이래 1950년대에 이르기까지 아내를 먹여 살리는 것은 남편의 의무였다. 아내는 그 대가로 섹스, 아이, 가사노동을 제공했다.” 그러나 맞벌이 아내들의 대거 등장은 이 관념을 급속하게 약화시킨다. 지은이가 보기에, 여성은 피부양자이며 가사의 전담자라는 낡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가정과 직장에서 평등하게 일을 분담하는 새로운 결혼 유형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질문. 그렇다면 아내는 어머니인가. 역사 속에서 아내인 동시에 어머니이지 않았던 여자들은 철저히 박해받았다. 아내인데 어머니가 아닌 여자는 ‘죄인’취급을 받았으며, 거꾸로 아내가 아니면서 어머니인 이들은 심지어 처형당하기까지 했다. 독신모라는 낙인을 피하려고 “갓난아이 살해 등 무슨 짓이든 했”으니까. 그러나 오늘날은 자발적인 독신모의 증가 등 사정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결혼 50년 문턱에 있는 아내이기도 한 지은이는 말한다. 역사 이래 결혼은 아내가 되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지만, “오늘날 미국의 아이들 가운데 40%는 혼외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아내는 여성인가 오늘날 캐나다·덴마크·스웨덴·스위스·벨기에·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성간의 결혼이 합법화되는 추세에 있다. 동성 결혼에선 누가 아내일까. 지은이는 묻는 대로 “부부 간에 지위·역할·성별 등 어떤 차이도 없는 결합이라면 아내라는 용어가 의미를 가질 것인가” 아내라는 이름은 ‘멸종’ 위기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허미경 기자) 

12.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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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에 이어서 '이주의 책'까지 골라놓는다. 주말을 앞두고 막바지 숙제를 해치우는 기분이다(정작 할일들은 줄서서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주에는 국내서로만 고를 참인데, 타이틀은 조계완의 <우리시대 노동의 생애>(앨피, 2012)에서 가져왔다. 795쪽짜리니까 국내서 가운데서는 이주에 나온 가장 두꺼운 책에 속한다(참고로 청나라의 중앙유라시아 정복사를 다룬 피터 퍼듀의 <중국의 서진>(길, 2012)이 924쪽이다). 아예 머리말에 "이 책은 깊이보다는 넓이와 두께를 자랑한다"고 적혀 있다! '노동경제 교양서'나 '노동자의 교양 경제학'으로 읽히면 좋겠다고 했으나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노동의 벽화'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듯싶다. 여하튼 메이데이가 낀 주이기도 하니 이주의 책으론 제격이다. 고병권의 <점거, 새로운 거버먼트>(그린비, 2012)는 부제대로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르포르타주'이다. 이미 두 권의 <점령하라>가 나온 참이지만 한국의 '연구자'가 겪어본 점거운동의 실상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나머지 세 권은 국문학과 중국학을 전공한 세 명의 인문학자, 강명관, 공원국, 김경일의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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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 노동의 생애- 자본, 시장, 그리고 노동
조계완 지음 / 앨피 / 2012년 4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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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르포르타주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12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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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
강명관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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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인문학자- 타클라마칸에서 티베트까지 걸어서 1만 2000리 한국 최초의 중국 서부 도보 여행기
공원국 지음 / 민음사 / 2012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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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은 5월이지만 날씨는 이미 6월로 넘어간 듯하여 '5월의 읽을 만한 책'이라고 적는 게 멋쩍지만 '계절의 여왕'을 홀대할 수 없으니 5월의 책들도 골라놓는다. 여유가 없어 며칠 늦어졌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성석제의 <위풍당당>(문학동네, 2012)이다. "성석제가 귀환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석제의 ‘웃음’이 귀환했다."는 평이다. "2000년대 들어 창작한 최근작들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입담계의 아트이자 재담계의 클래식”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소설의 진경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 이유다. 90년대 작품이라면 <홀림>(문학과지성사, 1999) 이전을 뜻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즐겁고 유쾌한 작가, 성석제의 컴백? 개인적으론 '위풍당당'이란 타이틀에서 떠올린 건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다. 주제가가 '위풍당당 행진곡'이었기 때문에. 석제의 소설, 옥희의 영화, 짝이 그렇군...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주강현의 <유토피아의 탄생>(돌베개, 2012)이다. 민속학에서 해양문명 연구로 관심영역을 확장한 저자가 동서고금의 '섬-이상향[ 담론의 궤적을 추척한 책이다. "종합사로서의 역사학, 현재사로서의 역사학의 의미를 잘 구현했다는 점에서, 역사 연구의 외연을 넓혀주었다고 평가"된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나이절 워버턴의 <철학자와 철학하다>(에코리브르, 2012). 대중교양서를 주로 집필해온 영국 철학자의 책으로 원제는 '철학소사(A Little History of Philosophy)'. '물음을 던진 사람' 소크라테스부터 '현대의 등에' 피터 싱어까지의 서양철학사를 40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소개한다. 철학사 일람에 요긴한 책.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최대권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서울대출판문화원, 2012)다. "저자는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형식적인 양식을 넘어 선한 사회의 실질적인 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질이 필요하다고 한다." 새로운 주장은 아니지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이론을 잘 정리하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사실 법치주의를 다룬 책은 별로 나와 있지 않다. 민주주의에 관한 책으론 래리 바텔스의 <불평등 민주주의>(21세기북스, 2012)와 강준만 교수의 <자동차와 민주주의>(인물과사상사, 2012)를 더 얹어놓고 싶다.

 

 

 

국제정치와 한반도 관련서들도 몇권 구해놓고 손에 들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일부라도 들춰보려 한다. 로버트 코헤인의 <헤게모니 이후>(인간사랑, 2012)가 미국의 단일 패권 이후 국제관계를 다룬다면, 정욱식의 <핵의 세계사>(아카이브, 2012)와 홍석률의 <분단의 히스테리>(창비, 2012)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사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은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김영사, 2012)이다. "경제학적 합리성에 의문을 제기한 연구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이 ‘사고의 작동메커니즘’과 ‘직관의 편향’을 주제로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한 책"으로 이미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에 군더더기 설명은 불필요하겠다. 공저자 리처드 탈러(세일러)는 화제작 <넛지>(리더스북, 2009)와 <승자의 저주>(이음, 2007)의 저자이기도 하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과학책은 강석기의 <과학 한잔 하실래요?>(MID, 2012)다.현직 과학기자인 저자가 "물리학에서부터 생물학, 수학, 의학, 지질학, 화학, 공학까지 커피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과학 분야"의 48가지 주제에 관해 소개하는 책. 같은 교양과학서 범주에 들어갈 책으로는 리처드 도킨스의 <현실, 그 가슴뛰는 마법>(김영사, 2012)과 조지 가모프의 <1,2,3 그리고 무한>(김영사, 2012)도 커피 한잔을 옆에 놓고 읽어봄직하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안느 바리송의 <더 컬러 - 세계를 물들인 책>(이종, 2012)이다. 제목이 이미 어떤 책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색에 대한 수많은 미신과 신화를 문화인류학적인 접근 방식으로 해석한 흥미로운 책". 좀 뜬금없는지는 몰라도 같이 떠올리게 되는 책은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민음사, 2009)이다. 같이 읽어봄직하지 않을까.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미다스북스, 2012)다. "<칼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에 대한 입문서이면서 동시에 벌린에 대한 입문서이기도 하다. <공산당선언>과 <자본론>의 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자유론>(아카넷, 2006)과 <러시아 사상가>의 저자로 ‘가장 지적인 대학인’이라고 불렸던 이사야 벌린을 이해하는 데에도 아주 요긴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벌린의 <자유론>과 <러시아 사상가>(생각의나무, 2008)가 모두 절판된 점에 대한 유감도 같이 적고 싶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추천한 책은 임준수의 <나무야 미안해>(해누리, 2012)다. '천리포수목원 일군 민병갈의 자연 사랑'이 부제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주인공은 귀화 미국인으로 "57년 동안 사재 500억 원을 들여 19만 평의 땅에 나무의 천국을 일궜다. 동백과 목련, 호랑가시 등 3개 분야는 세계 정상급이다." 그 수목원에 한번 가보고픈 생각이 든다. 관련서도 두 권 더 눈에 띈다.

 

 

 

10. 진화심리학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진화심리학'이다. 관련서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새삼스레 다룰 건 아니지만, <인간은 야하다>(21세기북스, 2012), <문명이 낯선 인간>(공존, 2012), <남성 퇴화 보고서>(21세기북스, 2012) 등이 한꺼번에 나와서 같이 묶어놓을 만하다. <남성 퇴화 보고서>는 인류학자가 쓴 책이다.

 

12. 05. 04.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론 괴테의 <파우스트>를 고른다. 고전이야 매번 다시 읽는 것인데, 이번에 펭귄클래식판으로 새로 번역돼 나온 게 계기다. 주요 번역서들을 모두 갖고 있으니 대략 6-7종은 되는 듯싶다. 그래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챙겨두게 된다. 내 안의 어떤 파우스트적 욕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나 아직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이참에 파우스트박사와 한번 대면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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