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택배로 받은 책 가운데 하나는 테리 이글턴의 <문학 이벤트>(우물이있는집, 2017)다. 제목 그대로 '이벤트' 같은 느낌을 주는 출간인데, 이글턴 독자들로서는 일단 반기지 않을 수 없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모르는 신간인가 했는데, 곧바로 짚이는 책이 있었다. 원제를 보니 틀리지 않았다. '문학이라는 사건(The Event of Literature)'이란 제목으로 기억하는 책으로 이미 몇 년 전에 구입한 터이다. 문제는 너무 일찍 구입한 탓에(그러니까 3년 전 이사를 하기도 전에 구입한 탓에) 당장은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것. 원서를 다시 구입하기는 멋쩍으므로 좀 찾아봐야겠지만, 아무튼 번역서만으로도 독서욕은 충분히 자극된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문학 이벤트'니까. 


  

되짚어 보면 이글턴의 독자가 된 지 30년이 되었다. <문학이론입문>을 읽은 지 30년이 되었으니까(문학 세미나의 교재로 쓰면서 아마 서너 번은 읽을 듯싶다). 그래서 면식이 없는 저자임에도 불구하고 '30년 지기' 같다는 느낌이다. 번역된 그의 책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기억에 모든 책을 갖고 있다. 그 정도면 충실한 편이지 않을까. 


이번 책은 이글턴이 자신이 초기작인 <문학이론입문>에서 전개한 생각을 약간 재정비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꽤 맞춤한 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지 않은, 혹은 읽을 수 없는(아직 번역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작품들을 다수 언급하고 있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기본 아이디어를 내 식으로 소화해서 읽고 나대로의 문학론을 정리하는 데 요긴한 도움을 얻으려고 한다(내년에는 문학이론에 대한 강의도 진행해 볼 계획이다). 참고로, 노란색 표지에 찍힌 부제는 '문학 개념의 불확정성과 허구의 본성'이다. 


 

현대문학이론과 관련해서는 오민석 교수의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시인동네, 2017)도 최근에 나온 신간이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것 같은데, 독일에서 나온 <문학이론 입문>(서울대출판문화원, 2016)과 예일대 교수인 조너선 컬러의 <문학이론>(교유서가, 2016)과 같이 비교해가며 읽어봄직하다. 물론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도 배경에 두고서. 



<문학 이벤트>에서도 핵심적인 질문은 '문학이란 무엇인가'인데, 오랜만에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도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이 또한 30년 전에 읽은 책이니(이후에 두어 번 더 읽었다) 오랜 친구 같은 책이다. 대체로 인색하지만 세월은 이런 친구들을 선물로 주는 듯싶다...


17.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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