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내로 쓰고자 하는 것 중의 하나는 '너 자신을 세라'는 제목의 책이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는, 자기 반영적인 지식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데, 그런 관심사에서 <책 읽는 뇌>(원제는 '프루스트와 오징어'이지만)나 뇌과학, 그리고 인지주의에 관한 책들도 조금 들춰본다(이 경우에도 내게 가장 유익한 건 지젝의 책들이다). 아무래도 조금씩은 준비를 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이다. 맛보기로 삼자면 아래와 같은 '드루들'이 내가 생각하는 컨셉이다. 예전에 로저 프라이스의 <낚시질하는 물고기>(창해, 1994)란 책이 소개된 바 있는데,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폰카로 찍어 옮겨놓는다.

   

표제작이기도 한 이 드루들의 제목이 'Fish fishing', 곧 '낚시질하는 물고기'다. 저자는 이렇게 적어놓았다.  

"시끄럽게 굴기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드루들(droodle)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시비를 걸었다. “왜 낚시바늘에 미끼가 달려 있지 않은가?” 혹은 “어떻게 낚시줄을 묶을 수 있었는가?” 등등. 그 대답은 이렇다. 이 물고기는 영리하므로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곧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미끼는 필요없다. 게다가 물고기를 잡는 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고, 낚시질하는 그 자체에만 흥미가 있다. 이 드루들에 가까이 다가가서 잘 살펴보면, 낚시줄은 그 물고기의 할아버지가 단정하게 세로매듭으로 만들어준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력과 은총>(1996)이란 책에서 이 대목을 인용하고 나는 이렇게 적었더랬다. "'8월에 내리는 눈'과 같은 책, 나는 언젠가 그런 걸 쓰고 싶다." 8월이어서 문득 그 생각이 났다... 

09. 08. 02.  

P.S.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98)는 그 이후에 나온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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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9-08-0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좋습니다...물고기도 8월의 크리스마스도..

로쟈 2009-08-03 17:38   좋아요 0 | URL
네, 휴가도 못갈 처지라 이미지만이라도...^^;

펠릭스 2009-08-03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낚시꾼은 가장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 곳에 자리를 정하고
강물에 낚시 바늘을 담근다. (하얀전쟁/안정효)

로쟈 2009-08-04 00:26   좋아요 0 | URL
낚시도 좋아하실 듯한데요.^^

비로그인 2009-08-04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시질하는 물고기 그림과 약간의 글을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