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 입문서 한 권이 출간됐다. 사라 케이의 <슬라보예 지젝>(경성대출판부, 2006).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앨피, 2005)에 이어서 두번째이고, 이안 파커의 책도 근간 예정인 것으로 안다. 조만간 서너 권의 입문서를 우리는 갖게 될 것이다(영어권에서 나온 지젝 입문서가 현재 댓 종 가량이다). 알라딘의 저자 소개는 엉터리로 떠 있기에 참조할 바 없고(사라 케이는 캠브리지 대학의 불문과 교수이다), 번역자는 영문학 전공자이다. 기존의 번역서들을 참조했다면 무리없는 번역서가 나왔을 법하다.

 

 

 

 

표지 이미지가 눈에 확 띄지는 않는데, 원서는 아래에서 보듯이 오히려 원색에 가까운 편이다. 원서 'Zizek: A Critical Introduction'(Polity Press, 2003)은 'Key Contemporary Thinkers' 시리즈의 한 권인데, 이 시리즈엔 쟁쟁한 동시대 서구 사상가들이 망라돼 있다. 이전에 한번 소개한 대로 콜린 데이비스의 <엠마누엘 레비나스>(다산글방, 2001) 등이 이 시리즈의 국역본들이다. 근간 예정인 책으로는 올 12월에 나온다는 레이다 안드레아스 듀의 <들뢰즈>(Polity Press, 2006)가 있다(아마도 국역본 판권이 벌써 입수되었는지도 모르겠다).

Deleuze (Key Contemporary Thinkers)

지방대학의 출판부에서 지젝 입문서가 나온 건 좀 의외인데, 경성대출판부는 사실 가장 '전위적인' 책들을 출간하고 있긴 하다. 미술비평가 할 포스터의 책들이 포함돼 있는 '경성대문화총서'가 대표적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그 총서의 16번째 책이었고, 지난달에 나온 14번째 책이 폴 비릴리오의 <탈출속도>이다. 역자는 이미 <정보과학의 폭탄>은 옮긴 바 있는 배영달 교수. 비릴리오의 난삽함이 얼마나 덜어졌을지는 의문이지만 하여간에 이런 책들을 출간하는 대학출판부를 '전위적'이라 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지방인 만큼 책을 주문하면 거의 열흘 가까운 시일이 소요된다. 태풍이 북상하는 속도보다 몇 배는 느리다. 하니 그걸로 여름을 '탈출'하기는 이미 틀린 듯하다. 독서의 계절에나 읽을 책들이다. 지젝과 함께 가을을?..

06. 08. 22.

P.S. 위의 스틸사진은 Sophie Fiennes의 다큐필름 'The Pervert’s Guide To Cinema'(2006)의 한 장면이다. 지젝은 이 영화에서 나레이션을 맡고 있다고. 말하자면, 그가 영화사의 '가이드'이자 '도착증자'이다. 참고로, 이번 서울영화제에서 상영예정이라는 이 영화의 영문 소개를 옮겨놓는다. 

Is cinema one big Freudian slip? What can the Marx Brothers tell us about the workings of the unconscious? And why exactly do the birds attack in Hitchcock’s masterpiece of horror? The Pervert’s Guide to Cinema takes the viewer on an exhilarating ride through some of the greatest movies ever made. Our guide is the charismatic Slavoj Zizek, acclaimed philosopher and psychoanalyst, who delves into the hidden language of cinema, uncovering what the movies can tell us about ourselves. Known as ‘the Wild Man of Theory’, Zizek illustrates psychoanalytic theory using examples culled from film and pop culture. From Charlie Chaplin to Ingmar Bergman, from the Wachowski Brothers to David Lynch, Zizek thrills with his formidable insight and provocation. He illuminates the screen with his passion, intellect, and unfailing sense of humour. Conceived and directed by documentary filmmaker Sophie Fiennes, The Pervert’s Guide to Cinema takes the form of a film essay in three parts. Shot on location and in replica sets, the film creates the illusion that Zizek is speaking from within the films he is discussing. The Pervert’s Guide to Cinema provides all the tools necessary to read movies in an entirely different way —with Zizek studying his notes in the Psycho (1960) fruit cellar, observing the attempted exorcism in William Friedkin’s The Exorcist (1973), or revealing to The Matrix’s (1999) Morpheus the true meaning behind those red and blue pills. Zizek says: ‘Cinema is often described as a pervert’s art, because cinema tells us how to organise our desires’. This film exposes the very conditions that regulate our desires, inside and outside the mov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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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8-22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의 이름은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에서 보았어요. 그 이상 아는 게 없었는데 이렇게 생겼군요. 호옷...

로쟈 2006-08-22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이 카테고리는 전체가 지젝에 관한 것인데요(^^;)...

로쟈 2006-08-2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아마도 '사라예보'와 겹쳐 읽으신 듯.^^

푸른괭이 2006-08-2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 열풍 얼마나 갈까요...? -_- 위의 사진은 꼭, 늙은 조지 클루니를 연상시키는군요.

로쟈 2006-08-2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풍'이 중요한 게 아니고, (자신에게) 무얼 말해주느냐가 중요하겠죠...

기인 2006-08-2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건, 노인과 바다도 아니고, 갈매기의 꿈도 아니고, 묘하군요. 노인과 바다의 배경에서 조나단이 날고 있었는데,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가 배따라기를 부르며 집을 나서며 '인형의 집'을 부수는 것? ;;; 헛소리였습니다 ㅎㅎ
그런데 갈매기는 합성이겠지만, 지젝도 합성 같아요 ㅋ

로쟈 2006-08-22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합성입니다.^^

열매 2006-08-24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치콕의 '새'의 한장면 같군요.
실재the real의 중핵으로 들어가는...

로쟈 2006-08-2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부 2006-09-07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 스틸 'Pervert's guide to cinema'라는 영국영화의 스틸 사진으로 알고 있는데요.. '지젝의 신기한 영화강의'인가 하는 제목으로 이번 서울영화제에 상영예정인 것으로 들었습니다

로쟈 2006-09-07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젝의 신기한 영화강의> 상영 소식은 들은 바 있는데,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건가 보죠? 덕분에 정보를 업데이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