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단언대로 매우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다룬 책이다. 견해가 다른 유발 하라리조차도 ˝매우 유익한 토론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추천했다. 네덜란드 간판 저널리스트 혹은 역사학자가 세계 지성계에 한방 먹였다...

이 책은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배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진 발상이다.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부인하고, 뉴스매체가 무시하며, 세계사 연대기에서 지워진 아이디어이며 더불어 과학의 모든 영역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은 발상이기도 하다. 진화에 의해 증명되고 일상생활에서 확인된 아이디어이다. 인간 본성의 너무나 본질적인 것이라 눈에 띄지 않고 간과되는 발상이다.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곧바로 혁명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진정한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되면 다시는세상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게 만들 것이 확실하다. 그야말로 환각성 마약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급진적인 아이디어는 도대체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 내심은 매우 고상하다는 것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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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포토에세이‘이지만 일부는 독서에세이다.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에 대한 독후감은 ‘사랑의 저울추‘라는 제목이고, 아래 인용문은 그 마지막 단락이다. 사실 정념으로서의 사랑이란 주제는 별도로 한권의 책이 할당될 만하다...

덜 사랑하는 사람은 철새이고 사라지는 자입니다. 사랑하는자는 붙박이이자 처분을 기다리는 자입니다. 싱크대 한쪽에 미뤄둔 기름 묻은 프라이팬처럼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신세이지요. 언제나 부재중이거나 안개처럼 존재하는 그 존재가 사랑인 줄 알고, 창을 연 채 반쯤은 얼빠진 모습으로 기다리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갈망하고 집착하다 체념하는 것, 이것이 사랑의 속성인 것을, 나약했던 그 순간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찔러대며 환상을 키우는 몹쓸 패배의 사랑!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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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을 읽다가 생각나서 도킨스도 펼쳤다. 러셀의 진도에 맞추려면 <과학의 탄생>도 서가에서 빼내야겠다. 그나저나 트웨인 시대에 지구를 반 바퀴 돌았다면 지금은 열두바퀴 반을 돌지 않을까?..

사람들이 단순히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사실이고, 인터넷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준다. 그리고 소문과 가십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위대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 악의적인 거짓말뿐 아니라, 사실이 아니지만 말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훌륭한 이야기도 전염성이 강하다. 여러분이 선의로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지 못할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또 즐겁지는 않아도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수많은 이야기가전해지는 또 다른 이유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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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이 키르케고르에 무슨 했나 궁금해서 펼쳤는데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종교개혁과 반종교개혁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읽는다...

종교개혁과 반反종교개혁은 둘 다 문명의 발전이 더딘 나라들이 지적으로 발전한 이탈리아의 지배에 맞서 일으킨 반란이었다. 종교개혁은 정치적 반항이자 신학적 반항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교황의 권위를 거부했고, 교황이 천국으로 통하는 열쇠의 힘으로 요구하던 조공을 더는 바치지 않았다. 반종교개혁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운동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자유에 맞선 반항일 따름이다. 그래서 교황의 힘이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강해지는 한편, 교황의 권위가 보르자 가문이나 메디치 가문의 안이하고 태평스러운 방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도 명백해졌다. 대략 종교개혁은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났고, 반종교개혁은 스페인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동시에 종교 전쟁은 대부분 스페인과 적대국들 사이에서 스페인의 국력이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벌어졌다.
- P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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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이자 안무가, 그리고 춤 교육자인 저자의 자전 에세이다. 아이를 낳는 숙제를 어떻게 해치웠는지 궁금해할 독자를 고려해서인지 자신의 비결을 얼른 들려준다...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정하고 선언하니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 난 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바로 해야 했다. 앞뒤 재지 않았다. 망한다고 해도 그냥 해야 했다. 반면에 너무 느긋하고 게을러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미리 안 하고 끝까지 버티고 놀다가 한계 상황이 되면 움직인다. 한마디로 제멋대로인 성격이다. 그래서 ‘얼른 숙제를 해치우고, 하고 싶은 예술 신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마치 초등학교 때 맘껏 놀기 위해서 숙제를 얼른 해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병원에 가서 임신을 가장 빨리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의사를 졸랐다. 그리고 바로 시험관시술로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나는 본격적으로 안무를 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만들어 창작하는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10개월후 프랑스 바놀레 안무 콩쿠르에 갑자기 지원서를 냈다. 프랑스 본선으로 가기 위한 예선에 뽑혀서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놀랐다. 매일 못한다고 도망다니던 내가 자발적으로 이렇게 큰 무대에 나가니 말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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