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어제와 다른 아스팔트에 낯설어 하고
바닥에 닿자 튀어오르고
우리의 어색함에도 이럴 땐 탄력이 붙어
스쳐갈 것도 없는 인연이면 인연일 것도
없는 인연인가 아스팔트 바닥엔 물이 고이기도 한다
언제는 튀어오르고 또 언제는 고이고
손님의 마음은 어색하고도 가벼운 마음
작별도 없이 지난주엔 목련이 졌고
인사도 없이 라일락 향기가 번졌지
계절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는 법
사진 한 장 찍고서 이내 지웠다
손님 같은 마음이 들어
가로등을 쳐다 보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 세상에 다정한 손님이란 없어요
가끔 튀어오르는 흉내를 낼 뿐
단 한번의 기회인 것처럼
그러고는 시무룩해졌다
비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비의 나라가 있겠지
다정한 듯 바라보다가
마음이 젖었다
이럴 땐 국적이 다르다고 말하지
작별의 말도 없었다
그때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