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영화 <셜록> 개봉에 맞춘 듯이 나온 책이 있다. <셜록: 크로니클>(비채, 2015)이나 <셜롬 홈즈의 책>(지식갤러리, 2015) 등과는 성격이 좀 다른 책이다. <셜록 홈스, 기호학을 만나다>(이마, 2016). 분류하자면 '기호학' 책이다.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이 부제.

 

 

일종의 논문집으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와 미국의 기호학자 토머스 세벅이 편자다. 그리고 사실은 한 차례 나왔던 책의 재간본이다.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인간사랑, 1994)이란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어느덧 22년 전이다! 번역이야 크게 달라졌을 성싶지 않지만(역자가 같으므로) 새로 나온 판본의 표지와 제목도 유혹적이다. 원저는 <셋의 기호>다. 어떤 책인가.  

셜록 홈스 팬, 추리소설 독자, 탐정, 그리고 기호학자를 위한 책. 현대 기호학의 체계를 수립했다고 알려진 찰스 퍼스의 난해한 기호학과 논리학의 핵심 내용을 셜록 홈스와 뒤팽 등 탐정/추리소설에 나타나는 논리학을 통해 살펴본다. 움베르토 에코, 토머스 세벅, 카를로 긴즈부르그를 비롯한 언어학, 기호학, 논리학, 역사학 등 각 분야의 권위자들이 쓴 10편의 글을 통해 기호학은 물론 추리소설을 새롭게 읽을 수 있다.

 

원저의 부제와 표지에서 '뒤팽, 홈스, 퍼스'를 읽고 볼 수 있는데, 책의 핵심은 홈스와 뒤팽 같은 탐정들의 추리 작업이 철학자 찰스 퍼스의 기호 해독 작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미국 프래그머티즘(실용주의) 철학자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퍼스는 소쉬르와 함께 기호학의 양대 창시자이다(즉 기호학을 양분한다).

 

 

에코 역시 중세학자이자 세계적인 기호학자인데, 에코 기호학의 특징은 소쉬르 전통의 유럽 기호학과 퍼스 전통의 미국 기호학을 통합/절충한 데 있다. <일반 기호학 이론>(열린책들, 2009) 같은 이론서가 대표적이다(기호학 입문서이자 퍼스 기호학 소개서이다). 인문학도라면 필독해 볼 만하지만 요즘 같은 시절에는 과도한 요구일 수 있겠다. 대신 셜롬 홈스 독자들이 홈스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기호학자도 한번 만나보시길 권한다. <셜롬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가 건네는 초대장이다...

 

16.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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