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책 가운데 유배지에서 꽃핀 조선 후기 지식인의 예술과 학문을 다룬 <다산의 재발견>(휴머니스트, 2011)과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북스코프, 2011)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당장은 손이 멀지만 조선사에 대한 책도 조금씩 모으고 있는 만큼 조만간 관심을 갖게 될 듯싶다...  

 

한국일보(11. 08. 27) 조선의 예술과 학문, 유배지서 피어나다

역사교사 이영권씨가 쓴 <제주사>를 보면 조선 후기까지 '유배'의 형벌은 사실상 종신형이었지만 갑오개혁 직후인 1895년에 죄의 정도에 따라 기간을 달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909년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사라지고 불과 한 세기이지만 돌아보면 아득히 먼 전통시대 형벌 같은 유배는 사형 다음 가는 중형이었다. 조선시대에 남편이 유배 가자 부인이 목숨을 끊어버린 사례도 있다고 하니 엄한 벌로 인식됐던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중형이라고 해도 죄값을 물어 바로 목숨을 뺏거나 초주검이 될 정도로 매질하는 일반적인 형벌과는 분명히 뉘앙스가 다르다. 정적(政敵)을 '기능부전' 상태로 만들되 목숨까지 뺏지 않는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하면 너무 미화하는 걸까.

당파싸움이 치열했던 조선 중ㆍ후기에는 벼슬아치 4명 가운데 한 명꼴로 유배 갈 정도로 이 형벌이 유행했다고 한다. 정약전 약용 형제를 필두로 윤선도 김만중 등 문인 학자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고, 연산군 광해군 등 왕좌에서 밀려나면 임금도 이 리스트에 올랐다. 물론 유배 당한 이들은 정치적인 패배에서 오는 절망감이 적지 않았을 테고 벽지나 외딴섬에서 빈한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 고통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형극의 시간을 안식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기회로 삼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둘러볼 호사에 감사하며 문학과 학문에 정진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옛 문인과 학자들이 유배 생활을 어떻게 보냈고 그 어려움 속에서 어떤 예술과 학술적 업적을 길어 올렸는지를 조명한 <다산의 재발견>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가 나란히 출간됐다. 특히 <다산의 재발견>은 정민 한양대 교수가 4년여 발로 뛰면서 다산의 문집에 묶이지 않은 미공개 서간첩을 찾아 내 정리한 것이어서 값지다. 문서 훼손을 우려한 소장자들이나 학문적 업적을 뺏길까 봐 경계하는 학자들이 자료 보여주길 꺼려해 꽤나 어려움을 겪었던 정 교수는 자신이 새로 확인한 다산의 서간 등 문서들을 '자료 공개는 언제나 윈윈의 게임'이라며 이 책에 모두 실었다.

책은 <다산여황상서간첩> <견월첩> <백운첩> <매옥세궤> <만일암지> 등 저자가 찾아낸 다산의 친필 편지 150여 통을 내용별로 분류해 소개하고 그 서간이 오간 당시 다산의 면모를 되짚어 보는 것이 중심이다. 저자가 '넓고 깊다'는 다산학의 빈 자리를 채우는 작업이다. 덧붙어 있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집단 저술을 가능케 한 다산의 강진 시골 학생 교육법은 다산이 얼마나 선구적인 교육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다산이 본처 소생인 시집간 큰 딸, 유배 동안 새 살림을 꾸려 늘그막에 낳은 어린 딸에게 각각 그려준 <매조도> 사연은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는 이종묵(서울대) 안대회(성균관대) 교수가 사진작가 이한구씨와 함께 유배지를 찾아가 보고 쓴 글들이다. 멀리 고려 문신 이규보에서 시작해 대마도에서 생을 마감한 최익현까지 유배지의 삶과 예술, 학문을 엿볼 수 있다. 사진 편집이 훌륭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김범수기자) 

11.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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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온 2011-10-19 15:29   좋아요 0 | URL
로쟈님...
제주 땅속의 비밀 <대시조전>이란 책을 추천합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 우리 나라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다 합니다 ^^*

로쟈 2011-10-22 09:10   좋아요 0 | URL
에, 참고하겠습니다...
 

이번주부터 고양아람누리의 아람문예아카데미에서 '책을 읽을 자유'를 주제로 한 강좌를 진행한다(http://www.artgy.or.kr/CT/CT0005M.aspx?ticket=2110054&month=3&chargetype=1). 9월 1일(목)부터 11월 17일까지, 12주간 매주 목요일 16:30-18:30이 진행시간이며 장소는 아람누리 음악감상실이다. 유료강좌이며 교재는 <책을 읽을 자유>(현암사, 2010)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했지만, 신청자 미달로 폐강됐다. 이 역시 참고하시길!)    

 

 -책을 읽을 자유-는 최소한의 자유이지만 동시에 최고급의 자유이다.
 책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최소한의 자유에서 최고급의 자유로 뻗어나갈 수 있을까?
 다양한 주제에 대한 로쟈의 책읽기 안내를 통해서 책의 세계 다채로운 경험과 사유의 세계
 사회적 고민과 미학적 즐거움의 세계를 만나보자.
 <책을 읽을 자유>를 기본 교재로 매주 주제별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진행.

회차 내용
1회  교양이란 무엇인가
2회  고전은 왜 읽는가
3회  인간 본성에 대하여
4회  번역이란 무엇인가
5회  근대문학의 종언과 한국문학
6회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7회  전체를 고민하는 힘 
8회  유럽중심주의와 보편주의
9회  폭력이란 무엇인가
10회  정치란 무엇인가
11회  역사의 개념과 사랑의 지혜
12회  사회주의냐 공산주의냐
 

11. 08. 28.  

P.S. 참고로, 노원평생학습관(9월 2일부터 30일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 5회), 양천도서관(9월 5일, 19일, 26일 오전 3회), 강서도서관(9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천절을 제외하고 매주 월요일 저녁 6회)에서 '러시아문학' 강의가 있다. 도서관 강좌는 무료로 진행되므로 러시아문학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구체적인 일정과 커리큘럼은 도서관에 문의해보시길.) 덧붙여, 9월 24일 오후 3시에는 의정부도서관에서도 특강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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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내 2011-08-29 23:17   좋아요 0 | URL
노원평생학습관이라...
들으러 가겠습니닷!!! ^-^;

로쟈 2011-08-30 08:26   좋아요 0 | URL
맞아요, 거기 살지요?^^

예브 2011-09-02 11:20   좋아요 0 | URL
교수님~아람문예강좌는..시간이 너무 일렀어요.!
퇴근하고 가면 끝날 시간이더라구요.ㅠ

로쟈 2011-09-03 01:33   좋아요 0 | URL
그게 아마 주부들을 타겟으로 한 강좌 같아요. 폐강된 덕분에 저는 그래도 숨통이 좀 트였습니다.^^;
 

늦더위가 한창이지만(하도 비가 많이 내려 올여름은 오히려 '쉽게' 지나간 듯싶다) 어느새 가을을 문턱에 두고 있다. 당장 내일부터 개강인 학교들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2학기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적어도 9월엔 강사생활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강의를 맡게 됐다). 발을 앞으로 내딛기가 저어되는 이유인데, 그럼에도 시간은 무자비하게 우리를 끌고 갈 것이다. 그런 와중에 책은 또 언제 읽으랴 싶지만, 둘러보면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 수두룩이다. 일단은 안면이나 익혀두도록 한다...  

 

1. 문학  

정과리 교수가 추천한 책은 샤리아르 만다니푸르의 <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민음사, 2011)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지만 이란 작가의 작품이고, 그런 '희귀성'이 추천 이유다. "이 작품은 우선은 희귀성 때문에 선정되었다. 이란의 현대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다. 그리고 이것은 세계문학에 대한 인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상징적 지표 중의 하나이다. 이제 우리는 영·불·독·서의 문학만을 세계문학이라 하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곳에서 생산된 문학이 세계문학이다." 개인적으론 이란문학에 대한 관심에서보다는 "쿤데라, 칼비노, 요사의 감수성을 지닌" 작가라는 홍보문구 때문에 구해놓은 책이다.    

한국문학을 덧붙이자면 최근에 나온 시집 몇 권을 얹고 싶다. 이장욱의 <생년월일>(창비, 2011), 심보선의 <눈앞에 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1), 그리고 성미정의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문학동네, 2011) 등이다. 성미정 시인은 오래전 데뷔시집 <대머리와의 사랑>(세계사, 1997)을 읽은 기억이 있다. 어느새 십수 년 전이군...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21세기북스, 2011)이다. "이 책은 2011년 3월에 출간되었고, 저자의 명성으로 인하여 국내에서 바로 번역 출판되었다. 2011년의 시점은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힘이 다시 서양에 필적한 만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때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현재의 서양의 위기는 외부의 위협이 아닌 서양 문명 내부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서양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에게 충실하고 올바른 역사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역사교육’을 강조한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고 추천 이유를 적었다. '역사교육'에 대한 강조가 눈길을 끄는데, 그런 의미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푸른역사, 2011)이다. 역사학에선 아마추어를 자임하는 철학자 러셀의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다. 미술사가 곰브리치의 <곰브리치 세계사>(비룡소, 2010)도 아이들한테 권하기 전에 미리 한번 읽어볼 만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작은 레베카 라인하르트의 <마음이 아픈데 왜 철학자를 만날까>(예문, 2011)이다. 그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담심리학에 견주어) '상담철학'에 해당하는 책이다. "심리치료를 하는 심리학자들은 마음이 아픈 환자들을 상담한다. 대화를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대화의 수준을 넘어서는 정신이상을 보이면 상담이 불가능해진다. 약물치료를 위해서는 정신과 의사를 찾는다. 대화도 가능하고 약물치료를 필요로 하지도 않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모르겠다면 철학자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철학 상담가는 ‘보편적 교양인’이기 때문이다." 근대철학의 본산 독일에서는 이 방면으로도 앞서가는 듯하고 저자의 다른 책으론 <방황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 2011)도 연이어 나왔다. 제목으로는 카트린 파시히와 알렉스 숄츠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김영사, 2011)과도 잘 맞을 듯싶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기술이란 게 길 잃고 헤매는 기술, 곧 방황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4. 정치/사회 

(중간에 날려먹고 다시 쓴다.) 강정인 교수가 고른 책은 시마다 히로미의 <사람은 홀로 죽는다>(미래의창, 2011). 무연사회와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을 짚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연사회에 살든 무연사회에 살든, ‘사람은 홀로 죽는다’는 실존적 조건을 지적하고, 또한 기독교, 불교 등 무연사를 기원하는 신앙을 예시하면서, 무연사를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고령화사회를 다룬 책으론 테드 피시먼의 <회색 쇼크>(부키, 2011)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시대의 경제학>(부키, 2011)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마이클 킨슬리의 <빌 게이츠의 창조적 자본주의>(이콘, 2011)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말 자체가 빌 게이츠의 고안인데, "그는 2008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설에서 새로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안한 바 있다. ‘창조적 자본주의’란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가 협력하여 시장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불평등을 완화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거나 사회적 인정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세운 재단에 3,0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이 책은 바로 그가 제안한 ‘창조적 자본주의’에 대한 세계적인 유명 경제학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의 블로그 토론을 편집한 책이다." 그 '착한 자본주의'가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자본주의 '혁신'과 '재고'를 주제로 한 책으론 아나톨리 칼레츠키의 <자본주의 4.0>(컬처앤스토리, 2011), 로진 부크홀츠의 <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한다>(21세기북스, 2011) 등도 관심권에 올려놓음직하다.   

6. 과학 

장경애 동아사이언스 실장이 추천한 책은 스테판 하딩의 <지구의 노래>(현암사, 2011)다. "이 책에서는 제임스 러브록과 같이 가이아 이론을 연구한 저자 스테판 하딩의 가이아 이론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도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후가 생물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생물도 기후에 영향을 끼치고,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수동적 존재일 수도 있지만 환경을 변화시키는 능동적 존재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지구상의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순환 구조를 갖는다는 것이다." 가이아론의 종합판으로 읽어도 되겠다.  

 

개인적으론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2011)도 주문해놓은 책이다.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 개정판 번역이 올해 나온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논쟁은 사후 결과이지만 '예비'로 미리 읽어봄직하다. 윌슨의 또다른 공적은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서 바이필이라를 제창한 점인데, 생각난 김에 <바이오필리아>(사이언스북스, 2010)도 예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았지만 한번 더 적는다.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의 <달팽이 안단테>(돌베개, 2011)란 책이 눈에 띄어서인데, 20년 넘게 투병해온 저자가 1년간 달팽이를 관찰하며 쓴 것이다. '<바이오필리아>에 바친다'란 헌사가 붙어 있는데, 에드워드 윌슨의 추천사는 한마디다. "아름답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디자인에 관한 것으로 김선미 외 2인이 쓴 <친절한 북유럽>(아트북스, 2011)이다. "세 명의 지은이들은 북유럽이 낳은 아름다운 디자인 제품만 소개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흐름을 찾아내려 한다." 북유럽 디자인을 다룬 책으론 <처음 만나는 북유럽 인테리어>(아우름, 2011), <북유럽 디자인>(시공아트, 2011)도 눈에 띈다. <북유럽 디자인>은 글자가 얼마 없어서 싱겁다고 생각한 책이지만 디자인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을 듯싶다.  

 

덧붙여, 요즘은 영화의 소재로도 종종 등장하는 모양인데, 북유럽 신화도 챙겨둠직하다. <안인희의 북유럽신화>(전3권, 웅진지식하우스, 2011가 현재로선 종합판 같다.  

8. 교양  

철학자 탁석산이 고른 책은 로버트 단턴의 <책의 미래>(교보문고, 2011)다. 이미 서평에서 한번 다룬 책이라 내겐 '과거'로 느껴지는 책.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단턴은 종이책의 가치를 좀 더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글을 예로 들면서 전자책이 책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하는가? 한 마디로 하자면, 디지털화와 민주화이다. 저자는 모든 책의 디지털화에 동의한다. 물론 디지털화가 종이책의 고유 가치를 그대로 지킬 수는 없을지라도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에 동의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주화라고 말한다." '교양'이 아니라 '역사' 범주로 들어가겠지만, 단턴의 책 이야기 혹은 책의 문화사는 <로버트 단턴의 문화사 읽기>(길, 2008), <책과 혁명>(길, 2003)에서 더 읽어볼 수 있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박종평의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 2011)이다. "여기 출판인 박종평이 새로운 이순신 연구에 도전했다. 지난해 <이순신, 꿈속을 걸어나오다> 이후 1년 만에 두 권의 책을 냈는데, 이은상과 김훈이 문학적 장치를 활용했다면 박종평은 체세론 혹은 실용적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코드별로 동서고금 위인의 삶을 분석한 뒤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 이순신의 기록과 비교하는 형식이다." 개인적으론 아직 <난중일기>를 읽지 않았는데, 작년에 완결판이라고 나온 노승석 번역의 <난중일기>(민음사, 2010)를 조만간 구해보고 싶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기 조선사에 대해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10. 아렌트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아렌트이다. 최근에 사이먼 스위프트의 <스토리텔링 한나 아렌트>(앨피, 2010)란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기 때문인데, 아렌트의 중요성에 대해서 새로운 각도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개인적으론 아렌트에 대한 글도 쓸 일이 있어서 아렌트의 주저들 외에도 엘리자베스 영 브루엘(브륄)의 <아렌트 읽기>(산책자, 2011),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 등을 두루 살펴보려 한다. 막상 그럴 시간이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11. 08. 28.  

P.S. '9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주자의 <논어집주>다. <논어> 번역의 상당수가 <논어집주>를 참고하거나 번역에 포함하고 있어서 <논어>와 분리할 수도 없는 책인데, 그래도 굳이 <논어집주>라고 한 것은 박성규 번역으로 <대역 논어집주>(소나무, 2011)가 새로 나왔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셩백효 역주본(전통문화연구회)과 박현순 역주본(한길사)을 아직 갖고 있지 않아서 박성규본을 최영갑 번역의 <논어1,2>(펭귄클래식코리아, 2009)와 같이 읽어보려고 한다. 제목은 <논어>이지만 이 역시 <논어집주>를 옮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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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8-2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엘피에서 <한나아렌트>가 나왔네요. 전 <질 들뢰즈>가 먼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반가운 소식 감사합니다.^^

로쟈 2011-08-30 08:28   좋아요 0 | URL
들뢰즈도 타이틀이 있었나요? 그래도 안 끊어지고 계속 나오는 시리즈여서 다행입니다...

2011-09-02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시대를 다룬 책 소개기사를 연거푸 올리고 있는데, 이번엔 규장각 연구원인 강문식과 이현진의 <종묘와 사직>(책과함께, 2011), 그리고 임금의 공부를 다룬 김태완의 <경연, 왕의 공부>(역사비평사, 2011), 두 권이다.    

문화일보(11. 08. 26) “조선 종묘·사직, 國運따라 성쇠 겪어”

사극이나 영화 속에서 “이 나라 종묘와 사직이 위태롭다”거나 “종묘와 사직을 위한 길이다” 등의 표현을 자주 보게 된다. 여기서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은 ‘국가’를 뜻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종묘와 사직을 역사·문화 유적지로만 여길 뿐 종묘와 사직이 전통시대, 특히 조선시대에는 국가의 대명사였을 만큼 중요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종묘와 사직은 과연 무엇이기에, 그리고 전통사회에서 얼마나 큰 중요성을 지녔기에 국가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사용됐을까.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하 규장각)이 ‘규장각 인문강좌’ 시리즈의 첫 권으로 최근 발간한 ‘종묘와 사직-조선을 떠받친 두 기둥’을 펼쳐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책은 종묘와 사직의 탄생과 변모 과정, 종묘·사직 제사의 절차와 형식을 밝히고, 종묘와 사직에 숨어 있는 역사적 배경을 풀어냈다. 책에 따르면 종묘와 사직은 국운과 그 운명을 함께 했다. 왕권이 강화되고 중흥되던 시기인 영·정조대에는 종묘와 사직 제도 역시 강화된 반면, 황제국을 표방했지만 국운이 쇠락해가던 대한제국기와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종묘와 사직의 위상도 기울어갔다.

국왕과 왕비는 죽은 후 그 신주가 종묘에 모셔진다. 하지만 영원히 종묘에 모셔진 건 아니었다. 국왕의 공덕을 평가한 뒤 공덕이 크면 옮기지 않는 신주인 불천지주(不遷之主)가 되기도 했지만 정치적 변고에 의해 이들의 신주가 종묘에서 내쳐지기도 하고, 상당한 시간 동안 숱한 논쟁을 거친 후에야 복위되어 종묘에 다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정종은 종묘 정전에 부묘되긴 했지만 국왕이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졌던 묘호가 없었다. 연산군, 광해군처럼 반정에 의해 쫓겨난 왕도 아니었고, 단종처럼 쫓겨났다가 훗날 추승된 왕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가 ‘정종’이라는 묘호를 받기까지는 26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종은 왜 이런 수모를 겪었을까. 이는 정종이 동생인 태종을 ‘세자’로 책봉했기 때문이다. 종묘와 사직은 전쟁터를 누비기도 했다. 1592년 4월14일 임진왜란이 발발해 일본군이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오면서 불과 10여일 만에 수도 한성은 함락 위기를 맞았다. 이에 조선 정부는 4월30일 서울을 버리고 피란길에 오르게 됐고, 이때부터 종묘 신주와 사직 위판의 피란 생활이 시작됐다.

책을 공동 집필한 규장각의 강문식·이현진 박사는 “조선의 종묘와 사직은 동아시아의 보편적 문화와 더불어 조선만의 독특한 유교 문화, 왕실 문화, 농경 문화가 집약돼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며 “바로 이 점에서 조선의 종묘와 사직은 조선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김도연기자)   

서울신문(11. 08. 20) 왕과 토론하던 그들… 조선 경연의 모든 것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임금은 어떻게 유교의 가르침을 몸에 익히고, 이를 정사에 반영할 수 있었을까. 원리주의적 성리학의 나라, 조선은 어떻게 임금을 유교에 따라 행동하게 만들었을까.

대학자 기대승·율곡 이이 기록 생생
‘경연, 왕의 공부’(김태완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는 경연이 무엇인지, 그 역할과 내용을 당시 기록에 근거해 풀어놓았다. 유래와 역사와 함께 경연에서 쓰인 교재, 경연관의 선발 방법, 경연이 이루어지는 절차와 목표 등을 당시 자료들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했다.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유교의 국가 조선에서 왕들의 생각을 어떻게 가다듬게 하고 벼리게 했는지를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경연에 참여, 왕과 토론을 벌이는 경연관 역할을 했던 조선시대 대학자 고봉 기대승과 율곡 이이의 기록도 한 장으로 엮어 당시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기대승의 ‘논사록’(思錄)과 율곡의 ‘경연일기’ 일부를 번역하고 설명해 놓았다. 기대승이 명종 때 홍문관 수찬으로, 선조 때 승지로 왕의 아침 경연인 조강(朝講)에 참여한 27일 31회의 기록을 후학들이 모은 것이 논사록. 이이의 경연일기는 이이가 경연에 참여해 보고 듣고 겪은 내용과 건의한 내용, 당시 사회상들을 정리한 것이다.

조선의 임금은 경연에서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함께 유교 경전과 중국 및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했다. 이 자리는 단순한 경서 공부를 넘어서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문제들을 유교적 덕목과 가르침에 비추어 토론하는 자리가 됐다. 임금과 신하가 경서의 내용은 물론 실제 사건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가치를 논하면서 보다 나은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 때문에 경연은 왕권의 남용을 규제하고 보다 나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자리이기도 했다. 당시 경연은 아침의 조강과 정오의 주강(晝講), 오후 석강(夕講)의 삼시강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특강, 보강 형태의 소대(召對)로 구성됐다.

왕의 공부·정책모색 과정 알 수 있어
왕과 신하는 경연의 자리에서 논어, 맹자, 예기, 중용 등 경서는 물론 다양한 역사서를 인용하고 검토하면서 현실 문제의 척도로 삼으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경연은 정책의 일관성과 함께 유교적 가치가 정치와 행정에 미치는 직접적인 자리가 되기도 했다.

논사록에서 기대승은 “언로가 막히면 국가가 위태로워진다.”고 명종에게 진언했고, 을사사화때 화를 입은 이언적 등에 대한 신원문제를 비롯한 사화에 대한 재평가 문제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방납 등 당시 공물 납부 문제점 등 행정 폐단을 거론했고, 송나라 효종과 신종 등 격변기 중국의 군주들을 논하면서 왕을 경계시키기도 했다.(이석우 편집위원) 

11.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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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TAS 2011-08-28 22:57   좋아요 0 | URL
너머북스에서 작년에 출간한 <고종 44년의 비원>이라는 책에서 왕을 교육하는 '경연'과 '경학'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는데 고종만 다루고 있음에도 재미있었습니다. 이건 조선시대대부분을 아우르고 있어 더 흥미진진하겠네요!

로쟈 2011-08-30 08:29   좋아요 0 | URL
네 '경연에 관한 모든 것' 정도 같아요...
 

이번주 프레시안 북스의 리뷰를 보고 다시금 떠올린 책은 이상각의 <조선 역관 열전>(서해문집, 2011)이다. 지난달에 나온 책으로 '8월의 읽을 만한 책'에도 올려놓았지만 아직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상태다. 순서가 많이 밀렸다는 얘기인데, 주된 이유는 사마천의 <사기>와 중국사 관련서, 그리고 다른 조선사 관련서들이 앞자리를 차지해서다. 뜸을 들여가면서 <사기본기>, <사기세가>, <사기열전>까지 구매를 마치고, 도올의 <논어한글역주1,2,3>(통나무, 2008)도 마지막 3권을 주문한지라 이제 차례가 멀지 않았다. 내키면 내주에는 손에 들 수 있을 듯싶다. 소개기사를 뒤늦게 챙겨놓는다.  

   

서울신문(11. 07. 16) 조선시대 외국어로 富·명예 거머쥔 사람들

역관(譯官)이란 알다시피 통번역을 하는 벼슬이다. 이들은 주로 중국과 왜, 몽골, 여진 등과의 외교에서 통역 업무를 맡았다. 사신의 행차를 따라가 통역을 하거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는 등 외교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밀무역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하면서 조선시대의 무역 활동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역관들은 기술과 행정 실무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제력에서도 양반 계층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늘 중인으로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당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교에서부터 무역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인 신분의 외국어 전문가이면서도, 양반 사회에서 신분차별의 설움을 견디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물들이기에 ‘조선 역관 열전’(이상각 지음·서해문집 펴냄)에 적잖이 눈길이 간다.  

이 책의 특징은 인물을 크게 네 분야로 나눴다는 점이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다’, ‘일본과 통하다’에선 중국어와 일본어 역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조선시대 통역관의 면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관들은 외교 당사국의 이질적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장점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외교관이자 뉴프런티어였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라의 위급상황 시 활약했던 인물들을 흥미롭게 나열한다. 임진왜란 당시 홍순언은 종계변무(명나라 사서에 잘못 기록된 조선 왕실의 족보를 바로잡는 일)와 명나라가 참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청나라 역관이 돼 조선을 골탕 먹인 정명수는 홍순언과는 반대되는 인물이라는 점을 대비시킨다. 그는 청나라 포로가 됐다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수의 역관이 돼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는 데 앞잡이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역관 가문이 밀양 변씨와 인동 장씨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가문의 대표적 역관으로 변승업과 장현 등을 열거하면서 특히 변승업의 할아버지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장사 수완을 바탕으로 큰 재산을 모았고 ‘허생전’의 등장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희빈의 숙부이자 대부호인 장현도 역관 신분으로 중개무역을 통해 큰 부를 쌓으면서 조선시대 최고 역관 가문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한다.

19세기 중엽 중국어 역관으로 활약한 오경석의 집안은 아버지 오응현과 아들 오세창까지 이어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역관 가문이다. 이러한 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오경석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침공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등 대외 관계에서 많은 활약을 하면서도 역관으로 쌓은 지식과 부를 바탕으로 서화 수집과 예술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대목에도 눈길이 간다.(김문 편집위원)  

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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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8-27 14:56   좋아요 0 | URL
요즘은 동양고전 위주로 고르시네요.^^

로쟈 2011-08-27 22:10   좋아요 0 | URL
흠 방학때 그나마 얻은 소득이에요.^^;

가넷 2011-08-27 16:43   좋아요 0 | URL
논어한글역주는 아마 통나무에서 나왔던 것 같네요.

로쟈 2011-08-27 22:0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타가 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