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 깜짝 눈길을 끈 책은 에드워드 윌슨과 베르트 횔도블러의 <개미 세계영여행>(범양사, 2007)이다. 나는 잠시 '긴장'했었는데, 혹 두 사람의 대작 <개미>가 번역된 게 아닌가 싶어서였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개미들>의 다이제스트판으로 지난 96년에 번역출간된 책 의 개정판이다(그러니까 나도 갖고 있는 책이다. 박스보관도서이긴 하나). 즉, "곤충학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평가받는 베르트 휠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의 <개미들>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책"이며 "개미학 개론서이자 개미에 대한 자신들의 연구 과정을 보다 쉽게 이야기화해서 만든 책"이다. 약간의 아쉬움을 달래면서 문화일보의 리뷰를 옮겨놓는다.

문화일보(07. 07. 13) '개미’ 통해 본 인간 세계의 성찰

이 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 아니다. 1996년 같은 내용과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 책이다. 절판됐던 책이 10여년 만에 그대로 재출간됐는데도, 이렇게 정색하고 지면을 할애하는 것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개미학 개론서이자, 저자들의 연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의 탁월함과 감동이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기 때문이다(*96년판은 원서의 표지를 그대로 쓰고 있다).



알려지다시피 저자들은 개미와 사회 생물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적인 권위자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와 하버드대를 오가며 연구한 베르트 횔도블러나 하버드대 생물학교수인 에드워드 윌슨은, 현존하는 가장 걸출한 과학저술가다.



우선 이들의 공동저작인 ‘개미(The Ants)’는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의해 ‘모든 곤충학 저서 중 가장 훌륭한 책’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과학도서로서는 드물게 퓰리처상을 받았다(*지난 1990년에 출간됐고, 746쪽 분량이다). 이들이 체계를 세운 사회생물학은 20세기 생물학뿐 아니라, 인문·사회학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 학문간의 통섭을 주장하는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도 하버드대에서 에드워드 윌슨에게 배운 학자 중 한 사람이다(*이젠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재천 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사이언스북스, 1999)는 다이제스트의 다이제스트 버전이라 할 만하다).



이들의 기념비적인 저작인 ‘개미’가 전문 생물학자를 겨냥한 전문서적이면서, 개미의 백과사전이라면 ‘개미 세계 여행’은 일반인을 위한 책이다. 그렇다고 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음 대하는 이들에겐 경이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개미에 대한 모든 것이 풍부한 도판과 함께 매력적인 문장으로 펼쳐져 있다.

개미는 우리가 사람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대수롭잖은 생명체다. 그러나 개미만큼 인간과 비슷한 사회 구조를 가진 생물은 어디에도 없다. 고도의 의사소통이 전제돼야 가능한 각종 합동 작전을 비롯해, 군체(群體) 구성원들의 조직화는 복잡하고 긴밀해서 경이에 가깝다. 일개미의 충성은 거의 완벽하다. 개미의 군체간 싸움도 인간의 전쟁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종에 따라 개미들은 선전, 기만, 고도의 감시, 대규모 공격 따위를 단독이나 연합으로 수행한다.

개미 세계에서 조화와 충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난소를 가진 일개미들은 더러 여왕과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순위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군체에 대해 몸을 던져 충성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군체 안에서 다른 개체와 투쟁하는 모습이 인간에 다름 아니다.

저자들은 개미에 대한 이같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사소한 관찰에서 시작해 개미라는 개체의 삶과 죽음, 사회 조직, 환경과 세세한 생활, 그리고 성공적인 진화에 이르기까지를 흥미진진한 드라마처럼 풀어나간다. 책을 따라 개미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독자는 사회의 기생자에서 아이를 기르는 양육자, 군대, 사냥꾼, 건축가들을 만난다.

인간 세계의 또 다른 모습이자, 축소판이다. 사회생물학이라는 학문이 세계를 통틀어 500명 밖에 안되는 개미 연구가 사이에서 체계화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비단 개미 세계를 돌아보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특이한 방법으로 인간 세계를 성찰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김종락기자)

07. 07. 14.

P.S. 저자인 에드워드 윌슨에 대해서는 구구한 설명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듯하다. 개인적으론 '에드워드 윌슨과 나'(http://blog.aladin.co.kr/mramor/267854)란 제목의 리뷰도 쓴 적이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출간된 책들은 다 챙기질 못했다.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바다출판사, 2005)나 <생명의 미래>(사이언스북스, 2005) 같은 책들이 그렇다.

'에드워드 윌슨'과 '개미'라고 하니까 개인적으론 두 권의 책이 떠오른다. 하나는 '개미'와 관련된 것으로 데이비드 아텐보로의 <생명의 신비>(학원사, 1985)이다. BBC의 자연다큐로도 만들어진 듯한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주우, 1982; 사이언스북스, 2006)와 함께 고등학교 시절 내가 소장하고 있던 '가장 고급스런 교양서'였다. 특히 <생명의 신비>의 경우는 주로 개미에 관한 얘기를 독후감으로 써서 교육감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언젠가 재출간된 걸 본 듯한데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에드워드 윌슨'과 관련해서는 <도덕적 동물>(사이언스북스, 2003)의 저자 로버트 라이트가 쓴 <3인의 과학자와 그들의 신>(정신세계사, 1991). 여기서 3인의 과학자는 에드워드 프레드킨, 에드워드 윌슨, 그리고 케네스 볼딩 세 사람인데, 에드워드 윌슨이란 독특한 과학자에 대해서 처음 접하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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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07-07-1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미하면 떠오르는게 중학교 때 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인적으로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봤던...)이네요/

로쟈 2007-07-1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르베르의 <개미>는 저도 읽었었는데, 그래도 소설보다는 과학책이 더 재미있습니다...

가넷 2007-07-1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든책'이라는데 가격은 그렇게 쉽게 접근할 만하지는 않군요...--;

로쟈 2007-07-15 10:41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이 책 같은 건 사정이 나은 편이죠. 화보도 없는 200여쪽짜리가 만원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마늘빵 2007-07-1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빈스키 님과 같이 개미는 중학교 때 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요즘엔 세 권짜리로 나오는거 같던데. 이쁘게 양장본으로. 전 이거 재밌었어요.

로쟈 2007-07-15 10:42   좋아요 0 | URL
베르베르야 그 자신이 놀랄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혔으니까요...