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런던에 도착해 저녁식사후 숙소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첫날밤을 보냈다. 아직 동이 트기 이전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런던의 야경을 기념삼아 찍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대형 크레인들이 이곳이 런던임을 웅변해주는 듯하다(이런 크례인은 도시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으로 여겨지던 베를린에서 본 적이 있다. 인구로 보면 런던은 베를린보다 두배 이상 큰 도시다). 현지시각으로는 새벽 4시에 눈이 떠져 머리가 맑아지기를 기다렀다. 일간지 원고 마감인 날이고 일정이 시작되기 전에 보내야 해서다.
막갼을 이용해 런던에 대해서 적을까 했지만 내가 본 것은 이 야경밖에 없다. 한 가지 더 들자면 콜린 퍼스. 어제 저녁을 먹은 한국식당에서 주인이 배우 콜린 퍼스가 가족과 함께 다녀갔다는 자랑을 늘어놓으며 같이 찍은 사진까지 일행에게 보여주었다. 당신이 런던에 왔다는 사실은 달리 말하면 오다가다 콜린 퍼스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간판배우(요즘은 컴버비치와 함께) 콜린 퍼스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비빔밥을 맛본 적이 있어서 한국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사실대로 적자면 남자배우 콜린 퍼스와 만나는 것이 내게 흥분되는 일일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딱히 떠오르는 영국 여배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두드러진 배우가 없는 것인지 내가 모르는 것인지. 이름을 주워섬길 수 있는 배우라고는 엠마 톰슨 정도인데 벌써 환갑의 배우다. 한술 더 뜨자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확인해보니 1937년생으로 아직 생존해 있다. 프랑스 여배우 잔 모로와 비교됨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재작년에 세상을 떠난 잔 모로는 1928년생이다. <쥴 앤 짐>(1962)을 찍었을 때가 이미 삼십대였다니!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사정이 다른데 젊은시절 어떤 영화를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예순에 찍은 <댈러웨이 부인>(1997)이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대표작. 처녀시절의 클라리사를 연기한 배우는 찾아보니 나타샤 맥겔혼이고 1969년생이다. 존 밴빌 원작의 <바다>(2013)에도 나왔었군. 영화 <바다>도 보고 싶었는데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댈러웨이 부인>은 이번 영국문학기행에서도 다루는 작품이다. 내일 오전에는 런던의 중심가를 댈러웨이 부인의 동선을 따라서 걸어가보려고 한다. 런던을 경험하는 한 가지 특별한 방식으로 기획한 것인데 어떤 느낌을 줄지는 내일 적어야겠다. 이제 새벽 5시를 조금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