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급행버스를 타고 가는데 문득 차창으로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알라딘 중고서점. 버스정류장과 마찬가지로 ‘경성대부경대역점‘이다. 경성대와 부경대가 부근에 있어서 이름이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버스를 타면서 손에 든 토마스 만 작품집에서는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펼쳤는데, 쉰의 작가 아셴바하가 아직 뮌헨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서 전차를 기다리다가 쳐다본 한 사내의 인상 때문에 갑작스레 여행의 충동을 느끼는 대목을 읽는 중. 내가 해운대를 지날 무렵이면 아셴바하도 베니스에 도착해 있겠다. 나와 달리 아무런 목적 없이 떠나는 아셴바하의 처지가 좀 낫군. 그래도 덕분에 베니스에 도착하는 기분으로 해운대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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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광명을 지났다. 그런데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오랜만에 펼쳐든 터라 머릿속은 무진행 버스 안에 있다.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덜커덩거리는 시골길을 달리는 중이다. 그 덜커덩거림은 상상이 필요하다. KTX에서는 턱관절이 덜그럭거릴 정도의 진동을 경험하기 어려우니까.

하루 일정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방(오늘은 임시로 여행가방)에 충분한 읽을 거리를 넣었다. 처음엔 다섯 권을 넣었다가 무거워서 두 권을 뺐는데, 그래도 세 권이면 이틀 읽을 거리는 될 터이다. <무진기행>과 토마스 만 중단편집은 당장 월요일에 강의할 책들이다. 토마스 만의 작품 가운데서는 ‘토니오 크뢰거‘와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주로 다룰 예정. 그리고 어젯밤에 받은 이글턴의 <문학 이벤트>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오늘의 동행들이다.

무진은 가공의 지명이고 실제로는 전남 순천이 모델이다. 안 가본 곳이 한둘이 아니지만 순천 또한 내게는 이름만 친숙한 도시다(외가가 광주라서 안 가보고도 가본 것처럼 여겨지는 도시가 목포나 순천이다). 책을 읽다보니 무진의 안개, 순천의 안개를 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문학기행차 빈과 프라하도 다녀오는데 순천에 못가본다는 것도 말은 안된다. 내주에는 하동에도 처음 가볼 예정인데, 하동과 통영 등도 내게는 런던과 파리처럼 책에만 있는 지명들이다.

‘문화유산답사기‘를 쓸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한국일보의 김훈, 박래부 기자가 연재했던 ‘문학기행‘의 루트를 되밟아보아도 좋겠다 싶다.

오늘밤 늦게 귀가하면 어제 주문한 김승옥 소설전집이 배송돼 있을 것이다. 오며가며 나는 내내 무진으로 가는 버스 안에 있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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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일정이 있어서 아침 일찍 서울역으로 가는 중이다. 여행이 끝났어도 계속 여행중인 것 같은 느낌. 여독은 눈에만 몰려 있는지 아직도 피로한 기색이다.

어젯밤에 다니엘 밀로의 <미래중독자>(추수밭)를 들여다보다가(언어와 미래를 다루는 대목이 있어서 구입한 책이다. 요즘 관심주제 가운데 하나다) 역자의 프로필에서 김훈의 <칼의 노래>를 불어로 옮겼다는 걸 읽고 바로 검색을 했다.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가 갈리마르에서 나왔다. 프랑스 최고출판사에서 나온 걸 보면 원작과 번역이 모두 인정받은 걸로 보인다. 독자들의 반응은 모르겠지만.

<남한산성>이 영화화되어 개봉예정인 것으로 안다(추석 연휴에?). 겸사겸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는 김훈의 소설들에 대해서도 강의를 진행하려고 한다(강의 목록에 올리는 것은 자세히 읽기 위해서다).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게 <칼의 노래><현의 노래><남한산성> 세 권이다. 무얼 더 추가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겠다. 한강을 건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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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택배로 받은 책 가운데 하나는 테리 이글턴의 <문학 이벤트>(우물이있는집, 2017)다. 제목 그대로 '이벤트' 같은 느낌을 주는 출간인데, 이글턴 독자들로서는 일단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모르는 신간인가 했는데, 곧바로 짚이는 책이 있었다. 원제를 보니 틀리지 않았다. '문학이라는 사건(The Event of Literature)'이란 제목으로 기억하는 책으로 이미 몇 년 전에 구입한 터이다. 문제는 너무 일찍 구입한 탓에(그러니까 3년 전 이사를 하기도 전에 구입한 탓에) 당장은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것. 원서를 다시 구입하기는 멋쩍으므로 좀 찾아봐야겠지만, 아무튼 번역서만으로도 독서욕은 충분히 자극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문학 이벤트'니까. 


  

되짚어 보면 이글턴의 독자가 된 지 30년이 되었다. <문학이론입문>을 읽은 지 30년이 되었으니까(문학 세미나의 교재로 쓰면서 아마 서너 번은 읽을 듯싶다). 그래서 면식이 없는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30년 지기' 같다는 느낌이다. 번역된 그의 책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기억에 모든 책을 갖고 있다. 그 정도면 충실한 편이지 않을까. 


이번 책은 이글턴이 자신이 초기작인 <문학이론입문>에서 전개한 생각을 약간 재정비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꽤 맞춤한 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지 않은, 혹은 읽을 수 없는(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작품들을 다수 언급하고 있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기본 아이디어를 내 식으로 소화해서 읽고 나대로의 문학론을 정리하는 데 요긴한 도움을 얻으려고 한다(내년에는 문학이론에 대한 강의도 진행해 볼 계획이다). 참고로, 노란색 표지에 찍힌 부제는 '문학 개념의 불확정성과 허구의 본성'이다. 


 

현대문학이론과 관련해서는 오민석 교수의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시인동네, 2017)도 최근에 나온 신간이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것 같은데, 독일에서 나온 <문학이론 입문>(서울대출판문화원, 2016)과 예일대 교수인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교유서가, 2016)과 같이 비교해가며 읽어봄직하다. 물론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도 배경에 두고서. 



<문학 이벤트>에서도 핵심적인 질문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인데, 오랜만에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이 또한 30년 전에 읽은 책이니(이후에 두어 번 더 읽었다) 오랜 친구 같은 책이다. 대체로 인색하지만 세월은 이런 친구들을 선물로 주는 듯싶다...


17.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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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을 북플로 적는다.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의 <불안>(인벤션, 2017)이 그것인데 ‘불안과 공포의 뇌과학‘이 부제다. 저명한 뇌과학자 마이클 가자니가와의 공저도 갖고 있는 저자는 ˝우리시대의 윌리엄 제임스˝로도 불린다고.

르두의 책은 <시냅스와 자아><느끼는 뇌> 등이 앞서 소개되었다. <시냅스와 자아>를 보건대 다소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불안‘은 대중적인 주제이기도 하므로 뇌과학에서의 설명이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책의 분량이나 가격 모두 만만치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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