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중순에 <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 2009)가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주 안으로 저자 약력과 '책머리에'를 넘겨야 하는데, 잠시 '로쟈'란 닉네임을 내가 언제부터 쓴 것인지 궁금해서 더듬어봤다. 이곳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하기 이전인 99년 7월에 '도스토예프스키'란 카페를 '다음'에 만든 적이 있다(폐쇄는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메일만 이용하다가 '카페'라는 게 있다길래 한번 시험삼아 '주인장'이 돼본 것이었고, 당시 학위논문의 주제로 고려하고 있던 '도스토예프스키'를 카페명으로 삼았던 듯하다.
한데, 카페를 만들면서 내가 쓴 닉네임은 '로쟈'가 아니었다. '이가룡'이었다! 그러니까 로쟈의 '선임'이라고 해야 할까. 기억에 인터넷 활동 초기에 내가 쓴 닉네임은 차례대로, 이가두, 이가휘, 이가룡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촌스러운 이름들이긴 한데, 여하튼 당시엔 뭔가 중국풍의 닉네임이어야 한다고 혼자 믿었던 듯하다. 그러다 로쟈란 닉네임을 쓰게 된 것이 2000년 4월부터이다. 딱 9년전이니 로쟈의 나이가 이제 10살, 만으로는 9살이다. 지금 딸아이와 동갑내기다. 그런 '로쟈'가 책을 낸다고 하니까(!) 기특한 마음도 든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한번도 안 하던 이벤트를 열고자 한다. 대단한 건 아니고, 역시나 2000년 4월에 하도 카페가 조용해서(!) 나대로 '퀴즈'를 낸 적이 있는데, 그걸 다시 내보려는 것이다. 당시 취지는 이랬다.
안녕하십니까? 관리인입니다. 자주 카페에 들르지만, 가끔 새로 올라온 글이 없으면 허전하기도 한데,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실 겁니다. 약간의 재미도 주고, 공부(?)도 할 겸, 도스토예프스키와 그 주변에 관한 퀴즈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당시엔 한명도 답글을 달지 않았다! 이번엔 사정이 좀 다를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하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정답을 모두 맞히시는 분께는 <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출간과 동시에 보내드리도록 하겠다(사인본으로!). 문제를 다 맞힌 정답자가 다수이면 가장 먼저 맞히시는 분을, 다 맞힌 정답자가 없을 경우엔 가장 많이 맞히신 분을 '당첨자'로 하겠다, 라고 했으나 너무 빨리 정답자가 나왔다. 바로 퀴즈를 종료하려고 했으나(이 미숙함!), 모처럼 하는 이벤트이기에 정답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서 두 분을 더 당첨자로 선정하여 책을 보내드리도록 하겠다(추첨방식은 사다리). 정답은 비밀댓글로 달아주시기 바라며, 정답에 대한 응모는 두 번까지 가능하다. 기간은 일주일(5월 5일까지).아래 문항들이다.
1. 러시아의 시인이자 작가 철학자로서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알료샤의 모델이 되었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2. 도스토예프스키가 속기사인 자신의 두번째 아내를 만난 것은 어느 작품의 집필 때문이었을까요?
3. 도스토예프스키의 처녀작인 <가난한 사람들>을 처음 읽고 감격하여 당대 최고의 비평가 벨린스키에게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린 러시아 시인(작가)은 누구일까요?
4.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중 국내에 가장 먼저 번역 소개된 작품은 어느 것일까요?(힌트. 일어에서 중역되었습니다.)
5. 작가 장정일이 <죄와 벌>을 패러디한 작품이 있습니다. 모대학 노문과에 다니는 여대생이 주인공인데, 그녀가 찾아간 전당포 노인(노파가 아닙니다)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당시에 덧붙인 멘트: "문제가 아주 쉽지는 않죠? 카페 회원분들의 수준을 고려했습니다. 하루 이내로 정답을 다 맞추시는 분은 다음 퀴즈를 내주셔도 좋겠습니다. 여러 모로 자격이 충분하시니까.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09. 04. 28.
P.S. 설마 아직도 '로쟈'를 '로자 룩셈부르크'에서 따온 걸로 아시는 분이 계시는지?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로쟈는 <죄와 벌>의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의 애칭이다('로지온'을 '로쟈'라고 부른다). 아래는 영어본과 러시아어본의 표지다. 물론 굉장히 많은 판본들 가운데 두 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