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책 가운데 유배지에서 꽃핀 조선 후기 지식인의 예술과 학문을 다룬 <다산의 재발견>(휴머니스트, 2011)과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북스코프, 2011)에 관한 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당장은 손이 멀지만 조선사에 대한 책도 조금씩 모으고 있는 만큼 조만간 관심을 갖게 될 듯싶다...  

 

한국일보(11. 08. 27) 조선의 예술과 학문, 유배지서 피어나다

역사교사 이영권씨가 쓴 <제주사>를 보면 조선 후기까지 '유배'의 형벌은 사실상 종신형이었지만 갑오개혁 직후인 1895년에 죄의 정도에 따라 기간을 달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1909년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사라지고 불과 한 세기이지만 돌아보면 아득히 먼 전통시대 형벌 같은 유배는 사형 다음 가는 중형이었다. 조선시대에 남편이 유배 가자 부인이 목숨을 끊어버린 사례도 있다고 하니 엄한 벌로 인식됐던 것은 틀림 없다.

하지만 중형이라고 해도 죄값을 물어 바로 목숨을 뺏거나 초주검이 될 정도로 매질하는 일반적인 형벌과는 분명히 뉘앙스가 다르다. 정적(政敵)을 '기능부전' 상태로 만들되 목숨까지 뺏지 않는다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하면 너무 미화하는 걸까.

당파싸움이 치열했던 조선 중ㆍ후기에는 벼슬아치 4명 가운데 한 명꼴로 유배 갈 정도로 이 형벌이 유행했다고 한다. 정약전 약용 형제를 필두로 윤선도 김만중 등 문인 학자들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고, 연산군 광해군 등 왕좌에서 밀려나면 임금도 이 리스트에 올랐다. 물론 유배 당한 이들은 정치적인 패배에서 오는 절망감이 적지 않았을 테고 벽지나 외딴섬에서 빈한한 생활을 견뎌야 하는 고통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 형극의 시간을 안식과 마음의 평화를 얻을 기회로 삼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둘러볼 호사에 감사하며 문학과 학문에 정진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옛 문인과 학자들이 유배 생활을 어떻게 보냈고 그 어려움 속에서 어떤 예술과 학술적 업적을 길어 올렸는지를 조명한 <다산의 재발견>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가 나란히 출간됐다. 특히 <다산의 재발견>은 정민 한양대 교수가 4년여 발로 뛰면서 다산의 문집에 묶이지 않은 미공개 서간첩을 찾아 내 정리한 것이어서 값지다. 문서 훼손을 우려한 소장자들이나 학문적 업적을 뺏길까 봐 경계하는 학자들이 자료 보여주길 꺼려해 꽤나 어려움을 겪었던 정 교수는 자신이 새로 확인한 다산의 서간 등 문서들을 '자료 공개는 언제나 윈윈의 게임'이라며 이 책에 모두 실었다.

책은 <다산여황상서간첩> <견월첩> <백운첩> <매옥세궤> <만일암지> 등 저자가 찾아낸 다산의 친필 편지 150여 통을 내용별로 분류해 소개하고 그 서간이 오간 당시 다산의 면모를 되짚어 보는 것이 중심이다. 저자가 '넓고 깊다'는 다산학의 빈 자리를 채우는 작업이다. 덧붙어 있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집단 저술을 가능케 한 다산의 강진 시골 학생 교육법은 다산이 얼마나 선구적인 교육자인지 짐작할 수 있다. 다산이 본처 소생인 시집간 큰 딸, 유배 동안 새 살림을 꾸려 늘그막에 낳은 어린 딸에게 각각 그려준 <매조도> 사연은 콧잔등을 시큰거리게 만든다. 



<절해고도에 위리안치하라>는 이종묵(서울대) 안대회(성균관대) 교수가 사진작가 이한구씨와 함께 유배지를 찾아가 보고 쓴 글들이다. 멀리 고려 문신 이규보에서 시작해 대마도에서 생을 마감한 최익현까지 유배지의 삶과 예술, 학문을 엿볼 수 있다. 사진 편집이 훌륭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김범수기자) 

11.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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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온 2011-10-19 15:29   좋아요 0 | URL
로쟈님...
제주 땅속의 비밀 <대시조전>이란 책을 추천합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 우리 나라 제주도에서 시작되었다 합니다 ^^*

로쟈 2011-10-22 09:10   좋아요 0 | URL
에,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