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포토에세이‘이지만 일부는 독서에세이다.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에 대한 독후감은 ‘사랑의 저울추‘라는 제목이고, 아래 인용문은 그 마지막 단락이다. 사실 정념으로서의 사랑이란 주제는 별도로 한권의 책이 할당될 만하다...

덜 사랑하는 사람은 철새이고 사라지는 자입니다. 사랑하는자는 붙박이이자 처분을 기다리는 자입니다. 싱크대 한쪽에 미뤄둔 기름 묻은 프라이팬처럼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신세이지요. 언제나 부재중이거나 안개처럼 존재하는 그 존재가 사랑인 줄 알고, 창을 연 채 반쯤은 얼빠진 모습으로 기다리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생각하지 못한 채.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갈망하고 집착하다 체념하는 것, 이것이 사랑의 속성인 것을, 나약했던 그 순간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찔러대며 환상을 키우는 몹쓸 패배의 사랑!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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