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의 영화평론집 <정확한 사랑의 실험>(마음산책)을 책장에서 찾다가 못 찾고 적는 페이퍼라 제목을 그렇게 붙였다. 갑작스레 찾은 건 연휴에 스파이크 존즈의 영화 <그녀>를 인상적으로 보아서다. 몇년 전에 다운받아 놓은 영화인데 그때 다운받게 된 계기도 기억에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 수록된 영화평 때문이었다(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화평을 다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화를 본 다음에 읽으려고 남겨놓았을 텐데, 막상 영화감상은 몇년 지체되었다. 주연 호아킨 피닉스가 서두에 연애편지를 작성하는 대목에서 두어 번 중단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감상 완료. 그러고는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 가운데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영화로 꼽아두기로 했다. 통상 인간과 운영체제 사이의 사랑의 불가능성을 다룬 영화로 독해될 성싶은데, 한편으로는 테오도르(인간)와 사만다(운영체제)의 각기 다른 사랑의 방식을 대비시키고 있는 영화로도 읽힌다. 추정에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는 이런 문단이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 우리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가? ‘사랑에 빠지면서 새롭게 태어났지만 자신의 결여 때문에 온전히 당당할 수 없었던 한 존재가 자신의 결여와 화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게 되자 더 넓은 세계를 만나 마침내 그곳으로 갔다.‘ 이것은 사랑의 서사가 성장의 서사로 오버랩 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당신을 떠난 그 사람도 바로 이런 과정을 거쳐 떠나갔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운영체제가 인간을 닮았다고 말하기보다는 인간이 이 운영체제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편이 더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인간의 사랑과 운영체제의 사랑이 갖는 유사성이다. 차이가 더 의미심장하다고 느낀 나와는 감상이 다른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책을 찾아봐야겠다. 그 차이가 왜 중요한지 밝히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책을 찾은 건 잠시였고 지금은 몇권의 책을 식탁에 올려놓은 채 봄에 나올 서평집의 교정을 보는 중이다. 오랜만에 내는 서평집이라 분량이 880쪽이 넘어가서 2-300쪽 이상 줄여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최근 몇 년간은 서평을 뜸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분량이 많다.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걸, 기억도 안 나는 노래가사를 흥얼거리는 중이다...

PS. 제보에 따르면, <그녀>에 대한 평은 책이 아니라 잡지 특집호에 실렸다. 책을 찾는 수고는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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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0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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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8 0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일문학사의 신화적 존재라는 스위스 작가 로베르트 발저에 대해 알게 된 건 작품집 <산책자>(한겨레출판)가 출간되면서다. 알게 되었다는 말은 로베르트 발저(1878-1956)와 마르틴 발저(1927- )가 두 명의 다른 '발저'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눈치챘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의 차이로 로베르트가 카프카에게 영향을 준 작가라면 마르틴은 영향을 받은 작가라는 점도 보탤 수 있다.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이유, 2003) 같은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로베르트 발저라는 이름이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벤야멘타 하인학교>(문학동네, 2009)이고, 나 같은 독자는 <산책>(민음사, 2016)과 <산책자>(한겨레출판, 2017)가 연이어 나온 이후에야 비로소 주목하게 되었다. 현재는 장편 <타너가의 남매들>(지만지, 2017)과 단편선집 <세상의 끝>(문학판, 2017)까지 나와 있는 상태다. 발저와 카프카의 관계는 '카프카 커넥션' 강의에서 짚어볼 생각인데, 여기서는 국내에 소개된 대표작을 리스트로 묶어 놓는다. 


robert walzer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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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로베르트 발저 산문.단편선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임홍배 옮김 / 문학판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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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너가의 남매들
로베르트 발저 지음, 김윤미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7년 6월
25,000원 → 23,7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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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17일에 저장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배수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8년 02월 17일에 저장
구판절판
산책-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로베르트 발저 지음, 박광자 옮김 / 민음사 / 2016년 11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내일 수령" 가능
2018년 02월 17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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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책들을 대부분 어제 배송 받았고 나머지 몇 건은 연휴 이후에 받을 예정이다. 아무래도 연휴기간에는 배송이 중지되다 보니(출판사나 서점으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내가 만나본 이들은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주문도 미룰 수밖에 없는데 당일배송이었다면 바로 주문했을 책이 폴 긴스버그의 <이탈리아 현대사>(후마니타스)다. ‘이주의 발견‘이기도 한데 이유는 희소성이다. ‘이탈리아 현대사‘는 처음 아닌가?

부제는 ‘반파시즘 저항운동에서 이탈리아공산당의 몰락까지‘다. 연도로는 1943년부터 1988년까지. 그게 이탈리아사의 시대 구분인 모양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 독일과 연합군에 의한 반도의 분할과 해방, 반파시즘 저항운동을 주도한 좌파와 연합군을 등에 업은 우파의 격렬한 대립,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농업국에서 시작해 1950~60년대를 거쳐 선진 공업국으로 빠르게 도약한 경험으로 수놓아진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다룬다. 또한 무솔리니부터 그람시, 톨리아티, 베를링구에르, 베를루스코니에 이르는 이탈리아 주요 정치인들의 꿈과 좌절은 물론, 해방 직후 공장 점거 운동과 1969년의 ‘뜨거운 가을’, 공장평의회 운동과 자율주의 정치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이탈리아’를 건설하고자 분투한 이탈리아 민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덕분에 알게 된 저자가 폴 긴스버그인데 이탈리아 현대사 관련서를 몇 권 더 갖고 있다. 저자의 책은 아니지만 마땅한 책이 있다면 이 참에 이탈리아 현대문학사도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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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8-02-16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우리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로쟈 2018-02-16 15:02   좋아요 0 | URL
네 새해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읽고 싶은 책을 잔뜩 골라놓고 어느 걸 읽을까 고심하는 게 연휴 첫날의 즐거움이지만 어차피 기분에 불과하다는 걸 아는 터라 곧 사그라졌다. 한두 권이라도 읽으면 다행이다 싶지만 펴놓은 책들이 모두 800쪽 이상임에랴. 게다가 봄학기 강의준비도 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미국문학 강의도 있고 일본근대문학과 함께 ‘카프카 커넥션‘도 있다. 강의 일정과 준비 상황을 고려해 ‘카프카 커넥션‘(말과활 아카데미)은 3월과 9월에 4회씩 나누어 진행한다. 3월 강의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1강 3월 08일_ 카프카와 도스토예프스키


2강 3월 15일_ 카프카와 로베르트 발저



3강 3월 22일_ 카프카와 카뮈



4강 3월 29일_ 카프카와 데리다



18.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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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출판문화'(626호)에 실은 '이현우의 책읽는 세상' 꼭지를 옮겨놓는다. 지난달 서평강의에서 다루기도 했던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의 문제의식을 간추려보았다. 설연휴를 맞아 '민족대이동'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한국식 가족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책이어서 분위기에는 안 맞아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문제를 잘 따져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도 같다. 


 

출판문화(18년 2월호) 가부장적 가족주의에 맞서는 국가와 개인의 연대


문재인 대통령이 저자에게 격려편지를 보냈다고 하여 화제가 된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었다. 아니, 화제가 되기 전에 읽었다. 저자의 문제의식만 보자면,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의 연장선상에서 읽히는 책이다. 하지만 장르상의 차이 때문에 소설만큼 널리 읽히지는 못할 것이기에 책의 문제의식을 담은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문제의식인지 간추려보기로 한다.


오랜 기자생활을 거쳐서 국제구호개발단체에서도 일했고 아동인권운동가로 활동중인 저자가 보기에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는 가족문제로 귀결된다. “나는 가족 해체보다 여전히 더 큰 문제는 가부장적 질서를 근간으로 한 완강한 가족주의라고 생각한다.” 이 가족주의는 가족 안팎에서 폭력을 생산한다. 저자의 구분법은 아니지만 안에서의 폭력바깥으로의 폭력으로 나눌 수 있겠다.


먼저, 가족 안에서 가족주의는 자식을 소유물로 보게끔 한다. 그 결과 체벌과 폭력을 사랑의 매로 미화한다. 그렇지만 체벌과 학대 사이의 거리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부모나 보호자가 처음부터 아이를 학대할 의도로 체벌을 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에게 훈육적 목적의 체벌이 필요하고 어떤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문제다. 동전의 양면인 방임과 과보호 사이에서 한국 어린이의 행복감은 모든 연령대에서 바닥권이다. 즉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태도는 급기야는 가족 동반자살이라는 비극을 부르기도 한다. 저자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자녀 살해 후 부모 자살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한국은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가다. 부모의 자녀 살해 후 자살도 그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는 가족주의의 이면이다.


다른 한편으로 가족주의는 가족 바깥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차별한다. 소위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을 나누고 가부장적 가족제도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비정상부도덕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한국 가족주의의 양태다. 이를 일컬어 저자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 이에 따라 법적 혼인절차가 수반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해 따가운 차별적 시선을 보내는 한편, 사회적, 제도적 차별까지 부가한다. 이러한 차별이 전 세계에서 해외입양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보낸 나라라는 오명을 떠안게 했다.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해외입양은 제5공화국에 이르러서는 연 1만 명을 넘겼고 고아수출 세계 1를 기록하게 되었다. 미혼모와 입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 역시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결과다.


정리하면, ‘정상가족주의는 가족 안에서 가족 내 구성원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기에 과도한 통제와 체벌, 학대를 낳는 경향이 있고, 가족 바깥에서는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기에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를 양산한다. 이러한 진단에 이어지는 물음은 자연스레 가족주의의 한국적 기원이다. 일반적으로는 사회가 근대화되면 개인의식이 성장하고 개인주의가 강화되기에 가족이나 집단의 지배력은 약화되기 마련인데, 어째서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가족주의가 팽배한 것인가. 중국, 일본, 한국 세 나라의 가족가치관을 비교한 조사연구에서도 한국인의 가족가치가 가장 보수적이고 가정생활의 만족도는 가장 낮았다고 하면, 가족주의를 한국사회의 특징으로 지목해도 과장은 아니다.


이렇듯 특별한 가족주의 형성 원인을 저자는 유례가 드문 압축적 근대화에서 찾는다. 한국사회의 근대화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반세기에 걸쳐서 급속하게 진행돼 있다. 서구의 경우 보통 300-400년에 걸쳐 이루어진 변화가 이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이 자랑할 만한 성취로 평가되기도 하나 그 부작용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다. 사회보장의 제도화라는 면에서 보자면 압축 근대화과정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나라의 하나였다.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가 위기 상황의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했기에 개인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이 가족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가가 근대화에 매진하는 동안 그 뒤치다꺼리는 가족에게 내맡겨진 형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가족주의는 근대화 과정에서 약화되지 않고 오히려 강화되었다. 한 사회학자는 그래서 가족을 근대화의 해결사라고까지 불렀다. 하지만 이 해결사는 이제 문제의 원인으로 지탄받는다.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공연한 멸시, ‘정상가족의 범위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미혼모,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차별을 서슴지 않는 심성도 이처럼 내 가족 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배타적 가족주의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의 해법은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를 그리며라는 책의 부제에 집약되어 있다. 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제시되는 것은 체벌금지법이다. 모범적인 사례가 스웨덴인데, 이 나라는 1979년에 세계 최초로 부모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했다. 1989년에 발효된 유엔아동권리협약보다도 10년 앞선다. 아동인권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데, 흥미로운 것은 스웨덴이 애초부터 아동인권을 존중해온 나라는 아니라는 점이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스웨덴 역시 아이는 부모의 소유로 간주되었고 심지어 체벌이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였다. 그런 상황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 체벌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에서 큰 영향을 미친 건 <삐삐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린드그렌의 연설이었다고 하는데, 그가 연설에서 들려준 한 여성의 일화는 우리도 경청해봄직하다. 젊은 엄마였던 여성은 어린 아들이 말을 듣지 않자 훈계하기 위해 회초리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런데 한참 만에 울면서 돌아온 아이는 회초리 대신에 작을 돌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회초리로 쓸 만한 나뭇가지를 찾을 수 없었어요. 대신에 이 돌을 저한테 던지세요.” 아이 생각에 엄마가 자신을 아프게 하려고 하는 것이니까 회초리 대신에 돌도 가능하리라고 본 것이다. 아이의 천진한 생각에 엄마는 크게 각성하여 아이를 껴안고 울었다. 그러고는 앞으로 아이를 절대로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아이가 주워 온 돌을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린드그렌의 연설을 통해서 한 여성의 각성은 스웨덴 사회 전체의 각성으로 확산되었고 결국 체벌금지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체벌금지법의 선구적 제정에서뿐 아니라 스웨덴은 우리의 가족주의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데 많은 참조가 된다. ‘스웨덴식 사랑 이론이란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진정한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고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놓이지 않는 개인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불평등한 갑을관계 하에서는 진정한 인간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족 안에서도 서로 의존적이고 굴욕을 강요하는 권력관계에서 벗어날 때만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다. 그리고 국가는 이러한 굴욕감에서 개인을 해방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 스웨덴식 이론이다. 물론 불평등한 권력관계로부터의 해방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섬세한 제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저자는 스웨덴 모델을 이렇게 요약한다.


부모의 체벌금지와 아동수당 지급, 아동인권에 대한 강조를 통해 아이들도 부모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갖게 됐다. 부모 자산에 대한 조사가 없는 학생 대출을 통해 청년들이 가족에서 독립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했다. 부부의 개인별 분리과세, 보편화된 공공보육 시스템으로 여성의 배우자에 대한 의존과 종속의 여지를 없앴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서 스웨덴은 세계에서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낮고 개인화가 가장 진전된 사회가 되었다. 스웨덴 모델에서는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강조가 국가의 적극적 역할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는 개인의 자율성을 수호하는 조력자로 등장한다. 그래서 붙여지는 이름이 국가주의적 개인주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주의에 맞서 국가와 개인이 연대하는 모양새다. 그러한 스웨덴 모델이 한국 사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갖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불과 지난 정부 때만 하더라도 이러한 대안은 상상해볼 수조차 없었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기대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상한 정상가족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단계라고 해야겠지만, 그런 노력을 이제는 시도해볼 수 있다는 현실이 그래도 다행스럽다


18.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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