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좋아지는 듯하다가 다시
설마 이런 게 노안인가
잠시 흐릿해 보여서 울고 있는 것도 아닌데
흐릿해 보여서
남들 다 왔다는 노안이 내게
찾아온다고 대수는 아니겠지만
방안 가득 책들을 보니 눈물이
나는 건 아니고 영화가 생각난다
굿바이 마이 칠드런
아이들 입양 보내는 영화가 있었지
노동자 아빠가 손을 다쳤던가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고
엄마는 또 무슨 병이 있었나
하여간에 아이들을 다른 집에 보내야 했지
아홉이었나
하여간에 눈물 쏟으며 보내야 했어
이불 뒤집어 쓰고 중학교 때
훌쩍거리며 본 영화
늦게 잔다고 혼나면서 본 영화
누가 이 아이들을 사랑해줄까
누가 이 책들을 읽어줄까

갑자기 눈이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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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수로 간 건
개인적인 사업을 위해서였지
월든은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 마을에 있어
월든은 소로가 외딴 숲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 2개월을 살다 나오자 다른 월든이 되었지
널빤지를 대고 석회를 발라 손수 지은 집
다락과 벽장도 있고 양쪽에 유리창도 하나씩 있는 집
자재값과 운반비로 28달러 남짓 들어간 집
남은 자재로 지은 작은 헛간도 옆에 있는 집
새가 둥지를 지을 때와 똑같은 목적으로 지은 집
그 집에 소로는 1845년 7월 4일에 입주했다네
미국독립기념일 폭죽이 터지던 날
소로는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네
월든 숲속에서의 독거 생활을 시작했네
그가 한 일은 인생을 저당잡히지 않는 일
노년의 불확실한 자유를 위해
인생의 황금기를 돈벌이에 소진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 일
인도로 돈을 벌러 떠나면서 훗날 돌아와
시를 쓰겠다던 영국인에게 말하지
˝당장 다락방에 올라가 시를 쓰시오!˝
인도로 떠나느냐 다락방에 올라가느냐
우리의 선택지는 그것뿐
소로는 개인적인 사업을 위해 월든으로 갔지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
그걸 쓰는 게 소로의 사업이었네
자비로 책을 내고 절반도 안 팔린 책
그래서 늦어진 책이 월든
월든 호숫가에 지은 오두막 같은 월든
생전에 2000부 팔리고 절판됐지만
세상을 바꾼 책,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꾼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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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의 최소국가(정부)와 노직의 최소국가는
같은 의미인가요?

로쟈 2018-05-07 17:01   좋아요 0 | URL
자유주의라는 점에서만 같습니다. 소로는 안 가진 자의 자유, 노직은 가진 자의 자유.

모맘 2018-05-10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사두고도 읽지않았던 책,당장 읽어야겠네요.시로 해주시는 책소개가 울림이 있습니다~

모맘 2018-05-10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못 가진 자가 아니고 안 가진 자인가요 자발적?

로쟈 2018-05-10 08:47   좋아요 0 | URL
네 자발적 가난.
 

어제부터 아니 그제부터 눈이
가려운 걸 보니 안과에 갈 때인가 보다
안과와 친한 것인가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들르곤 한다 자주는 아니다 같은
안과도 아니다 세상 모든 안과에
들른 건 아니어도 여러 안과에 들렀다
여러 안과와 친한 것인가
친하지 않아도 가려우면 가게 된다
다른 곳이 아니라 눈이 가려우면
절실하게 가고 싶다 가게 된다
심하지 않다고 안약 처방받으면
한 계절이 지나간다
눈이 피로해서 그런 겁니다
라고 하면 직업병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눈을 쓰는 직업인가 혹은
눈을 혹사하는 직업?
읽고쓰는 게 일인데 요즘은
시도 쓴다니 다시 안과에 갈 수밖에
그래도 별일없다
별일은 예전에 있었지
딱 한번 갔던 신림동의 한 안과
주택은행 건너편 안과 의사는
꽤 미인이었지 들어서면서 그런 생각하는데
중년아저씨가 쑥쓰럽게 던진 말
˝아름다우십니다!˝
다른 환자는 나밖에 없는데
의사도 쑥쓰러워 하고
(처음은 아니라는 표정이었나)
나는 먼산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았네 다시
가보지 못한 안과지만 생각나는 안과
멋쩍어서라도 가보지 못한 안과
친해서 가는 게 아니라네
친하지 않아도 가게 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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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친해도 가야하는 안과~ 가슴에 콕와서 박히네요.
안과와 친해지고싶지 않은데(병원과 절친이 되는건ㅜㅜ)
곧 친해질것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멋진? 의사샘이 봐주시면 노안도 나아질까요?ㅎㅎ
책은 언제든 볼수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란걸 알았습니다.

로쟈 2018-05-07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상태가 나아져서 안가도 될듯.~

로제트50 2018-05-07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안에는 안경
가렵거나 시리거나
피로한 눈에는
토비콤에스
(토비콤골드 가 아닌)
미인은 아닌 약사 왈_

로쟈 2018-05-07 20:40   좋아요 0 | URL
^^

모맘 2018-05-09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건 어쨌든 좋습니다ㅋ

로쟈 2018-05-09 23:30   좋아요 0 | URL
^^
 

바닥에 있는 책 몇 권 책장에 꽂다가
시집 한 권 빼냈다 그늘과 사귀다
시집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그런 자리가 따로 없지만)
빼내는 건 일도 아닌데
시집 속에 껴 있던 영수증이
난데없는 일거리를 만든다
빛바랜 영수증에 찍힌 행적이
나를 닦아세운다
2007년 9월 13일 아무 기억도 없는 날짜에
경인문고 송내점에서
저녁 9시 34분 53초
고작 시집 한 권 구입하다니
쿠폰 700원에 현금결제 5300원
(어려운 시절이었나?)
그늘과 사귀다
시인의 이름은 기억해도
읽은 기억이 없는 시집이건만
사귄 기억이 전혀 없다고 부인해도
명백한 물증이라며 몰아세운다
아 그때는 아직 삼십대였고
아직 젊었구나
해도
딴소리하지 말라고
하필 그늘을 사귀겠느냐고
해도
그건 중요치 않다고
하는 수 없이 진술서를 쓴다
시집에서 베껴 적는다

폭설 이쪽의 세상이 바로 저 세상이란 걸
저 세상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라는 듯 귀소하는
하늘의 젖은 새, 하나
어떤 풍경도 풍경의 안에 숨졌을 뿐

그렇다, 오늘 나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늦어버린 너무 늦어버린

식은 풍경의 마지막 두 연을 옮겨 적고
그늘과의 관계를 청산한다
다시는 사랑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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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0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or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그친구랑 놀지마!
다행히 관계를 청산하셨다니 잔소리 들을일은 없을듯ㅎㅎ

로쟈 2018-05-07 12:19   좋아요 0 | URL
요즘 쓰고 있는 독서시의 변형입니다.~

모맘 2018-05-0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습니다! 좋습니다라고 쓰고싶지 않은데 다른 말이 안 떠올라요ㅋ

로쟈 2018-05-09 23:30   좋아요 0 | URL
감사.~
 

만프레트 가이어의 <웃음의 철학>(글항아리)을 잠시 손에 들었다가 엉뚱하게도 이삼성 교수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가 떠올랐다. 통일과 관련된 책들의 간단한 목록을 만들어봐야 해서 낮에 펼쳐보았던 책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과 이달에 어어질 한미,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저자가 학계에서는 가장 바빠질 사람 가운데 한 명이겠구나 싶었다. 더불어 이번 책은 나오자마자 개정판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은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이라는 부제에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저자 이삼성(한림대학교 교수)이 80년대부터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북한 핵개발의 역사와 90년대부터 본격화된 북한 핵위기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미국, 한국 등 당사국 정부나 의회, 기타 유력 싱크탱크가 만든 보고서에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팩트첵크’를 매우 충실하게 해냈다.

이러한 빈틈없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남한 핵무장론’, ‘블러디 노즈(bloody nose) 선제타격론’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해결방법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비판한 다음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실현에 대해 논한다. 이때 학계에서도 저자 고유의 이론으로 주목하는 ‘대분단체제론’이 주요한 근거가 된다.˝

저자의 제안과 구상이 직접 현실화될 수 있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으니 책의 결론도 달라질 수 있겠다. 개정판이 곧바로 나올 만큼 한반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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