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의 '새로나온 책'은 거의 매일 검색하는 편이지만 가끔씩 못 보던 책을 서점 신간코너나 언론리뷰에서 볼 때가 있다. 놀랍기도 하고 뭔가 속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번주에 나온 책 가운데 미키 맥기의 <자기계발의 덫>(모요사, 2011)이 그런 경우다(출판사도 처음 들어본다). 그래도 제목이나 주제가 모두 마음에 든다. 한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자기계발서의 문제점에 대해선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돌베개, 2009)에서 무게 있는 비판을 읽을 수 있었다. <자기계발의 덫>은 미국 '본토'의 사정은 어떤지 들려줄 듯하다. 자기계발서의 애독자라면 필독해볼 만하다... 

  

한국일보(11. 07. 30) 허구적인 자아를 제시하는 현대의 자기계발서들

잡지와 신문, TV 토크쇼와 서적을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이가 “더 나은 나로 거듭나라”며 전하는 생활 수칙들을 접한다. 어느 틈에 자기계발 담론은 하나의 산업군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급증했다. 



<자기계발의 덫>은 이처럼 널리 퍼진 자기계발의 메시지, 특히 관련 서적이 지닌 가치에 의문을 품는다.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1970년대 이후 발행된 미국의 자기계발서를 토대로 자기계발 문화의 맹점을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1972년부터 2000년 사이 미국의 자기계발서 발행 부수는 두 배 이상 늘었고 전체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시장 자율과 경쟁을 기치로 내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의 자기계발서는 허구적인 자아의 미래상만을 제시한다고 꼬집는다. 어느 누구도 혼자서 자아를 실현할 수는 없으며 진정한 자기 형성을 위해서는 타인의 노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온전히 개인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자수성가가 가능하다면 실패 역시 오직 개인의 단점이나 약점에서 비롯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논리적인 허점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의 자기계발 문화는 광고와도 닮아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기 변화를 위한 가장 빠른 수단으로 몸치장에 열을 올리는 교본류의 처세서가 늘고 있다”며 “구강청결제나 비듬샴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생활의 기본 예의를 지킬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이 같은 종류의 자기계발서는 독자들을 미, 건강, 부, 특정 분야의 기술적 지식 등 어떤 근본적인 요소가 결여된 존재로 정의하면서 해결사를 자처한다.

결국 저자는 오늘날의 자기계발 문화가 개인들이 자신의 상처와 불만을 구조적인 사회 문제의 일부로 이해할 가능성에서 비켜서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자기계발서의 성적 불평등 가능성도 덧붙인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배우자나 자녀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해 왔지만 자본주의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하는 것만으로 가치를 인정 받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김소연기자)  

11. 07. 29.  

P.S. 서동진의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와 함께 떠오르는 건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긍정의 배신>(부키, 2011)인데, 그는 <자기계발의 덫>에 대해 이렇게 평해놓았다. "과연 이 책이 당신을 부유하고 성공적이며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당신을 즐겁게 해주고, 대중문화와 경제적 힘을 훨씬 더 잘 이해하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그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데뷔작이 <빈곤의 경제>(청림출판, 2002)이다. 저자명이 '바바라 에렌라이히'로 돼 있어서 같이 검색이 안 된다. 이런 건 맞춰주면 좋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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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11-07-30 10:44 
    [책] 자기계발의 덫 — “널리 퍼진 자기계발의 메시지, 특히 관련 서적이 지닌 가치에 의문을 품는다. 사회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1970년대 이후 발행된 미국의 자기계발서를 토대로 자기계발 문화의 맹점을 지적한다.” (via 로쟈)
 
 
evol 2011-07-29 23:13   좋아요 0 | URL
추천사 명단에 바바라 에런라이크 말고도,
미디어사의 대가 스튜어트 유엔,
감정노동의 저자 알리 러셀 혹칠드 (혹실드?),
역시 저명한 미디어 정치경제학자인 토비 밀러까지.
화려하군요.

로쟈 2011-07-31 11:50   좋아요 0 | URL
성공적인 데뷔작인 듯해요...

펠릭스 2011-07-30 06:37   좋아요 0 | URL
신자유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라는 압박, 준비라는 명분하에 현재를 만끽 못하는 불안의 연속, 모 광고에서 그러던데요. 많은 스팩을 쌓았는데 뽑아주시면 안될까요? 매일매일 성실하십시오!

로쟈 2011-07-31 11:51   좋아요 0 | URL
편리한 관리술이지요...

꼬마요정 2011-07-30 15:58   좋아요 0 | URL
제가 처음 접한 자기계발서는 한 때 엄청 유행했던 치즈 머시기 였어요. 그거 읽고 좀 아니다.. 싶었거든요. 쥐들이 치즈가 가득한 창고를 찾아서 치즈를 약탈(?)하는 걸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지 적어놨더라구요. 차라리 치즈를 만드는 법을 배우지 말이죠.. 그 뒤로도 자기계발서 - 아침형 인간 이런 것들 - 좀 봤는데 읽다보니 그냥 경영학 원론 보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했죠. 인간을 기업의 부품 취급해서 불량속성을 제거하려는 시도로 보여 불쾌했어요..ㅠㅠ

로쟈 2011-07-31 11:52   좋아요 0 | URL
알아서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라는 주문이지요...

담연 2011-07-31 14:53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을 사회와의 대립각 속에서 비판하였다는 느낌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계발로 인해 사회에 대한 관심을 망각하게 된다는 것인데, 너무 범박한 문제 설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태도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반드시 바람직하기만 한 것일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푸꼬가 <<주체의 해석학>>에서 보여주었던 '자기에의 배려'라는 개념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사회의 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기에게 고유한 삶의 형식을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지가 오늘날엔 더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 제가 품고 있는 의문과 곁들여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로쟈 2011-07-31 23:34   좋아요 0 | URL
자기계발의 의지가 자유의 의지와 중복되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의문 같습니다. 서동진도 "결국 지난 20년간 한국 자본주의의 변화과정에서 형성된 권력의 주체화의 논리, 즉 '자기계발하는 주체'의 형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기존의 규율사회를 비판하고 자유를 꿈꾸는 주체의 자기형성의 논리와 겹쳐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자기계발에의 의지와 자유에의 의지의 공모는 불가피한 것일까."(<자유의 의지 자유계발의 의지>, 376)란 고민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경영'이나 '기업가적 자아'로의 주체화가 갖는 문제성을 식별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 빠져나가는 게 가능한지는 별개로 묻더라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