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공지한 극단 산울림의 고전극장과 연계하여 여섯 편의 공연 작품에 대한 소개 강의를 세 차례에 나누어서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진행한다. 구체적인 날짜와 세부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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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6-11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정이 연극 본 후 강연으로 짜여져 있어서 작품을 연극으로 표현한 부분에 대한 감상도 기대됩니다. 더불어 샘과 극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행운도 있기를~^^

로쟈 2019-06-11 08:00   좋아요 0 | URL
네 사후강의가 될듯.
 

에밀 졸라의 예술가소설 <작품>(을유문화사)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왔다. 친구 세잔을 모델로 이 소설은(결별의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앞서 두 차례 번역본이 나왔다가 절판됐었다. 이번 가을부터 프랑스문학 강의를 다시 시작하는데 졸라를 다룰 때 강의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나로선 강의에서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출간의 의의인 셈.

<작품>은 루공마카르총서(전20권)의 14권으로 1886년작이다. 한해 앞서서 <제르미날>(1885)이 출간되었고 이듬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대지>(1887)가 나올 터였다. 총서가 완결되는 1893년까지 졸라는 여전히 놀라운 필력을 과시하게 될 것이다.

졸라의 작품을 강의하지 않을 때에도 졸라는 강의실에서 자주 소환된다. 최근에는 같은 자연주의 작가로 토머스 하디와, 그리고 ‘더블린의 에밀 졸라‘로 불린 조이스와 비교되었다. 러시아문학강의에서라면 인간관에 있어서 대척적인 위치에 놓인다고 생각되는 도스토옙스키와 비교될 수 있다. 지난해에 졸라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강의한 덕분이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읽을 수 있는 졸라의 총서 가운데서는 <작품>과 함께 <나나>(1880)와 <꿈>(1888)이 아직 강의에서 읽지 못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내년까지는 두 편 이상 읽게 될 듯하다. 그렇게 되면 전체 총서의 1/3 이상을 강의에서 읽은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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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 책과 생각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의 한 단편 '이블린'에 대해 다루었다.

















한겨레(19. 06. 07) 나는 어딘가에 묶인 짐승은 아닌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1914)은 작가 조이스의 탄생을 알린 출발점이면서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단편소설집의 모범이다. 작가가 되거나 좋은 독자가 되려고 할 때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한 위상에 맞게 다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책을 구성하고 있는 15편의 단편 가운데 ‘이블린’을 비교해서 읽어보았다. 어떤 단편을 고르더라도 조이스의 솜씨와 성취를 느낄 수 있지만, ‘이블린’은 주인공의 이름을 제목으로 가진 유일한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에블린’이란 제목으로도 번역되었다).


이 단편은 이블린이 창가에 앉아 생각에 잠긴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녀’라고 지칭되지만 짧은 서술의 대부분이 이블린의 회상과 의식의 흐름을 따라간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블린은 무능하면서도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생계를 위한 벌이와 살림을 맡아야 했다. “힘든 일이고 힘든 삶이었다.”(창비) 그녀에겐 형제자매가 있었는데 두 어린 동생이 그녀의 몫이었다는 것으로 보아 어니스트와 해리로 불리는 두 남자 형제는 그녀의 오빠들로 보인다. 어린 시절에 어니스트만 빼고 공터에서 “그녀와 그녀의 남동생, 여동생들”(문학동네)이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는데, “그녀와 그녀의 형제자매들”(창비)이나 “처녀네 남매들”(민음사) 정도가 타당해 보인다.


어릴 때는 이블린이 여자아이여서 아버지가 해리와 어니스트에게 그랬던 것처럼 손찌검을 하지 않았지만 열아홉 살을 넘긴 지금은 수시로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어니스트는 죽고 해리는 일하러 지방에 가 있기에 그녀를 보호해줄 사람이 집에는 없다. 아버지의 폭력에 대한 두려움 외에도 이블린을 괴롭히는 건 돈 실랑이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받는 봉급 전부를 아버지에게 내놓고 생활비를 타 쓰고 있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아버지는 돈을 낭비한다고 비난을 퍼붓는다. 이렇듯 힘들고 피곤한 삶에 지친 이블린에게 프랭크란 남자가 생긴다. “매우 친절하고 남자답고 속이 트인 사람”(창비)이라는 인상은 아버지와 다른 남자라는 뜻이겠다.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아버지의 반대로 두 사람은 몰래 데이트를 해야 했다. 선원인 프랭크는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나자고 제안하고 이블린도 더블린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어 한다. “왜 그녀가 불행해야 하나? 그녀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창가에 앉아 고심하던 이블린은 창밖으로 들려오는 손풍금 소리에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밤을 떠올린다. 그녀의 어머니는 광기로 끝나버린 진부한 희생의 삶을 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머니가 고집스레 되뇌던 말은 “데레본 세론!”으로 대략 ‘쾌락의 끝은 고통’이라는 뜻으로 어림할 수 있는 게일어다. 평생을 희생하며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은 살아보지 못했던 어머니의 주문 같은 말이 다시금 이블린을 몸서리치게 한다. 어머니에게 약속한 대로 더블린에 계속 남아 있는다면 이블린의 인생 역시 어머니의 삶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공포감에 질려 프랭크가 기다리는 부두로 간다. 하지만 그녀의 번민은 끝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에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마비 상태가 된다.


조이스는 마지막 순간에 프랭크와의 탈출을 포기하고 주저앉은 이블린의 모습을 짐승에 비유한다. “묶인 짐승”(창비), “넋을 잃은 짐승”, “수동적이 되어 어찌할 바 모르는 짐승”(민음사), “미약한 한 마리 짐승”(열린책들) 등으로 옮겨졌는데 그녀의 시선에는 더는 사랑이나 이별, 혹은 어떠한 인식도 담겨 있지 않았다. 끝내 더블린을 떠나지 못한 이블린과는 다르게 조이스는 1904년 10월, 장래 아내가 될 노라 바너클과 함께 대륙으로 떠나는 배에 오른다. 아일랜드의 잡지에 ‘이블린’을 실은 다음이었다.


19.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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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06-09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동으로 가지고 있는데 창비 표지 넘 맘에 드네요. 지루한 이야기 표지와 비슷하네요 ㅎㅎ

로쟈 2019-06-09 21:21   좋아요 1 | URL
네, 색깔마다 느낌이 다르네요.~

초딩 2021-06-09 19:34   좋아요 0 | URL
ㅎㅎㅎ 미미님 라이크 하셔서 왔는데
댓글 연도 보고놀랬습니다
느린 알림 인줄 ㅎㅎㅎ

페넬로페 2021-06-09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님께서 한 권을 선택하신다면 어떤 책을 고르실까요?
 

강의 공지다. 개포도서관에서 7월 2일부터 30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에 '한여름밤 현대시 산책'이란 강의를 진행한다. 한국의 현대시인 5명의 시세계를 살펴보면서 한국 현대시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 


한여름밤 현대시 산책


1강 7월 02일_ 김소월, <진달래꽃>



2강 7월 09일_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3강 7월 16일_ 김수영, <풀>



4강 7월 23일_ 황지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5강 7월 30일_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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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영국문학기행을 앞두고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더블린으로 들어가서 런던에서 빠져나오는 8박10일간의 일정인데, 그 기간에 둘러봐야 하는 주요 작가만 하더라도 여덞 명 이상이어서 준비하려고 하면 매우 빡빡하다. 이번 여름에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율리시스>를 여러 번 강의해야 하고 8월과 9월에는 정리판으로 ‘영국문학클럽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내년가을에 프랑스문학기행, 그리고 후년가을에 다시 러시아문학기행을 진행하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문학기행은 하나의 사이클을 완성하게 된다(스페인과 포르투갈, 중부유럽, 그리스와 터키 등이 거기에 더해질 수 있는 선택지다).

자연스레 영국과 관련한 책들이 관심거리가 되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로는 <옥스퍼드 과학사>(반니)와 <옥스퍼드 튜토리얼>(바다출판사)이 눈길을 끈다. <옥스퍼드 과학사>는 일러스트판이어서 부제도 ‘사진과 함께 보는, 과학이 빚어낸 거의 모든 것의 역사‘다. 공저인데 ˝20세기 중반에 많이 등장했던 큰 그림을 지향하는 과학사 책들과 달리, 13명의 과학사학자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파고들어 한 권으로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책에 대한 신뢰는 근대 과학혁명을 선도한 나라가 영국이어서다. 그런 면에서는 빌 브라이슨이 엮은 <거인들의 생각과 힘>(까치)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영국 왕립회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옥스퍼드 튜토리얼> 역시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한 공저인데 옥스퍼드 대학의 독특한 교수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튜토리얼은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에 기반을 둔 교수법으로, 옥스퍼드 대학교가 시작되기 전인 11세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튜토리얼을 경험한 사람들은 이 교수법이 옥스퍼드를 명문으로 만든 핵심 교육법이자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한다. 이 책은 옥스퍼드에서 튜토리얼을 경험했고, 이제는 튜터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는 각 분야의 경험 많은 옥스퍼드 거장들이 튜토리얼에 관해 피력한 신념과 주장을 담았다.˝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라고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방식 혹은 교수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봐도 좋겠다. 물론 비교로 끝낼 일은 아니고, 특별한 비결이라고 생각된다면 우리 현실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궁리해봐야겠다. 옥스퍼드 모델이라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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