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목련꽃 그늘 아래 울다

12년 전에 올려놓은 시다. 시는 20년도 더 전에 썼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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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든 탓에 늦게 하루를 시작했고 이제 저녁으로 접어들지만 아직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독서인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시간적으로는 모든 책(은 아니더라라도 상당수의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눈이 감긴다고 할까(몸의 피로와 눈의 피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 장애인지 모르겠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교의 개학과 출석강의가 늦춰지면서 모두가 경험해보지 못한 ‘봄학기‘가 되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가 조만간(먼저 시작했으니 한국만이라도) 진정세로 돌아서기를 바랄 뿐이다(백신 개발까지는 얼마나 더 소요되는 것일까?).

지속적으로 읽는 책도 있고 그때그때 무작위로 읽는 책도 읽는데, 오늘 오전에 잠시 읽은 제롬 케이건의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책세상)의 한 대목. 심리학에서 말하는 스키마와 네트워크에 대해 설명하다가 저자가 이런 언급을 한다.

˝미국 초등학교 교사들은 대부분 여성이기 때문에 아동들은 학업을 여성성과 연관짓게 된다. 이런 무의식적 연관이 미치는 한 가지 영향은 남성 정체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어린 남학생들이 학교과제에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남학생들은 과제에 대한 성실성이 떨어진다.˝(41쪽)

이게 독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밝혀진 사실이라고. 어느 정도의 영향인지 정확하게는 나오지 않는데, 여하튼 일부 남학생의 학업태만이 나름의 정체성 고민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이니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상식적인 대책이긴 한데, 학교 수업을 맡는 남녀 교사의 성비가 비슷해야겠다는 것. 거꾸로 생각하면 여학생들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하다. 이 주제만으로도 교육심리학책 한권 거리는 됨직하다.

호기심에 초등교육 베스트셀러가 어떤 책인지 검색해봤다.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인문분야의 베스트셀러로 <부의 인문학>과 짝을 이룰 만하다. ‘인문학‘과 ‘공부‘와 ‘부‘의 콜라보! 한국의 독자가 누구인지 가늠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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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20-03-15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그만 더 힘내세요.~

로쟈 2020-03-15 19:42   좋아요 0 | URL
쉬면서 힘도 내야 하나요?^^

쎄인트 2020-03-15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쉼에도...특히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자동차도 그냥 오래 세워놓으면...
자칫 방전되는 경우도...

로쟈 2020-03-15 22:28   좋아요 0 | URL
그래서 피곤한 모양입니다.^^

2020-03-15 2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올려주셨네요. 원래 해주셨지만.^^. 건강하신것 확인합니다~

로쟈 2020-03-15 22:28   좋아요 0 | URL
너무 많이 올리고 있죠.^^;
 
 전출처 : 로쟈 > 움베르토 에코와 애서가의 삶

14년 전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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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페미니즘 운동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잘못된 길>(필로소픽)이 재출간되었다. 부제가 ‘1990년대 이후 래디컬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고려해야 할 점은 영미의 페미니즘과 프랑스의 페미니즘이 다르게 전개돼왔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말하는 래디컬 페미니즘도 당연히 ‘프랑스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가리킨다.

페미니스트 활동가로 ‘행동주의적 페미니스트‘로도 분류되는 바댕테르는 국내에도 소개된 <만들어진 모성>으로 유명한데, 소위 모성애나 모성 본능이 신화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과학자들이 동의하는 건 아니다). 급진적 페미니스트라고 분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작 바댕테르는 1990년대 이후 페미니즘의 급진적 경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건 영미권과 달리 프랑스 페미니즘이 ‘남녀분리주의‘를 이론적으로 선호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여성적 자아부터 여성적 글쓰기까지). 거기에 더하여 방댕테르는 ‘희생자 자처하기‘도 비판의 도마에 올려놓는다.

˝저자 바댕테르는 ‘남녀분리주의’, ‘희생자주의’를 주장하는 페미니즘 진영의 논리를 거부한다. 당시 누구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던 모성성과 여성성을 비판하며, ‘여자가 되라’는 모성애의 강요와 성별이분법에 근간한 분리주의가 오히려 남성지배사회를 굳건하게 만든다고 반박한다. 

또한 바댕테르는 성별의 생물학적 우열을 논하거나,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만들거나, 페미니즘이 여성만의 담론으로 치우치는 오류를 경계할 것을 지적하며, 여성의 폭력성을 증명하는 대담한 담론으로까지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녀는 사회 도처에 깔린 남성 지배의 함정을 분명히 지적하면서도, 페미니즘은 힘으로 적을 제압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맹과 연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한국에도 다양한 페미니즘이 존재하고 내부의 입장 차이도 만만찮다. 바댕테르가 ‘잘못된 길‘로 비판하는 입장 혹은 경향도 분명히 존재하기에(주류인지 비주류인지는 정확히 가늠되지 않는다) 저자의 비판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책인데 다시 나와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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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3-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선 잘 팔리지 않을 책일듯 합니다. 언어와 제도의 그물에 포획되어 위험성마저 상실한, 그래서 더 안타까운 한국 페미니즘에 꼭 필요한 책인듯 싶은데..

로쟈 2020-03-16 22:42   좋아요 0 | URL
네, 한국에서는 ‘희생자주의‘가 강고하기 때문에요..

보스코프스키 2020-03-19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의 저자 명 오타입니다. ‘만만찮다.‘ 다음의 ‘방댕테르가‘ 부분입니다.

방댕테르 --> 바댕테르

로쟈 2020-03-20 00:11   좋아요 0 | URL
네 수정했습니다.
 

프랑스의 급진 페미니스트 모티크 위티그의 책이 최초로 나왔다. <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행성B). 단순화하자면 페미니즘과 급진 페미니즘의 차이는 보부아르(1908-1986)와 위티그(1935-2003)의 차이다.

˝위티그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보부아르 당사자뿐 아니라 당대 페미니스트들을 동요시켰다. 위티그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신의 섭리에 따른 구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그의 대표적인 선언적 명제인 ‘누구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레즈비언은 여성이 아니다‘의 배경이다.˝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이론가가 주디스 버틀러(1956-)다. 급진 페미니즘, 혹은 레즈비언 페미니즘의 강력한 이론가로 <젠더 트러블>(1990)의 저자. 국내에도 다수의 저작이 소개돼 있고 관련서도 많이 나와있지만 아무래도 핵심저작은 <젠더 트러블>이다. 위티그와 관계가 궁금해서 찾아보니(<젠더 트러블>을 책장에서 찾기까지 20여분 걸렸다. 원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많은 참조 저자다. 오래전에 읽다 말았던 <젠더 트러블>을 다시 손에 들어볼 생각을 하게 된다(널리 알려진 일인데 버틀러는 ‘리딩 트러블‘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한명이다).

흔히 프랑스 페미니스트의 대표 이론가로 보부아르 이후에 엘렌 식수, 뤼스 이리가레,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꼽는데, 이들로부터 주디스 버틀러로 직접 이어지는 선은 그려지지 않는다. 모니크 위티그가 빠져서 그렇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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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도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젠더 트러블>은 원서로 읽는 게 낫습니다. 여성학을 공부하고, 버틀러를 오랫동안 전공한 분도 <젠더 트러블> 번역이 좋지 않다고 말할 정도면 버틀러는 ‘가깝고도 먼 학자’인 것 같아요. ^^;;

로쟈 2020-03-15 19:41   좋아요 0 | URL
네 여러책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괜찮은 번역본이 있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