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어제와 다른 아스팔트에 낯설어 하고
바닥에 닿자 튀어오르고
우리의 어색함에도 이럴 땐 탄력이 붙어
스쳐갈 것도 없는 인연이면 인연일 것도
없는 인연인가 아스팔트 바닥엔 물이 고이기도 한다
언제는 튀어오르고 또 언제는 고이고
손님의 마음은 어색하고도 가벼운 마음
작별도 없이 지난주엔 목련이 졌고
인사도 없이 라일락 향기가 번졌지
계절은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는 법
사진 한 장 찍고서 이내 지웠다
손님 같은 마음이 들어
가로등을 쳐다 보려는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 세상에 다정한 손님이란 없어요
가끔 튀어오르는 흉내를 낼 뿐
단 한번의 기회인 것처럼
그러고는 시무룩해졌다

비는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비의 나라가 있겠지
다정한 듯 바라보다가
마음이 젖었다

이럴 땐 국적이 다르다고 말하지
작별의 말도 없었다
그때
다른 나라에서 온 손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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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3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23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제트50 2018-04-2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로쟈님이 쓰신 문장인가요?
‘좋네....‘ 주욱 글을 올리다가
맨 아래 응당 있어야 할 지은이가
안보여서~^^
고딩때 국어쌤이 소개해주신 시와
비슷한 분위기, 비오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문득 그때가 떠오릅니다.
가끔 치열한 평론 사이에서
이런 단상도 새롭습니다^^*

로쟈 2018-04-23 22:09   좋아요 0 | URL
네 오후에 비도오고 해서.~

sprenown 2018-04-2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날, 감성폭발!...이런 날은 막걸리가 제격이죠 ^^.

로쟈 2018-04-23 22:09   좋아요 0 | URL
막걸리가 제 취향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종일 비가내리네요.~

two0sun 2018-04-23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시를 읽게 되다니
손님같이 왔다가는 것이 어디 비뿐이겠습니까~

로쟈 2018-04-24 00:06   좋아요 0 | URL
20년만에 쓴 듯하네요.~

소나기 2018-05-2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