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해도 무더운 여름날
배를 깔고 누워서 곰곰 계산해본다
여름밤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굳이 별 하나와 눈을 맞출 게 아니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하지만 은하계에만 3천억 개가 넘는다
행성을 포함한 것이긴 해도 은하계 별만
우리 75억 머릿수보다 40배는 많다
여기에 맞는 건 알리바바와 40개의 별
우리는 각자가 별 한 보따리씩 맡아야 한다
은하계만 따져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2조 개가 있다니
우리는 별을 나눠가질 게 아니라
은하를 다발로 책임져야 한다
대체 무슨 보따리에 담아야 하나
보이지도 않는 저 은하는 나의 은하
광속으로도 갈 수 없는 저 은하는 너의 은하
우주적 책임감에 잠시 우쭐하다가
머리가 무거워진다
머리를 짜내보자
우리 뇌의 신경세포수가 수천만 개라니까
신경세포 각각이 별 하나씩
아니 은하를 몇개씩 책임지는 걸로
어차피 신경쓰는 건 신경세포의 일
이로써 말끔하게 해결했다 싶은데
문득 장미가 생각났다
장미 때문에 자기 별로 돌아간 어린왕자
별에 대한 책임과 장미에 대한 책임
지구상의 모든 장미를 또 어찌할 것인가
배를 깔고 누웠다가 나는 일어나 앉는다
어린왕자는 별이 작으니 속도 편하지
한 송이도 아니고 백만 송이 장미를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