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프레시안 북스의 리뷰를 보고 다시금 떠올린 책은 이상각의 <조선 역관 열전>(서해문집, 2011)이다. 지난달에 나온 책으로 '8월의 읽을 만한 책'에도 올려놓았지만 아직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상태다. 순서가 많이 밀렸다는 얘기인데, 주된 이유는 사마천의 <사기>와 중국사 관련서, 그리고 다른 조선사 관련서들이 앞자리를 차지해서다. 뜸을 들여가면서 <사기본기>, <사기세가>, <사기열전>까지 구매를 마치고, 도올의 <논어한글역주1,2,3>(통나무, 2008)도 마지막 3권을 주문한지라 이제 차례가 멀지 않았다. 내키면 내주에는 손에 들 수 있을 듯싶다. 소개기사를 뒤늦게 챙겨놓는다.  

   

서울신문(11. 07. 16) 조선시대 외국어로 富·명예 거머쥔 사람들

역관(譯官)이란 알다시피 통번역을 하는 벼슬이다. 이들은 주로 중국과 왜, 몽골, 여진 등과의 외교에서 통역 업무를 맡았다. 사신의 행차를 따라가 통역을 하거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는 등 외교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밀무역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하면서 조선시대의 무역 활동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역관들은 기술과 행정 실무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제력에서도 양반 계층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늘 중인으로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당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교에서부터 무역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인 신분의 외국어 전문가이면서도, 양반 사회에서 신분차별의 설움을 견디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물들이기에 ‘조선 역관 열전’(이상각 지음·서해문집 펴냄)에 적잖이 눈길이 간다.  

이 책의 특징은 인물을 크게 네 분야로 나눴다는 점이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다’, ‘일본과 통하다’에선 중국어와 일본어 역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조선시대 통역관의 면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관들은 외교 당사국의 이질적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장점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외교관이자 뉴프런티어였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라의 위급상황 시 활약했던 인물들을 흥미롭게 나열한다. 임진왜란 당시 홍순언은 종계변무(명나라 사서에 잘못 기록된 조선 왕실의 족보를 바로잡는 일)와 명나라가 참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청나라 역관이 돼 조선을 골탕 먹인 정명수는 홍순언과는 반대되는 인물이라는 점을 대비시킨다. 그는 청나라 포로가 됐다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수의 역관이 돼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는 데 앞잡이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역관 가문이 밀양 변씨와 인동 장씨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가문의 대표적 역관으로 변승업과 장현 등을 열거하면서 특히 변승업의 할아버지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장사 수완을 바탕으로 큰 재산을 모았고 ‘허생전’의 등장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희빈의 숙부이자 대부호인 장현도 역관 신분으로 중개무역을 통해 큰 부를 쌓으면서 조선시대 최고 역관 가문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한다.

19세기 중엽 중국어 역관으로 활약한 오경석의 집안은 아버지 오응현과 아들 오세창까지 이어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역관 가문이다. 이러한 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오경석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침공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등 대외 관계에서 많은 활약을 하면서도 역관으로 쌓은 지식과 부를 바탕으로 서화 수집과 예술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대목에도 눈길이 간다.(김문 편집위원)  

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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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8-27 14:56   좋아요 0 | URL
요즘은 동양고전 위주로 고르시네요.^^

로쟈 2011-08-27 22:10   좋아요 0 | URL
흠 방학때 그나마 얻은 소득이에요.^^;

가넷 2011-08-27 16:43   좋아요 0 | URL
논어한글역주는 아마 통나무에서 나왔던 것 같네요.

로쟈 2011-08-27 22:0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타가 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