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새 번역판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음사판과 펭귄클래식판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데, 민음사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6권(게르망트 쪽으로)이 나오기가 무섭게 후발주자인 펭귄클래식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아예 7,8권(소돔과 고모라)까지 한꺼번에 내놓았다. 완주까지는 아직 절반 가량이 남아 있지만, 반환점은 확실히 돌았고 얼추 추월하는 모양새다. 아니 발행일로는 펭귄클래식이 민음사판보다 앞선다. 8권 세트가 올해 나왔을 뿐이다.

 

 

 

 

 

이들 두 종의 번역본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오고 있는 덕분에 올해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강의까지 기획하게 되었다.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잘 하면 올해 안에 완간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이번 여름에 1권(스완네 쪽으로)과 2권(꽃피는 처녀들의 그늘에서)을 읽는 것이 일단 목표다. 그런 만큼 뒤늦게 알게 된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8권까지의 출간 소식은 반가운데(비록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라는 제목 번역에 대해선 동감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앞서 나온 1,2권과 표지 장정이 달라졌다는 점.

 

 

하드카바의 꽤나 멋들어진 판본으로 1,2권이 출간되었었는데, 갑자기 저렴한 소프트카바로 바뀌면서 시리즈의 맥을 끊어놓았다. 3권을 우아하게 기다리던 독자들을 보기 좋게 배신한 형국이다. 이후 하드카바 출간계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구색을 맞춰 읽으려면(서가에 꽂아두려고 해도 그렇고) 뱐양장본으로 다시 구입해야 할 형편이다. 애초에 고급화로 승부를 보려다가 갑작스레 '염가본' 전략으로 수정한 이유를 모르겠다(물론 이유야 판매 부진이겠지만).

 

 

 

 

그런 점에서는 일관성 있는 표지를 고집하고 있는 민음사판이 오히려 미덥게 여겨진다. 나중에 민음사판도 반양장본을 낼지 모르겠지만, 펭귄클래식판도 가급적이면 양장본을 같이 내주면 좋겠다. 갑작스런 표지 갈이에 당혹스러운 독자가 나 혼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서 유감을 적는다...

 

16. 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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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격월간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편집인 김종철의 칼럼집이 출간됐다. 두 권짜리 <발언>(녹색평론사, 2016)으로 묶였는데, 주로 일간지와 주간지에 최근 몇 년간 실은 칼럼들을 모았다. 따져보면 평론집 <땅의 옹호>(녹색평론사, 2008) 이후 저자의 단독 단행본은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그 사이에 나온 <간디의 물레>(녹색평론사, 2010)은 1999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생태주의 운동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한 저자의 한결같은 주장을 한 자리에 모아서 읽을 수 있겠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생산력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생산으로 인한 위기이다. 그리고 부의 집중, 사회적 격차, 구매력 부족이 이 위기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제가 아니라 더 많은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야 옳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고종석 선집도 에세이를 모은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알마, 2016)을 끝으로 일단락되었다. 소설집 <플루트의 골짜기>(알마, 2013)을 필두로 지난해 출간된 <언어의 무지개>, <정치의 무늬><문학이라는 놀이>를 포함해 모두 다섯 권이다(작녀에는 언어학 강의록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로고폴리스, 2015)도 따로 나왔다). 절필 선언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고종석의 문장> 같은 강의록을 제외하면)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고종석의 모든 것이라고 해야겠다.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주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도시의 기억>, <고종석의 여자들>에서 가려뽑은 것들이다. 이미 한번은 읽었던 글들이지만, 선집본으로 다시 읽는 것도 독자의 권리다.  

 

 

드물게도 전쟁사를 전공한 한국사 연구자 이상훈의 새 책도 출간되었다. <신라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푸른역사, 2015) <전략전술의 한국사>(푸른역사, 2014)에 뒤이은 것인데,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나당전쟁 연구>(주류성, 2012)까지 포함해서 이번이 세번째 책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제목이 곧 질문이고 그에 답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신라의 이야기다. <전략전술의 한국사>, <나당전쟁 연구> 등의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동안 전쟁사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 이상훈은 이 책에서 '신라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례를 정리한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전략전술, 시대 배경과 정치 상황, 위기 대처와 극복 방법, 전투와 전쟁 방식 등을 살피면서 신라의 힘을 찾는다.

신라가 일종의 병영국가였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인데, 흥미로운 시각과 사실들을 담고 있어서 역사서 독자들의 구미가 당길 만하다. 그러고 보면, 통사를 제외하고 삼국시대나 삼국통일을 따로 다룬 성인용 교양서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읽을 만한 책이 있기는 있는 건가...

 

16.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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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분주한 틈에 '이주의 책'을 고른다. 별도로 다룰 책들은 빼고 고른 타이틀북이 고쿠분 고이치로의 <다가올 민주주의>(오래된 생각, 2016)다. 저자는 <인간은 언제부터 지루했을까?>(한권의책, 2014), <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동아시아, 2015) 등으로 우리에겐 구면. '다가올 민주주의' 혹은 '도래할 민주주의'란 말은 데리다에게서 가져온 것이다.

 

 

"현재의 민주주의를 돌아보고 이후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생각하는, 행동하는 철학자의 실천적 구상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라고 부르게 된 근본 원인인 근대정치철학의 단순하고 중대한 결함을 밝혀내 '이 문제에 대답할 수 없다면 내가 하고 있는 학문은 거짓이다'라고 선언한 철학자의 고뇌가 담긴 희망의 메시지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성찰로는 사회와철학 연구회에서 펴낸 <다시 민주주의다>(씨아이알, 2015)도 같이 읽어봄직하다.

 

두번째 책은 벨기에 철학자 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의 <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갈라파고스, 2016). "금권정치와 소수특권주의에서 벗어난 새로운 민주주의를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선거가 곧 민주주의라는 고정관념을 깨라고 말한다. 합의의 도구였던 선거가 시민혁명을 거치면서 소수 엘리트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해주기 위한 제도로 변질되는 과정을 밝히고, 현재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진지하고 꼼꼼하게 짚어본다".

 

 

세번째 책은 SBS 김성준 앵커의 <뉴스를 말하다>(청림출판, 2016). '뉴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하여'가 부제다. "SBS 8 뉴스 클로징 멘트로 화제를 모은 김성준 전 앵커는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두루 거쳐 미국 워싱턴 특파원, 청와대 출입기자, 메인 뉴스 앵커로 활동한 경력 25년의 방송기자다. 저자의 앵커 멘트는 시청자들이 뉴스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제 다시 보도국 데스크로 돌아온 저자가 그동안의 취재 기록과 앵커 시절 클로징 멘트를 돌아보면서 뉴스에 대한 작은 바람을 담아 펴낸 책이다." 뉴스보도의 현실이 궁금하다면, JTBC 뉴스룸 제작팀의 <팩트 체크>(중앙북스, 2015)와 같이 일독해볼 만하다.

 

 

네번째 책은 한상용, 최재훈의 <IS는 왜?>(서해문집, 2016)이다. 이미 IS(요즘은 '다에시'라고도 부른다)에 대한 책은 적잖게 나와 있는데, 가령 국내서로도 하영식의 <IS: 분쟁전문기자 하영식, IS를 말하다>(불어라바람아, 2015), 정의길의 <이슬람 전사의 탄생>(한겨레출판, 2015)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청소년 하위문화를 파헤친 <18세상>의 저자 김성윤의 신작'으로 소개되는 <덕후감>(북인더갭, 2015)이다. 문화비평서인데, "일반적인 문화비평서와는 달리, 대중문화와 현실이 맺는 관계를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일관된 관점으로 서술하기를 시도한다. 걸그룹에 내심 하앍하앍대면서도 사회적 참여를 시도하는 삼촌팬에서부터 '무한도전'의 시대사적 의미를 캐내는 무도빠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중문화에 숨겨진 정치적 무의식을 밝혀"내고자 한다. 자칭 '문화과학 키드'의 저자가 문화비평의 맥을 잇고 있어서 눈에 띈다. 지난 연말에 나온 문강형준의 <감각의 제국>(북노마드, 2015)과 같이 읽어봄직하다(나부터도 그러려고 책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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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민주주의- 왜 민주주의는 여전히 미완성일까?
고쿠분 고이치로 지음, 김윤숙 옮김 / 오래된생각 / 2016년 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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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선거는 없다
다비트 판 레이브라우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1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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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말하다- 뉴스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하여
김성준 지음 / 청림출판 / 2016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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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IS는 왜?- IS는 '테러 괴물'인가, 객관적인 우리 시각으로 파헤친 IS 심층 파일
한상용.최재훈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월
13,900원 → 12,51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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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 <셜록> 개봉에 맞춘 듯이 나온 책이 있다. <셜록: 크로니클>(비채, 2015)이나 <셜롬 홈즈의 책>(지식갤러리, 2015) 등과는 성격이 좀 다른 책이다. <셜록 홈스, 기호학을 만나다>(이마, 2016). 분류하자면 '기호학' 책이다.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이 부제.

 

 

일종의 논문집으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와 미국의 기호학자 토머스 세벅이 편자다. 그리고 사실은 한 차례 나왔던 책의 재간본이다.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인간사랑, 1994)이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어느덧 22년 전이다! 번역이야 크게 달라졌을 성싶지 않지만(역자가 같으므로) 새로 나온 판본의 표지와 제목도 유혹적이다. 원저는 <셋의 기호>다. 어떤 책인가.  

셜록 홈스 팬, 추리소설 독자, 탐정, 그리고 기호학자를 위한 책. 현대 기호학의 체계를 수립했다고 알려진 찰스 퍼스의 난해한 기호학과 논리학의 핵심 내용을 셜록 홈스와 뒤팽 등 탐정/추리소설에 나타나는 논리학을 통해 살펴본다. 움베르토 에코, 토머스 세벅, 카를로 긴즈부르그를 비롯한 언어학, 기호학, 논리학, 역사학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쓴 10편의 글을 통해 기호학은 물론 추리소설을 새롭게 읽을 수 있다.

 

원저의 부제와 표지에서 '뒤팽, 홈스, 퍼스'를 읽고 볼 수 있는데, 책의 핵심은 홈스와 뒤팽 같은 탐정들의 추리 작업이 철학자 찰스 퍼스의 기호 해독 작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미국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철학자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퍼스는 소쉬르와 함께 기호학의 양대 창시자이다(즉 기호학을 양분한다).

 

 

에코 역시 중세학자이자 세계적인 기호학자인데, 에코 기호학의 특징은 소쉬르 전통의 유럽 기호학과 퍼스 전통의 미국 기호학을 통합/절충한 데 있다. <일반 기호학 이론>(열린책들, 2009) 같은 이론서가 대표적이다(기호학 입문서이자 퍼스 기호학 소개서이다). 인문학도라면 필독해 볼 만하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는 과도한 요구일 수 있겠다. 대신 셜롬 홈스 독자들이 홈스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기호학자도 한번 만나보시길 권한다. <셜롬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가 건네는 초대장이다...

 

16.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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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모티머 애들러의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마인드큐브, 2015)를 고른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인 애들러는 유명한 독서법 책 <독서의 기술>로 잘 알려져 있다(국내에도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쉽게 풀이한 책.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자였던 모티머 J. 애들러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을 교육의 기조로 삼고, 철학과 교육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 전문적 용어의 사용을 최대한 피하고, 일상의 친근한 사례를 들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1부에서 책의 전체 구도를 소개한 다음, 2~4부는 감각을 통해 잘 알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여 본성상 더 분명한 것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개별 저작이 아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전반에 관한 가이드북이 얼른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사실 입문서가 요긴한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이 아리스토텔레스이다(고대 철학 전반을 다룬 책은 드물지 않지만). <모두를 위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때마침 나와주었다고 할까. 주요 저작들은 번역돼 있는 터이니(최근에는 <자연학 소론집>도 번역됐다) 전체에 대한 조감도 격으로 애들러의 책을 읽고서 주저들을 손에 드는 쪽으로 독서를 진행해도 좋겠다. '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하니까 연초부터 무기력에 빠진 분들이라면 더더욱...

 

16. 0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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