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를 강의에서 읽었다. 이번이 세번째. <에투알 광장>(1968)으로 데뷔한 10년차 작가에게 공쿠르상을 안겨준 작품. 한데 예외적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모디아노의 전작에 주어졌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여섯 번째 소설이지만 그의 작품 전체가 한권의 작품을 구성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모디아노 자신의 생각이 그렇다. 그 여섯 편은 아래와 같다.

<에투알 광장>(1968)
<야간순찰>(1969)
<외곽 순환도로>(1972)
<슬픈 빌라>(1975)
<호적부>(1977)*번역본 제목은 <추억을 완성하기 위하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

이 가운데 ‘점령 3부작‘으로 불리는 첫 세 편이 아직 번역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힌 바 있는데(이유도 모르겠다) 그 이후에 나온 몇 편 대신에 먼저 번역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이 3부작을 제외하면 그 이후론 상당수의 작품이 번역된 상태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모디아노의 동생 뤼디와 아버지에게 헌정되고 있는데 나는 이 점이 작품 이해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뤼디를 위한 소설이면서 아버지를 위한 소설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살 터울의 동생 뤼디는 1957년에 세상을 떠나고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알베르 모디아노는 1977년에 타계한다. 모디아노에게는 삶의 일단락이 지어지는 셈인데 작품으로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그 일단락에 해당한다.

모디아노 작품세계의 원천이 되는 가족사는 그가 뒤에 발표하는 <혈통>(2005)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자전소설 에서 모디아노 소설의 중핵이 되는 경험을 민낯에 가깝게 읽을 수 있다. 곧 다른 소설을 읽는 데 준거로 삼을 수 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이후에도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만 같은 주제의 반복과 변주로 읽히기에 일단은 기본형을 확인해두는 게 요긴하다. 점령 3부작을 참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호적부>(번역본 제목은 원제를 살리는 게 좋았겠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그리고 <혈통>을 기본으로 읽는 수밖에. <슬픈 빌라>는 걸출한 영화 <이본느의 향기>의 원작소설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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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4-24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화영은 한강연에서 <혈통>,<추억~>,<외곽~>,<감형>을 추천~
번역도 안되어 있는 책을 추천하는건~~

로쟈 2018-04-24 17:20   좋아요 0 | URL
네 분량도 많은게 아닌데 소개되지 않는이유가 납득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