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격월간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편집인 김종철의 칼럼집이 출간됐다. 두 권짜리 <발언>(녹색평론사, 2016)으로 묶였는데, 주로 일간지와 주간지에 최근 몇 년간 실은 칼럼들을 모았다. 따져보면 평론집 <땅의 옹호>(녹색평론사, 2008) 이후 저자의 단독 단행본은 오랜만이 아닌가 싶다(그 사이에 나온 <간디의 물레>(녹색평론사, 2010)은 1999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생태주의 운동가이자 사상가이기도 한 저자의 한결같은 주장을 한 자리에 모아서 읽을 수 있겠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생산력 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과잉생산으로 인한 위기이다. 그리고 부의 집중, 사회적 격차, 구매력 부족이 이 위기를 초래한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제가 아니라 더 많은 민주주의라고 생각해야 옳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고종석 선집도 에세이를 모은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알마, 2016)을 끝으로 일단락되었다. 소설집 <플루트의 골짜기>(알마, 2013)을 필두로 지난해 출간된 <언어의 무지개>, <정치의 무늬><문학이라는 놀이>를 포함해 모두 다섯 권이다(작녀에는 언어학 강의록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로고폴리스, 2015)도 따로 나왔다). 절필 선언을 번복하지 않는다면, (<고종석의 문장> 같은 강의록을 제외하면)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고종석의 모든 것이라고 해야겠다.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에 수록된 에세이들은 주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도시의 기억>, <고종석의 여자들>에서 가려뽑은 것들이다. 이미 한번은 읽었던 글들이지만, 선집본으로 다시 읽는 것도 독자의 권리다.
드물게도 전쟁사를 전공한 한국사 연구자 이상훈의 새 책도 출간되었다. <신라는 어떻게 살아남았는가>(푸른역사, 2015) <전략전술의 한국사>(푸른역사, 2014)에 뒤이은 것인데,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나당전쟁 연구>(주류성, 2012)까지 포함해서 이번이 세번째 책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제목이 곧 질문이고 그에 답하려는 시도다.
이 책은 고구려와 백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신라의 이야기다. <전략전술의 한국사>, <나당전쟁 연구> 등의 저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동안 전쟁사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 이상훈은 이 책에서 '신라는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례를 정리한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전략전술, 시대 배경과 정치 상황, 위기 대처와 극복 방법, 전투와 전쟁 방식 등을 살피면서 신라의 힘을 찾는다.
신라가 일종의 병영국가였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인데, 흥미로운 시각과 사실들을 담고 있어서 역사서 독자들의 구미가 당길 만하다. 그러고 보면, 통사를 제외하고 삼국시대나 삼국통일을 따로 다룬 성인용 교양서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읽을 만한 책이 있기는 있는 건가...
16. 0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