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도 매미가 울었다
감시, 아니 감청한 게 아니라
내가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

아마도 밤낮이 없는 모양이다
어제만 철야한 건 아니겠지
교대는 하는 건가
이런 걸 매미한테 묻는 건가

매미는 울었고 나는 잠에서 깼다
어제는 일찍 자야 했다
심장이 울렁거렸다
그게 증상인 것도 같았다

매미는 여름내 울어도
언제 목이 쉬어야 하는지 안다
그날이 오겠지
목숨이 가벼워지는 날

아침이라고 매미소리가 잦아졌다
이제 좀 쉬어가는 것인가
그래 아침은 먹고 다시 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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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7-2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이 시를 읽으니 신기하게
매미소리가 일제히 울렸어요^^
무더위 견디는 방법은 몰입이 최고인 것 같아요. 제 오랜 피서법 하나인 추리소설. 그리고
올해는 과학서를 추가하려구요~
책에 코박고 있다보면 ...
이 계절이 끝나겠죠^^*

로쟈 2018-07-25 07:43   좋아요 0 | URL
예년보단 많이 쌓아두어야 할 듯해요.~
 

<광장>의 작가 최인훈 선생이 타계했다. 노회찬 의원의 자살 소식이 아침에 워낙 큰 충격을 던진 탓에 묻힌 감이 있는데 문학계에서는 올해의 뉴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미 전집도 간행되어 있는 터라 최인훈 문학의 결산이 과제는 아니다. 유고집이 따로 나올지 모르겠지만 독자로서는 그저 읽으면 된다. 나로서도 강의에서 <광장>만 읽었는데(내게도 <광장>은 대학에 들어와 가장 먼저 읽은 한국 현대소설 가운데 하나였다) 올겨울 강의부터라도 대표작 몇편을 포함하여 확장판 강의를 하고 싶다. 3-4강 정도의 강의를 꾸리려 한다면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까.

가장 많이 읽히는 대표작 <광장>을 제쳐놓으면 <회색인>과 희곡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가장 많이 판매된 책으로 뜬다. 박태원 소설의 패러디로서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실험적인 작품으로 <총독의 소리>나 말년의 대작 <화두> 등이 내가 덧붙여 떠올리게 되는 작품인데 모두를 다룰 수 없다면 선택해야 한다. 최인훈 연구서들을 좀 훑어봐야겠다. 벌써 10년 전에 타계한 이청준 선생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로써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느낌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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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2018-07-24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현대문학의 거두 최인훈 별도 지고 진보진영 정치인 노회찬 별도 지고 참 씁쓸한 하루네요 동시에 큰 별 2개가 지니 허탈한 마음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에 나오는 대사.



“좋은 놈들은 이미 다 죽었어


로쟈 2018-07-24 06:54   좋아요 1 | URL
나쁜 놈들보다는 누구라도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요.

2018-07-25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18-07-27 18:31   좋아요 0 | URL
네 36년생이니.
 

돈스코이는 난데없는 장갑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쿨리코보 들판에서
타타르군을 격파한 돈강의 영웅
모스크바의 대공 드미트리는
그래서 돈스코이가 되었지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모스크바 러시아의 시대를 열었지
하지만 돈스코이는
한국에서 난데없는 보물선
러일전쟁 때 금괴를 싣고 침몰했다는
괴이한 소문의 보물선
돈스코이는 침몰한 지
백년도 훌쩍 더 지났지만
한국인의 마음은 여전히 금 따는 콩밭에
이 시대에도 벌겋게 돈에 눈이 멀어
돈스코이는 노다지로 보이고
울릉도 앞바다가 금빛으로 보이고
그리하여 돈스코이는 모르는 이가 없네
이름부터 돈이 될 것 같은 돈스코이
돈강의 영웅은 난데없는 일확천금
타타르도 물리친 돈스코이지만
이 시대의 맘몬에게는 당할 수 없네
해저의 고철덩어리라는 돈스코이
내다팔면 10억은 될 거라는 돈스코이
인양하는 데 수백 억이 들 거라는 돈스코이
하지만 바닷속에선 150조의 보물선
우리가 돈스코이를 볼 일이 없는 이유지
돈스코이는 다만 우리를 비춰주네
돈스코이와 함께 침몰한 우리
돈스코이는 이제 우리 안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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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해도 무더운 여름날
배를 깔고 누워서 곰곰 계산해본다
여름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굳이 별 하나와 눈을 맞출 게 아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지만 은하계에만 3천억 개가 넘는다
행성을 포함한 것이긴 해도 은하계 별만
우리 75억 머릿수보다 40배는 많다

여기에 맞는 건 알리바바와 40개의 별
우리는 각자가 별 한 보따리씩 맡아야 한다
은하계만 따져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2조 개가 있다니
우리는 별을 나눠가질 게 아니라
은하를 다발로 책임져야 한다
대체 무슨 보따리에 담아야 하나

보이지도 않는 저 은하는 나의 은하
광속으로도 갈 수 없는 저 은하는 너의 은하
우주적 책임감에 잠시 우쭐하다가
머리가 무거워진다

머리를 짜내보자
우리 뇌의 신경세포수가 수천만 개라니까
신경세포 각각이 별 하나씩
아니 은하를 몇개씩 책임지는 걸로

어차피 신경쓰는 건 신경세포의 일

이로써 말끔하게 해결했다 싶은데
문득 장미가 생각났다
장미 때문에 자기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
별에 대한 책임과 장미에 대한 책임

지구상의 모든 장미를 또 어찌할 것인가
배를 깔고 누웠다가 나는 일어나 앉는다
어린왕자는 별이 작으니 속도 편하지
한 송이도 아니고 백만 송이 장미를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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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2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우림이 부른 백만송이 장미를 무한반복 듣는중인데~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내별도 너의 별 하는걸로~
별에 대한 책임과 거기에 장미에 대한 책임까지
너무 과중해요.
이건 사랑이 아니라 형벌임.


로쟈 2018-07-23 22:51   좋아요 0 | URL
계산이 그렇다는 거지요.^^
 

지난주에 구입한 책은 황석영의 <심청, 연꽃의 길>(문학동네)이다. 초판은 <심청>이란 제목으로 두 권짜리로 나왔는데 분량을 조금 줄이고 합본한 다음 원래의 제목을 붙였기에 개정판이 정본에 해당한다. 기억에는 일간지 연재시에 조금 읽었던 작품. <바리데기>를 강의에서 읽고 다소 실망해서 <심청>으로까지 독서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된 건 헨리 제임스를 ‘국제문학‘ 범주로 다루면서 한국문학에서 그 사례로 떠올라서다.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도 이 소설의 의의(그렇지만 작가의 말대로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개정판 후기에서도 작가가 밝히고 있지만 원래는 ‘철도원 삼대‘를 다룬 작품 대신 끼워넣기 된 소설이다. 그런 점에서도 황석영 문학의 정점에 해당하는 소설이 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인데 지난달에 <해질 무렵> 불어판으로 프랑스의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 수상한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작가는 현재 두문불출 철도원 삼대에 관한 소설을 집필중이라고 했다. 다소 유예되긴 했지만 비로소 식민지 시대 염상섭의 <삼대>에 견줄 만한 소설이 나올지 기대된다. <강남몽>처럼 옆길로 빠지는 소설이 아닌 한국의 근대(화)와 정면대결하는 소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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