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공지다. 고양시 화정도서관에서 5월 17일부터 31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문학속의 철학' 강의를 진행한다.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속의 철학>(책세상)에서 <안티고네>와 <캉디드>, 그리고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마음산책)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강의 주제로 골랐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문학 속의 철학



1강 5월 17일_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2강 5월 24일_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3강 5월 31일_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의 눈으로 보았을까
너의 그 눈이 아니었다면 나는 나도 볼 수 없는
눈을 가졌다네 하늘도 보고 하늘의 언저리도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고 보다 말아도 보고
그래도 나는 볼 수 없는 만지기만 할 뿐 볼 수 없는
너의 눈동자 속의 나를
네가 보는 나를
이불 속에서도 이불 밖에서도 길 밖에서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밥 먹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면서도
그러다 눈을 감아도 다시 눈을 떠도
앉아도 주저앉아도 가끔은 눈에 안약을 넣어도
아무것도 잃어버리지 않았음에도
잃지 않았음에도
나는 보지 못하네
네가 보는 나를
너의 그 눈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나를
너의 눈동자 속의 나를
이제 다시는
이제 다시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제트50 2018-04-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주변에 널린 책들을 집어서 읽지만, 가끔 옛날에 본 책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얼마전엔 서점에서 페이퍼미니북을 보고 반가와서 몇
권 챙겼지요. 고전문학. 어릴 적, 시각적 묘사가 풍부한 작품을 좋아했
나 봐요^^ 로쟈님 시 내용이 시각을 추구하지만 대만영화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암튼 기이한...

로쟈 2018-04-24 22:37   좋아요 1 | URL
어떤 대만영화인가요? 저는 홍콩영화.^^

로제트50 2018-04-25 09:03   좋아요 0 | URL
오래전 본 거라 제목이
생각 안나요.
빈집에 숨어 지내는 남자, 부동산업자가 들어와 침대 밑에 숨은 상황.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를 강의에서 읽었다. 이번이 세번째. <에투알 광장>(1968)으로 데뷔한 10년차 작가에게 공쿠르상을 안겨준 작품. 한데 예외적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모디아노의 전작에 주어졌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여섯 번째 소설이지만 그의 작품 전체가 한권의 작품을 구성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모디아노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 그 여섯 편은 아래와 같다.

<에투알 광장>(1968)
<야간순찰>(1969)
<외곽 순환도로>(1972)
<슬픈 빌라>(1975)
<호적부>(1977)*번역본 제목은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

이 가운데 ‘점령 3부작‘으로 불리는 첫 세 편이 아직 번역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힌 바 있는데(이유도 모르겠다) 그 이후에 나온 몇 편 대신에 먼저 번역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 3부작을 제외하면 그 이후론 상당수의 작품이 번역된 상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모디아노의 동생 뤼디와 아버지에게 헌정되고 있는데 나는 이 점이 작품 이해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뤼디를 위한 소설이면서 아버지를 위한 소설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살 터울의 동생 뤼디는 1957년에 세상을 떠나고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알베르 모디아노는 1977년에 타계한다. 모디아노에게는 삶의 일단락이 지어지는 셈인데 작품으로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그 일단락에 해당한다.

모디아노 작품세계의 원천이 되는 가족사는 그가 뒤에 발표하는 <혈통>(2005)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자전소설 에서 모디아노 소설의 중핵이 되는 경험을 민낯에 가깝게 읽을 수 있다. 곧 다른 소설을 읽는 데 준거로 삼을 수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이후에도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만 같은 주제의 반복과 변주로 읽히기에 일단은 기본형을 확인해두는 게 요긴하다. 점령 3부작을 참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호적부>(번역본 제목은 원제를 살리는 게 좋았겠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그리고 <혈통>을 기본으로 읽는 수밖에. <슬픈 빌라>는 걸출한 영화 <이본느의 향기>의 원작소설로도 의미가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wo0sun 2018-04-2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화영은 한강연에서 <혈통>,<추억~>,<외곽~>,<감형>을 추천~
번역도 안되어 있는 책을 추천하는건~~

로쟈 2018-04-24 17:20   좋아요 0 | URL
네 분량도 많은게 아닌데 소개되지 않는이유가 납득불가.
 

어제가 ‘세계 책의 날‘이었지만 우천으로 기념행사들이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비의 날‘에 밀린 것(나부터도 잊고 있었으니). 부랴부랴 수습 차원에서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에 대해 인사치레를 한다. 알다시피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은 두 작가의 기일(1616년 4월 23일)에 맞춘 것이다.

셰익스피어에 관해서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나온 황광수의 <셰익스피어>(아르테)가 ‘셰익스피어 문학기행‘을 겸하기에 전담하는 걸로 하고 세르반테스에 대해서는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돈키호테 성찰>(을유문화사)을 고른다. <돈키호테>의 번역자 안영옥 교수의 <돈키호테의 말>(열린책들)을 곁들이면 어울릴 만한 차림이다.

흐린 날인지 개인 날인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세계 책의 날 다음 날에도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손에 드는 에티켓을 발휘해보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는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어제와 다른 아스팔트에 낯설어 하고
바닥에 닿자 튀어오르고
우리의 어색함에도 이럴 땐 탄력이 붙어
스쳐갈 것도 없는 인연이면 인연일 것도
없는 인연인가 아스팔트 바닥엔 물이 고이기도 한다
언제는 튀어오르고 또 언제는 고이고
손님의 마음은 어색하고도 가벼운 마음
작별도 없이 지난주엔 목련이 졌고
인사도 없이 라일락 향기가 번졌지
계절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는 법
사진 한 장 찍고서 이내 지웠다
손님 같은 마음이 들어
가로등을 쳐다 보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 세상에 다정한 손님이란 없어요
가끔 튀어오르는 흉내를 낼 뿐
단 한번의 기회인 것처럼
그러고는 시무룩해졌다

비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비의 나라가 있겠지
다정한 듯 바라보다가
마음이 젖었다

이럴 땐 국적이 다르다고 말하지
작별의 말도 없었다
그때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댓글(9)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8-04-23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제트50 2018-04-2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로쟈님이 쓰신 문장인가요?
‘좋네....‘ 주욱 글을 올리다가
맨 아래 응당 있어야 할 지은이가
안보여서~^^
고딩때 국어쌤이 소개해주신 시와
비슷한 분위기, 비오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문득 그때가 떠오릅니다.
가끔 치열한 평론 사이에서
이런 단상도 새롭습니다^^*

로쟈 2018-04-23 22:09   좋아요 0 | URL
네 오후에 비도오고 해서.~

sprenown 2018-04-2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 감성폭발!...이런 날은 막걸리가 제격이죠 ^^.

로쟈 2018-04-23 22:09   좋아요 0 | URL
막걸리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종일 비가내리네요.~

two0sun 2018-04-2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시를 읽게 되다니
손님같이 왔다가는 것이 어디 비뿐이겠습니까~

로쟈 2018-04-24 00:06   좋아요 0 | URL
20년만에 쓴 듯하네요.~

소나기 2018-05-2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