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베르그송(베르그손)의 대표작은 아니어도 가장 많이 번역된, 그래서 짐작에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웃음>이다. 지난해에도 새 번역본(정확히는 개역본)이 나오더니 이번에 한권이 더 추가되었다. 이번에도 정확히는 개역본이다. 뜻깊게도 내가 처음 읽은 종로서적판(1989)의 개역본이다(이어서 읽은 것이 세계사판(1992)이었는데 이 세계사판이 지난해 문지판으로 다시 나왔다. 절판본을 제외하면 <웃음>은 현재 4종의 번역본이 존재한다).

˝베르그손의 <웃음>은 1900년 초판이 나온 이래 ‘웃음’ 이론에 관한 가장 독보적인 고전으로 손꼽힌다.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베르그손 철학의 주요 흐름이 교차되어 있어 단순히 웃음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베르그손의 철학에 근거한, 그의 미적 직관론과 예술 일반에 관한 통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개대로 <웃음>은 저자가 아니라 주제 덕분에 이제껏 널리 읽히는 책이다(희극론의 입문서도 겸하기에). 그렇지만 베르그송 철학의 입문 역할도 하기에 일석이조. 나는 <웃음>을 읽은 뒤에 학위논문인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영어판 제목이 <시간과 자유의지>다)으로 넘어간 기억이 있다. 베르그송 형이상학에 관한 책들은 이후에 꽤 나왔기에 따로 거들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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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다시 나온 세계 여성의 역사

2년 전 페이퍼다. 여성사 분야의 책도 여럿 되기에 한번은 서평강의에서 다룰 예정인데 후보작 목록에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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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관심 작가는 두 명의 폴란드 작가다. 스타니스와프 이그나찌 비트키에비치('비트카찌'로도 불린다고)과 스타니스와프 렘. SF소설로 유명한 렘은 처음 소개되는 건 아니지만 앞서 번역되었던 작품들이 모두 절판되었던 터라 반갑고, 비트키에비치는 초면의 작가라 궁금하다. 1885년생인(1939년몰) 비트키에비치는 1921년생인(2006년몰) 렘보다 한 세대 앞서 활동한 작가. 1890년생(1938년몰)인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와 동시대다.  

















폴란드의 아방가르드 극작가, 소설가, 화가라고 소개되는데, 이번에 나온 건 희곡집과 장편소설 <탐욕>이다. <탐욕>은 만만찮은 분량인데(1000쪽이 넘는다) 난해하기도 해서 역자가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작품이라 한다(브루노 슐츠보다도 어려웠다 한다). 동유럽문학 강의(폴란드문학 강의를 하반기에 기획중이다)에서 읽어보면 좋겠다.
















렘의 작품은 대표작 <솔라리스>를 포함해 세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해를 넘기긴 했지만 지난해가 탄생 100주년이어서 기획된 것 같다. 폴란드 전공자의 원전 번역으로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이다. 















단편집도 지난해에 나온 터라 한국어 렘도 독서의 여건은 갖추어졌다. 렘의 작품 역시 장르문학 강의(SF를 염두에 두고 있다)나 폴란드문학 강의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폴란드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동유럽으로 시야를 넓히면 폴란드문학 다음으로 다룰 수 있는 건 체코문학이다. 카렐 차페크의 작품들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데, 차페크의 경우도 절판된 작품들이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소설과 희곡, 에세이 등이 번역된 상태다). <평범한 인생>과 3부작을 이루는 <호르두발><별똥별>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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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문학의 한국수용사에서 앙드레 지드는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지드 이전 소설가로는 위고와 모파상을 들 수 있을까?). 확인해보니 지드의 작품이 한국어로 처음 번역돼 나온 건 1948년의 일로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이 선두였다. 1947년 지드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게 결정적인 계기였겠다(이후에 1960년대 중반에는 전집(전5권)까지 나올 정도로 지드의 위상은 높았다).

그렇지만 해방 이전에도 지드는 한국작가들에게 주로 일역판을 통해서 많이 읽혔고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윤동주이다. 대학원시절에 나는 윤동주의 시 ‘간‘이 지드의 영향을 받아서 쓴 시라고 주장하는 페이퍼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여성시인 모윤숙의 대표작 <렌의 애가>(1937)도 지드, 특히 <좁은 문>의 영향을 받아 쓰였다는사실을 최근에 알았다(평론가 이헌구가 지드에 관한 학위논문을 썼다는 사실도).

지드 문학의 주제가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관심사인데 나보다 더 부지런한 분이 이 주제를 정리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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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 강의를 재작년부터 2년여에 걸쳐서 두 차례 진행하고 오늘 마무리지었다. 나대로는 도스토옙스키 이해의 기본 방향을 잡고 세부를 다듬어보는 기회였다. 아직 과제는 많이 남아있지만(국외를 포함하면 도스토옙스키 관련 연구서만 해도 다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와있다) ‘교두보‘는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쟁점과 이견들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강의를 책으로 정리하는 일이 올해의 과제 중 하나이다. 더불어 도스토옙스키 이전과 이후를 추적하는 강의도 계속 진행할 예정인데 당장 내달부터는 고골 전작 읽기를 시도한다. 고골 도스토옙스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바로 지목할 수 있는 작가다(도스토옙스키는 데뷔시에 ‘제2의 고골‘로 불렸다). 러시아 바깥에서는 발자크와 디킨스가 도스토옙스키에게 영향을 준 주요 작가다. 따라서 도스토옙스키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는 것은 이런 작가들을 되짚어 읽어본다는 뜻이다.

또 반대로 도스토옙스키가 영향을 준, 도스토옙스키 이후의 작가들도 따라가볼 수 있다. 이미 몇차례 강의에서 다루긴 했는데, 20세기 전반기 작가로 앙드레 지드(프랑스), 버지니아 울프(영국), 헤르만 헤세(독일) 등을 떠올릴 수 있다(랠프 프리드먼이 <서정소설론>에서 한데 묶은 세 작가인데, 도스토옙스키와의 관계도 비교거리가 된다). 그에 덧붙여서 카뮈와 사르트르, D.H.로렌스, 카프카 등도 도스토옙스키와 비교에서 궤적이 잘 드러나는 작가들이다. 고로 ‘도스토옙스키 이후‘를 제 규모로 다루는 일도 상당한 견적의 과제다. 최소한 올해의 몫은 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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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4 2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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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6 20: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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